[프라임경제] 맥주 시장 1위 업체가 소주를 내놓고, 소주 강자는 비알코올 맥주 제품군을 확대한다. 국내 주류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 주류업체들이 기존 주력 제품만으로는 채우기 어려운 시장의 '빈틈'을 공략하고 있다.
4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오비맥주는 이달 말 알코올 도수 15도의 제로 슈거 소주 '찰랑'을 국내 시장에 출시한다. 오비맥주가 국내 소비자를 겨냥한 자체 소주 브랜드를 선보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찰랑은 제주 동부 지역의 화산암반수와 용암해수소금을 사용해 알코올 향과 단맛을 줄이고 감칠맛을 살린 제품이다. 전량 오비맥주 제주공장에서 생산하며 서울 등 수도권과 제주 일부 지역 식당·주점에서 우선 판매한다.
오비맥주는 2024년 신세계L&B로부터 제주소주를 인수하며 소주 생산시설을 확보했다. 이후 '건배짠'과 '찰랑' 등 수출용 소주를 먼저 선보이며 해외에서 생산 안정성과 시장성을 점검한 뒤 국내 시장으로 보폭을 넓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진출을 단순한 소주 사업 확대보다 카스의 유흥 채널 경쟁력을 보완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를 앞세워 국내 맥주 시장 선두를 지켜왔지만 식당과 주점에서 함께 공급할 자체 소주 브랜드는 없었다.
반면 하이트진로(000080)는 참이슬·진로와 테라·켈리를 함께 공급하며 소주와 맥주를 연계한 영업을 펼쳐왔다. 오비맥주도 찰랑을 확보하면서 카스 유통망을 활용한 이른바 '소맥' 묶음 영업 기반을 갖추게 된 셈이다.
롯데칠성음료(005300)는 반대편에서 움직이고 있다. 처음처럼과 새로를 중심으로 소주 사업의 성장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약한 맥주 부문에서는 비알코올 제품을 새로운 돌파구로 삼았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3일 '클라우드 논알콜릭 레몬 라임'을 한정판으로 출시했다. 기존 클라우드 논알콜릭의 맥주 풍미에 천연 레몬·라임향을 더한 제품으로, 알코올 도수는 0.3% 이하이며 열량은 100㎖당 12.8㎉다.
알코올 생성을 제한하는 특수 효모를 사용해 별도의 알코올 분리 공정을 거치지 않았으며, 과일 풍미를 선호하는 여성과 젊은 소비자를 주요 고객층으로 설정했다.
이번 제품은 롯데칠성음료가 지난해 1월 클라우드 논알콜릭을 출시한 이후 약 1년7개월 만에 선보인 첫 후속 제품이다. 지난 4월에는 맥주 '크러시'를 '클라우드 크러시'로 재편한 데 이어 비알코올 제품에도 새로운 맛을 추가하며 클라우드 브랜드의 외연을 넓히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올해 상반기 주류 부문 매출은 389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9%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30억원으로 34.5% 늘었다. 2분기만 보면 매출은 3.2% 증가한 1951억원, 영업이익은 156.6% 급증한 75억원을 기록했다.
즉석음용 주류의 성장이 두드러졌다. '순하리진'을 중심으로 유자와 상그리아 등 제품군을 확대한 결과 2분기 관련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43.3% 증가했다. 소주는 처음처럼과 새로의 성장에 힘입어 1.9%, 와인은 8.8%, 청주는 1.8% 각각 늘었다.
하지만 맥주는 주류 부문 가운데 유일하게 부진이 깊어졌다. 올해 상반기 맥주 매출은 208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2% 감소했다. 지난해 연간 맥주 매출도 572억원에 그쳐 2022년 1015억원과 비교해 절반 수준으로 축소됐다.
소주와 즉석음용 주류가 실적을 지탱하는 동안 일반 맥주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자, 성장 가능성이 높은 비알코올 시장에서 제품 차별화를 시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쟁의 기준점은 소주와 맥주, 무알코올 제품을 모두 갖춘 하이트진로다. 하이트진로는 참이슬·진로와 테라·켈리를 주력으로 운영하는 한편 저칼로리 소주 '진로 라이트', 무알코올 맥주 '테라 제로' 등으로 제품군을 세분화하고 있다.
계열사 하이트진로음료의 '하이트제로0.00'은 지난해 약 208억원의 판매액과 36.8%의 점유율로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 1위를 기록했다. 오비맥주의 카스 0.0과 카스 레몬 스퀴즈 제로, 롯데칠성음료의 클라우드 논알콜릭이 뒤를 쫓는 구도다.
하이트진로도 기존 제품에만 기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소주 매출은 763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1% 줄었고, 맥주 매출은 3364억원으로 11.9% 감소했다. 이에 저도주와 무알코올, 과일 탄산주 등으로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있다.
주류 3사가 동시에 제품 영역을 넓히는 배경에는 시장의 구조적인 위축이 자리한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류 출고량은 298만8000㎘로 1998년 이후 27년 만에 300만㎘ 아래로 떨어졌다.
맥주 출고량은 151만9000㎘로 전년보다 7.2% 줄었고, 희석식 소주 출고량도 79만3000㎘에 그치며 각각 3년 연속 감소했다. 회식 문화가 축소되고 건강과 자기관리를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전통적인 소주·맥주만으로는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반면 국내 무·비알코올 맥주 시장은 2021년 415억원에서 2023년 644억원으로 성장했으며 2027년에는 956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음주량은 감소하지만 낮은 도수와 제로 슈거, 비알코올, 다양한 맛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업체 간 경쟁도 주종을 넘나드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시장 자체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는 기존 주력 브랜드의 점유율을 지키는 것만으로 성장을 이어가기 어렵다"며 "앞으로는 소주와 맥주라는 전통적인 구분보다 유흥·가정 채널별 수요와 저도주·비알코올 등 세분화된 소비 취향을 얼마나 폭넓게 확보하느냐가 경쟁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