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CJ대한통운(000120)이 휴머노이드 로봇을 실제 물류 운영 공정에 투입했다. 지난해 현장 실증을 거쳐 이번에는 고객 물류를 처리하는 포장 라인에 직접 배치했다.
현재 맡긴 작업은 박스 내부 완충재 투입이다. CJ대한통운이 바라보는 범위는 피킹과 분류, 검수, 포장까지 더 넓다. 장기적으로는 하나의 로봇이 여러 물류 공정을 연속 수행하는 범용 물류 휴머노이드를 목표로 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휴머노이드 양팔 로봇 2대를 경기도 용인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 배치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로봇은 포장 라인에서 박스 안에 완충재를 넣는 작업을 수행한다.
이번 행보의 핵심은 휴머노이드 적용 단계의 변화다. 지난해 군포 풀필먼트센터에서는 물류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했다면 이번에는 실제 고객 물류가 처리되는 운영 공정으로 영역을 옮겼다. 현장에서 발생하는 작업 데이터를 다시 AI 학습에 활용해 로봇의 정확도와 대응력을 높이는 과정도 함께 진행한다.
김정희 CJ대한통운 TES물류기술연구소장은 이번 현장 투입을 두고 가능성을 확인하는 실증에서 실제 물류 운영 과정에 역할을 맡기는 단계로 진입했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축적되는 물류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판단하고 수행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도 밝혔다.

CJ대한통운 휴머노이드 로봇이 양지 올리브영 물류센터에서 상품 포장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 CJ대한통운
CJ대한통운이 휴머노이드에 주목하는 이유는 물류센터의 작업 특성과 연결된다. 제조 공장은 규격화된 제품을 일정한 공정에 따라 반복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만 물류센터에서는 크기와 형태, 재질이 제각각인 상품을 다룬다. 주문에 따라 작업 조건도 계속 달라진다.
컨베이어나 고정형 로봇은 특정 공정에서 높은 생산성을 낼 수 있지만 새로운 작업을 추가하려면 설비와 작업공간을 변경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자동화 수준을 높일수록 공정마다 별도의 설비가 필요한 구조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다.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휴머노이드는 기존 작업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작업 종류가 달라져도 다른 공정에 다시 투입할 수 있다. CJ대한통운이 노리는 것도 공정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범용성이다. 고정형 자동화 설비가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어려운 영역을 휴머노이드가 맡도록 하는 방향이다.
범용성을 확보하려면 로봇의 학습 능력이 중요하다. CJ대한통운은 로봇의 두뇌 역할을 하는 로봇 파운데이션 모델(RFM, Robot Foundation Model)을 고도화하고 있다. RFM은 시각과 센서 등을 이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상황에 맞는 행동을 판단·수행하도록 하는 피지컬 AI 기술이다.
학습에는 CJ대한통운이 실제 물류 현장에서 확보한 데이터와 시뮬레이션으로 생성한 가상 데이터를 함께 활용한다. 새로운 상품이나 작업 환경을 경험할수록 데이터가 쌓이고, 이를 다시 학습시켜 작업 정확도와 대응 범위를 넓히는 구조다.
물류기업이 보유한 현장 데이터가 휴머노이드 개발의 자산으로 연결되는 부분도 주목할 대목이다. 로봇 하드웨어를 확보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실제 센터에서 발생하는 상품·주문·작업 데이터를 AI 학습에 연결해야 다양한 물류 업무에 대응하는 로봇으로 발전시킬 수 있어서다.
CJ대한통운은 기술 확보 과정에서 외부 전문기업과도 역할을 나누고 있다. 하드웨어 분야에서는 로보티즈, 로봇핸드는 에이딘로보틱스, RFM은 리얼월드AI와 협력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핸드 개발을 비롯한 정부 국책과제에도 참여 중이다.
현재 단계는 제한적이다. 실제 운영 공정에 들어갔지만 로봇은 2대이고 맡은 작업도 완충재 투입에 국한돼 있다. 상품을 찾아 집는 피킹이나 종류에 따라 나누는 분류, 상태를 확인하는 검수처럼 인식과 정교한 조작이 필요한 공정은 난도가 더 높다.
CJ대한통운은 완충재 투입에서 확보한 운영 경험을 토대로 피킹·분류·검수·포장 등으로 적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최종적으로는 하나의 휴머노이드가 여러 물류 공정을 연속해서 수행하는 형태를 구상하고 있다.
앞으로 확인할 부분은 현재 확보한 데이터와 제어기술을 복잡한 작업까지 얼마나 확장할 수 있느냐다. 완충재 투입에서 시작한 휴머노이드가 상품과 작업 조건이 계속 달라지는 실제 물류환경에서 여러 공정을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야 범용 로봇이라는 목표도 현실성을 갖는다.
실증에 있던 로봇을 실제 고객 물류 공정으로 옮겼다는 점에서 CJ대한통운의 방향은 분명하다. 고정형 설비가 대응하기 어려운 작업 변화에 휴머노이드를 투입하고, 현장 데이터를 반복 학습시켜 여러 공정을 수행하는 범용 로봇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