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삼성의 대규모 투자 발표로 충남 아산시의 미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아산 온양사업장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해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반도체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강화에 나섰고, 삼성디스플레이도 장기간 개발이 중단됐던 아산 디스플레이시티2 사업을 재추진하고 있다.

아산시와 삼성디스플레이 상생협력 업무협약 체결 모습. ⓒ 아산시
삼성이 아산에 계획한 투자 규모는 삼성디스플레이 67조원, 삼성전자 HBM 분야 46조원 등 총 113조원에 달한다. 그렇다면 삼성은 왜 다시 아산을 선택했을까. 답은 삼성과 아산이 함께 성장해 온 35년의 시간에서 찾을 수 있다. 삼성에게 아산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 오랜 기간 산업 경쟁력을 함께 키워온 파트너이자, 미래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검증된 도시'라는 의미를 갖는다.
이번 기획에서는 삼성과 아산의 35년 동행을 되짚고, 반도체·디스플레이 산업을 중심으로 구축된 아산의 경쟁력과 산업생태계를 살펴본다. 나아가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아산의 미래 성장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도 짚어본다. 삼성과 아산의 인연은 199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전자는 1990년 9월 아산 온양사업장 건설에 착수해 1년 2개월 만인 1991년 11월 가동에 들어갔다.
당시 온양사업장은 4메가 D램을 비롯한 반도체 제품의 조립과 검사를 담당하며 삼성전자의 대량생산 체제 구축과 후공정 제조 경쟁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삼성전자가 1974년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이후 메모리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며 종합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양사업장의 역할도 꾸준히 확대됐다.
특히 삼성전자가 1993년 메모리 시장 점유율 세계 1위에 오르는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온양사업장은 반도체 패키지 분야의 제조 노하우를 축적하며 기술 경쟁력의 한 축을 담당했다. 이제 온양사업장은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고 있다.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HBM과 연계한 첨단 생산기지로의 전환이 추진되면서 기존 조립·테스트 중심 사업장에서 최첨단 반도체 산업기지로 도약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오세현 아산시장과 조성일 삼성전자 DS부문 TSP총괄 부사장은 지난 7월22일 시청 상황실에서 대규모 첨단 반도체 투자의 성공적인 추진과 상생발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설되는 새 공장은 축구장 약 4개 규모인 3만1000㎡의 대형 클린룸을 갖춘 첨단 생산시설로 조성된다.
지난 9월1일 착공에 들어갔으며, 2029년 5월 HBM 양산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삼성과 아산의 동행은 반도체에 머물지 않았다.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확장되면서 아산의 산업지형 자체를 바꿔놓았다. 2003년 탕정면 명암리 일원에 삼성의 초박막액정표시장치(TFT-LCD) 생산라인을 중심으로 '아산 디스플레이시티1 산업단지'가 조성되면서 탕정 일대는 대규모 디스플레이 생산거점으로 성장했다.
삼성디스플레이의 투자를 기반으로 관련 기업들이 잇따라 자리 잡았고, 아산은 세계적인 디스플레이 산업 중심지 가운데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이번에는 장기간 중단됐던 디스플레이시티2 사업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산시는 지난 1일 충남도청 대회의실에서 충남도, 삼성디스플레이, 한국전력공사, 한국수자원공사와 총 67조원 규모의 '첨단 전략산업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아산 디스플레이시티2 일반산업단지 사업 재개를 공식화했다.

왼쪽부터 삼성 이재용 회자, 박수현 충남지사, 오세현 아산시장. ⓒ 아산시
디스플레이시티2는 삼성디스플레이 아산 1·2캠퍼스가 위치한 1단지의 후속 산업단지다. 지난 2017년 공사에 착수했지만 디스플레이 업황 둔화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2021년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이번 투자협약을 계기로 사업 재추진의 기반이 마련되면서 아산의 디스플레이 산업 경쟁력도 한 단계 더 강화될 전망이다.
삼성과 아산의 동행은 산업적 성장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해 온 상생의 역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 온양사업장은 임직원 기부로 운영되는 '나눔키오스크'를 통해 아산지역 취약계층 아동을 후원하고 사회복지기관에 친환경 차량을 지원하는 등 지역사회와의 상생활동을 이어왔다.
명절 직거래장터와 상생마켓을 운영하며 지역 농산물 소비 확대에도 힘을 보탰다. 삼성디스플레이도 아산시와 2013년 '행복아산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지역 복지기관 지원과 복지사각지대 해소, 사회복지사업 발굴 등에 협력해 왔다. 탕정한마음종합사회복지관 건립 지원을 비롯해 취약계층 지원, 교육환경 개선, 농촌 봉사활동 등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다양한 상생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이처럼 삼성은 아산에서 일자리와 수출, 산업 성장을 이끌었고, 아산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 기반과 산업 인프라를 꾸준히 확충했다. 대기업의 투자와 도시의 기반 조성이 맞물리면서 협력기업과 인력이 모여들었고, 생산과 연구개발, 물류가 연결되는 산업생태계도 형성됐다. 결국 삼성의 이번 113조 원 투자는 어느 날 갑자기 결정된 투자가 아니라 35년간 이어진 산업적 동행과 지역사회 상생을 통해 쌓인 신뢰가 바탕이 됐다는 분석이다.
오세현 아산시장은 "이번 삼성의 113조 원 투자는 '3대 메가프로젝트'의 첫 삽이 전국 최초로 아산에서 시작된다는 의미와 함께, 삼성이 아산의 성장 잠재력을 다시 한번 인증한 결단이기도 하다"며 "모든 행정 역량을 동원해 투자가 차질 없이 결실을 맺도록 밀착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의 선택은 결국 아산이 지난 35년간 쌓아온 산업 경쟁력과 도시 인프라, 그리고 기업과 지역이 함께 성장해 온 신뢰에 대한 재평가라는 의미를 갖는다. 아산은 이제 과거의 삼성 생산거점을 넘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양축으로 한 첨단 전략산업의 미래 거점으로 새로운 35년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