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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노래] ⑲ 백학 - 마르크 베르네스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 | press@newsprime.co.kr | 2026.09.03 09:28:31


[프라임경제] 햐얀 학

러시아의 민족시인이자 최고회의 의원이었던 '라술 감자노프'의 시다. 그는 2차대전에 참전, 독일과 러시아청년들의 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후 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1948년 봄, 그들이 죽어 햐얀 학이 됐으면 하는 바람을 시적언어로 표현했다.

이 시는 러시아에서 1969년 '얀 프레켈'이 곡을 놓아 노래가 됐고, 우리나라에서는 가수 박진광이 가사를 만들어 소리를 냈다.
 
소련의 국민가수이자 배우였던 '마르크 베르네스'가 불렀다. 이 노래가 나오자 안 부른 사람도, 한 번만 부른 사람도 없을 정도로 인기를 몰았다. 지난 1969년 5월7일 소련 전승절을 앞둔 날, 가수 베르네스가 프라우다극장에서 초연을 한다. 

군장성들은 숨소리도 내지 못한 채 들었고 노래가 끝나자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최고사령관 '이반 코네프'가 무대로 올라와 '베르네스'를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가 존재한다.

그 해 7월에 한 번의 레코딩으로 녹음을 마친 베르네스가 암으로 죽자, 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 했다. 이 곡을 OST로 쓴 영화, '에너미 앳 더 케이트'나 '브레스트요새', '스탈린그라드'같은 전쟁스토리를 본 후 이 노래를 들으면 더더욱 비장함이 느껴지지 않을까.

이 노래는 1995년 SBS방송의 광복 50주년특별기획, 모래시계의 OST가 되면서 우리에게도 익숙한 곡이 됐다. 이 드라마는 일일연속극으로 김종학과 송지나가 PD와 작가로 만나 제작했는데 보기 드문 대작이었다.

◆ 우우우~우우, 귀가시계

우우우~우우로 시작하는 이 노래의 줄거리는 최민수, 고연정, 박상원이 주연을 맡았다. 현대사의 격동기를 배경으로 세 젊은이의 엇갈린 운명을 통해 정의, 사랑, 권력, 그리고 시대의 아픔을 그린 작품이다. 

그 당시 평균 시청율이 50.8%에 달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방영시간에는 야근, 회식이 중지돼 거리가 한산했고 '귀가시계'라는 별명이 붙었다.

5.18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최초의 TV드라마로 삼청교육대, YH사건, 신민당 전당대회 각목 난동사건 등 실제 사건들과 인물을 잘 조화시킨 대본과 뛰어난 연출력이 돋보였다. 근현대사를 잘 드러낸 이 드라마의 성공으로 SBS는 전국네트워크를 확장하며 민영방송국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한다.

라술 감자노프가 이 시를 쓴 배경을 보자.

사실 그는 러시아인이 아닌 다케스켄공화국 출신으로 훈족 계열의 피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그 당시는 그의 조국이 쏘련에 병합된 까닭에 인류 역사상 가장 치명적인 단일 전투였던 독소전쟁에 참여한다. 

나치독일이 독소불가침조약을 파기하고 ‘바르바로사’라 명명된 군사작전을 전개해 일어난 이 전쟁으로 양측간 민간인 포함 3천만명이 넘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는 2차대전 총사망자수의 절반가량에 해당한다.

나치독일의 석유자원부족과 미국과의 전쟁대비등 여러가지 배경이 꼽힌다. 그러나 핵심적인 것은 영국의 굴복을 이끌어내기 위한 목적이 가장 결정적인 원인이었다는 게 지배적이다.

◆ 아돌프 히틀러의 꿈

아울러 게르만-아리아인 인종의 동방생존권이라 할 수 있는 '레벤스라움'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 유대-볼세비키혁명 세력제거, 열등인종이라 판단한 슬라브족 추방을 통해 천년제국을 꿈꾸는 아돌프 히틀러의 의중도 매우 강했다.

인종과 이념문제까지 얼키고 설켜 매우 참혹하고 비인륜적인 살상이 자행된 근대사의 큰 아픔이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시기인 1941년 6월부터 1945년 5월까지 3년 10개월 16일 20시간 1분 동안 나치독일과 소련사이에 발발한 전쟁, 스탈린그라드를 중심으로 전개된 이 전투는 짧은 기간에 가장 많은 사망자를 낸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소련은 총 2000만이 넘는 군인이, 독일은 300만이 넘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를 전쟁기간으로 나누면 분당 13.04명, 4~5초당 1명이 참화에 휩싸였다는 기록인데 믿기지 않을 정도의 참혹한 숫자다.

베트남 하노이 군사박물관에 가면 녹슨 잔해위에 수많은 비둘기가 날아오르는 조형물이 있다. 여기서도 전쟁 중 200만의 민간인과 1백만에 가까운 젊은 청년들이 죽었다. 죽은 모든 이들이 비둘기가 되어 날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을까. 

지구안에서 우리는 이렇게도 저렇게도 살면서 때론 걱정에, 우려에 휩싸이기도 하고 좋은 일이 생기면 기뻐도 하지만 전쟁하는 일같이 아주 큰, 나쁜 일은 없다.

몇몇 나라에서는 지금도 전쟁중이다. 나머지 세상사람들은 그들을 바라보며 '쯥쯥' 혀만 차댈 뿐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이란에서 또 중동에서 그리고 우크라이나에서 러시아에서 하물며 북한청년들까지 드론 등 현대식 무기와 폭탄에 쓰러져가고 있다. 아무 상관 없는 젊은이, 늙은이, 아이들과 여성을 비롯한 힘없는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다.

그 뿐이랴! 지구촌 곳곳에서 못살 것 같은 땅을 떠나 살 수 있는 나라로, 돈 벌이가 있을 것 같은 유럽 각지로 몰려드는 난민들의 죽음도 수없이 목격되고 있는 현실이다.

◆ 남들 만의 일이었으면

우리가 모르는 세 가지가 있다고 한다. 우리가 얼마나 잘 사는지, 일본이 얼마나 큰 나라인지, 우리가 얼마나 위험한 곳에서 살고 있는지다.

우리도 언젠가 세계 정세변화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남들 일이라 여기던 광난의 전쟁상황이 도래할지 모를 일이다. 전쟁만은 일어나선 안된다.

시인 감자노프의 바람대로 전쟁으로 죽어 간 모든 이들이 백학이나 비둘기가 돼 하늘로 날아 올라갔으면 좋겠다.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칼럼니스트·시인·대지문학동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前)/국회 환노위 정책자문위원/ 국회의원 보좌관(대구)/ 쌍용그룹 홍보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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