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중요한 것은 창신이 잘되는 게 아니라 고객사가 잘되는 것입니다. 고객의 성공을 돕다 보면 우리도 자연스럽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신건우 창신 대표는 지난달 24일 경기도 화성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지금까지는 좋은 화장품 용기를 만들어 공급하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도왔다면 앞으로는 내용물 제조와 해외 인증, 유통, 마케팅까지 더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1988년 설립된 창신은 화장품 용기의 사출부터 후가공, 조립까지 전 공정을 자체 수행하는 패키징 전문기업이다.
최근 K뷰티가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면서 화장품 제조업계의 과제도 달라졌다. 제품을 빠르게 개발하는 것뿐 아니라 갑자기 늘어난 주문을 품질 저하 없이 제때 공급하는 역량이 중요해졌다.
신 대표는 이러한 시장 변화에 대응해 창신을 단순 용기 제조사를 넘어 제품 기획과 생산, 유통을 연결하는 '코스메틱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한다는 구상이다. 신 대표에게 취임 이후 변화와 K뷰티 시장 전망, 창신의 미래 전략을 들어봤다.
Q. 지난해 말 대표로 취임한 이후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무엇인가.
가장 먼저 조직 안정화에 집중했다. 회사의 주인이 바뀌는 과정에서 오랜 기간 창신을 지켜온 구성원들이 불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창신이 시장에서 좋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현장의 직원들이 잘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취임 후 타운홀 미팅에서 "첫 번째 고객은 직원"이라고 말했다. 사람이 중요한 회사이고, 직원들이 가장 먼저 존중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성과가 나면 구성원과 보상을 나누고 일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공장 현장은 사출기에서 발생하는 열기로 근무 환경이 녹록지 않다. 물류 공간에 냉방 설비를 보강하고 직원들의 제안을 받아 복지제도를 개선하는 등 현장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회사 비전도 경영진만 알고 있어서는 안 된다.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을 기사를 통해 처음 접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매달 타운홀 미팅을 열어 우리가 왜 투자하고 어떤 회사로 성장하려는지 직접 설명하고 있다.
Q. 올해 매출 1000억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성장 배경은 무엇인가.
지난해 매출은 약 750억원이었고 올해는 1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K뷰티의 글로벌 성장으로 기존 고객사의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 주효했다.
사출업은 직원들이 열심히 한다고 생산량이 무한정 늘어나는 산업이 아니다. 기계가 일정 시간 동안 생산할 수 있는 수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설비투자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출도 늘릴 수 없다.

공장에서 용기가 생산되고 있는 모습. = 이인영 기자
이에 창신은 늘어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대형 사출기를 추가로 도입하고 금형 투자도 확대하고 있다.
시장 흐름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어 투자를 확대하는 데 위험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결국 판단의 영역이다. 다만 성장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판단되는 고객사와 제품에는 과감하게 투자하고 있다.
Q. K뷰티 성장으로 브랜드사의 요구도 달라졌나.
과거와 비교해 화장품이 해외에서 팔리는 규모 자체가 달라졌다. 새로운 인디 브랜드가 많이 등장한 것도 변화지만, 기존 브랜드의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갑자기 큰 인기를 얻으며 주문량이 급증하는 사례가 늘었다.
마케팅을 통해 제품이 주목받더라도 공급할 물량이 없으면 매출로 이어지지 않는다. 용기 역시 마찬가지다. 수요가 급증했을 때 품질을 유지하면서 대량으로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라면 1인분을 맛있게 끓이는 것과 한꺼번에 100인분을 같은 맛으로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화장품 용기도 적은 물량을 생산하다가 갑자기 수십 배를 만들어야 하면 난도가 크게 올라간다.
특히 해외로 보낸 제품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하면 회수와 교환도 쉽지 않다. 물류비가 제품 가격보다 더 많이 들 수도 있다. 결국 K뷰티 성장 국면에서는 단순히 용기를 만드는 것을 넘어 필요한 물량을 제때, 같은 품질로 공급하는 능력이 경쟁력이다.
Q. 대량 주문에 대응할 수 있는 창신만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사출부터 후가공, 조립까지 전 공정을 연결해 운영한다는 점이다. 창신은 주문 물량의 상당 부분을 자체 프리몰드로 생산하고 있다. 고객사는 별도의 금형을 새로 개발하지 않고도 기존 프리몰드에 디자인과 후가공을 적용해 제품을 빠르게 출시할 수 있다.
금형은 단순히 많이 보유한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금형의 상태가 제품 품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매일 청소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창신은 업계에서 두껍고 투명한 고난도 용기를 잘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비싸지만 품질이 좋은 회사'라는 이미지가 형성돼 있었다.
앞으로는 이러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히려고 한다. 좋은 제품을 잘 만들던 회사가 가성비 제품까지 생산하는 것이 반대의 경우보다 경쟁력이 있다고 본다.
Q. 제품 의뢰부터 양산까지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리나.
창신의 제품과 강점을 잘 아는 숙련된 브랜드 담당자와 협업하면 의뢰부터 양산까지 약 한 달 반이면 가능하다. 반면 여러 업체의 제품을 비교하고 디자인과 후가공을 반복해서 수정하면 3개월에서 5개월가량 소요되기도 한다.
브랜드사가 제품 콘셉트를 정하면 창신이 보유한 용기 가운데 적합한 제품을 고르고, 로고와 색상·코팅·인쇄 등을 적용한 샘플을 만든다. 이후 수정 작업을 거쳐 발주가 확정된다. 창신은 이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별도의 샘플 전담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고객이 요청하는 대로만 만드는 것은 진정한 비즈니스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경험이 부족한 고객이라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상담하고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최종 결정은 고객이 하지만 제조사가 가진 경험과 정보를 충분히 제공할 필요가 있다.
Q. 인공지능(AI)을 제조와 영업에 접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I를 도입한다고 막연하게 업무가 혁신되는 것은 아니다. 어디에 어떻게 활용할지 구체적인 목적이 있어야 한다.
창신은 AI를 활용해 고객사의 브랜드 특성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고객사가 이미 보유한 제품과 비어 있는 제품군을 파악한 뒤 창신의 금형과 연결해 맞춤형 제품을 제안하는 방식이다.
국내 올리브영을 비롯해 미국 아마존·틱톡숍·울타뷰티, 유럽 주요 유통채널 등에서 어떤 브랜드와 제품이 주목받는지도 분석할 계획이다. 과거에는 직원이 국가별 자료를 일일이 찾아 정리해야 했지만 AI를 활용하면 방대한 정보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국가별 트렌드에 맞는 신규 금형을 개발하거나 고객사에 새로운 제품을 제안할 수 있다. 브랜드 트렌드 보고서 형태로 가공해 고객사에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단순히 "이 용기를 사용해보라"고 제안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브랜드가 어떤 시장을 공략하고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목표다. 강남 오피스를 방문한 고객이 적어도 하나의 새로운 아이디어나 인사이트를 얻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Q. '만드는 제조'에서 '제안하는 제조'로 전환한다는 의미인가.
기존 화장품 용기 영업은 고객사가 요청한 샘플을 빠르게 제공하거나 새로 개발한 금형을 소개하는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제조사가 기술적으로 어려운 제품을 개발해도 브랜드사의 판매 전략이나 가격과 맞지 않으면 실제 제품으로 이어지기 어렵다.
브랜드를 직접 운영해보니 제조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과 브랜드가 고민하는 지점 사이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브랜드는 제조 공법 자체보다 이 제품을 어떻게 마케팅하고 어떤 판매 포인트를 만들 수 있는지를 더 고민한다. 아무리 기술적으로 뛰어나도 원가가 지나치게 높거나 소비자에게 설명하기 어려우면 선택받기 힘들다.
따라서 시장과 브랜드를 이해한 상태에서 제품을 제안해야 한다. 고객의 요청에 대응하는 제조사가 아니라,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먼저 찾아 상담하는 제조사로 바뀌어야 한다.
Q. 용기를 넘어 통합 코스메틱 솔루션 기업으로 확장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브랜드가 성공하려면 용기 외에도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내용물을 제조해야 하고 해외에 진출하려면 국가별 인증을 받아야 한다. 현지 유통업체와 바이어를 만나야 하며 소비자에게 제품을 알리기 위한 마케팅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고객사가 이러한 서비스를 필요로 하면 관련 업체를 연결해주는 정도였다. 앞으로는 단순히 "소개해주겠다"가 아니라 "창신이 함께 해결하겠다"는 방향으로 가려고 한다.
모든 기능을 창신 내부에 직접 구축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각 분야에서 경험과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과 손잡고 사업 영역을 넓힐 계획이다. 내용물 제조와 인증, 유통, 마케팅 등을 하나의 서비스로 연결해 고객사가 필요한 부분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창신다운 제조를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브랜드사가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돕는 친구이자 파트너'다. 용기는 그 관계를 시작하는 가장 단단한 기반이다.
Q. 향후 K뷰티 시장을 어떻게 전망하나.
앞으로 몇 년 동안은 성장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미국에서는 K뷰티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확대되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하려면 실제 판매량과 별개로 매장마다 초도 물량을 공급해야 하므로 필요한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다.
유럽은 아직 K뷰티가 본격적으로 확산하는 초기 단계라고 본다. 중동과 남미 등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기업들은 미국과 유럽의 수요에 대응하는 것만으로도 빠듯한 상황이다.
미국 시장은 진입이 어렵지만 한번 자리 잡은 제품이 비교적 오래 판매되는 특성이 있다. K뷰티가 단기간 유행에 그치기보다 현지 시장에 안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이유다.
다만 브랜드사의 과제는 더 어려워졌다. 국가별 소비자와 유통채널이 다르기 때문에 현지 인플루언서를 활용해야 하고, 마케팅 전략도 달라야 한다. 제조사가 눈을 감고 물량만 공급할 것이 아니라 브랜드가 현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정보를 나누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
Q. 향후 창신의 목표와 청사진은 무엇인가.
제조사라는 뼈대는 더욱 단단하게 가져갈 것이다. 다른 사업을 하기 위해 용기 제조를 약화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가장 잘 만드는 회사가 되는 것이 첫 번째 목표다.
그 위에 내용물 제조와 해외 인증, 유통, 마케팅 등 고객의 성공에 필요한 서비스를 더하려고 한다. 창신은 너무 작아 충분한 생산능력을 제공하지 못하는 회사도 아니고, 조직이 지나치게 커 새로운 변화를 시도하기 어려운 회사도 아니다. 제조 기반과 성장성을 모두 갖춘 지금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기 좋은 시기라고 생각한다.
오는 9월에서 10월 사이 강남 오피스와 쇼룸, 샘플 공간을 마련할 계획이다. 회사의 새로운 방향을 담기 위한 사명 변경도 추진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창신의 설비와 기술을 자랑하는 데 그치지 않는 것이다. 고객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는지 먼저 이해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고객이 잘되도록 돕는 것이 창신의 역할이자 우리가 성장하는 방법이다.
◇ 신건우 창신 대표는
한국콜마 화장품사업부에서 마케팅과 영업 업무를 담당하며 화장품 업계에 입문했다. 이후 한국화장품제조 B2B본부장을 맡아 화장품 ODM 영업과 마케팅, 디자인 등을 총괄했다. 화장품 브랜드 운영 경험을 거쳐 2025년 12월 창신 대표이사로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