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학교와 공공기관, 기업체 급식실에서 일하는 조리원들의 하루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수백 명에서 많게는 수천 명의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쌀을 씻고, 수십 킬로그램에 달하는 식재료를 옮기며, 대형 국솥과 조리기구를 다루는 작업이 반복된다.
조리가 끝난 이후에도 배식, 설거지, 식판 정리, 음식물 폐기물 처리까지 이어지는 업무는 허리를 제대로 펼 시간조차 허락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업무환경 속에서 발생하는 허리질환을 단순히 '나이가 들어 생긴 퇴행성 질환'으로 치부하는 경우가 여전히 적지 않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은 사고뿐만 아니라 업무로 인해 발생하거나 악화된 질병도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허리디스크(요추 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퇴행성 요추질환 등도 업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면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급식실 조리원은 허리에 부담을 주는 대표적인 직종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급식실 조리업무의 특징은 단순히 무거운 물건을 드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20~30kg 이상의 쌀포대와 식재료를 반복적으로 운반하고, 대형 국솥을 세척하기 위해 허리를 깊이 숙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또 낮은 작업대에서 재료를 손질하거나 무거운 식판을 반복적으로 옮기는 과정이 매일 이어진다. 조리기구를 세척하기 위해 몸을 비틀거나 허리를 굽힌 상태에서 힘을 주는 작업도 빈번하다. 이러한 작업은 척추에 지속적인 압박을 가하고, 추간판과 주변 근육·인대에 반복적인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실제로 근로복지공단에서도 장기간 급식실에서 근무하며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과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지속한 조리원의 요추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 등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한 사례가 꾸준히 존재한다.
특히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동일한 작업을 반복한 경우에는 퇴행성 변화가 일부 존재하더라도 업무가 질병을 자연적인 진행 속도 이상으로 악화시켰다면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수 있다. 즉, 퇴행성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산재가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는 근무기간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내용이 중요하다. 하루 급식 인원은 얼마나 되는지, 중량물을 얼마나 자주 운반했는지, 작업대의 높이는 적절했는지, 허리를 숙인 자세가 얼마나 반복되었는지, 인력 부족으로 작업강도가 높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따라서 산재를 준비할 때에는 단순한 진단서만 제출하기보다 작업사진, 동영상, 동료 진술서, 업무분장표, 급식 인원 자료 등 업무부담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함께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장에서는 허리 통증을 참고 일하다가 더 이상 견디지 못해 수술을 받은 뒤에야 산재 상담을 의뢰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증상이 발생한 초기부터 치료기록을 남기고 업무와의 관련성을 정리해 두는 것이 산재 인정 가능성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급식실 조리원은 우리 사회의 식사를 책임지는 필수노동자다. 하지만 그들의 노동은 여전히 과소평가되고 있으며, 허리질환 역시 개인의 노화나 체질의 문제로만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반복되는 중량물 취급과 장시간의 불편한 작업자세가 척추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결코 가볍지 않다.
산업재해보상제도는 이러한 업무상 부담으로 인해 발생한 질병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허리질환이 발생했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포기하기보다 자신의 업무환경을 면밀히 살펴보고 산재 해당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장의 노동을 올바르게 평가하는 것, 그것이 산업재해보상제도의 본래 목적이기 때문이다.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