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충남 서천군의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산림을 넘어 춘장대해수욕장과 장항송림자연휴양림 등 대표 관광자원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선제적인 방제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의 한 마을 뒷산에서 소나무재선충병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소나무들이 붉게 말라가고 있다. ⓒ 프라임경제
서천군이 공식 관리하는 재선충병 피해 규모는 지난 5월 말 기준 3만1427그루다. 하지만 현장 취재 과정에서 확인된 고사목과 감염 의심목까지 포함하면 실제 피해 규모가 10만그루를 넘어섰을 것이라는 추정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10만그루는 개별 시료 채취와 검경을 거쳐 재선충병 감염이 확정된 수치가 아닌 만큼 공식 감염목 집계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서천군 비인면과 종천면 일대, 보령시 경계 국도 주변 산림에서는 한여름에도 잎이 누렇게 변하거나 갈색으로 말라 죽은 소나무가 곳곳에서 확인됐다. 피해가 집중된 산림은 고사목이 띠처럼 이어지는 등 사실상 초토화된 모습을 보였으며, 살아 있는 소나무 사이에서도 잎이 갈색으로 변한 나무가 잇따라 관찰됐다.
서천군 관계자는 공식 관리 수치인 3만1427본과 실제 산림 피해 규모 사이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해면적을 기준으로 고사목과 감염 의심목을 환산할 경우 10만본 이상으로 추산된다는 것이다. 이는 공식 집계보다 3배 이상 많은 규모다.
그러나 고사목이라고 해서 모두 재선충병 감염목으로 볼 수는 없다. 가뭄이나 고온 등 기후 요인과 다른 병해충, 자연적인 고사 등이 원인일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확한 피해 규모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고사목에 대한 전수 예찰과 시료 채취, 정밀 검경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충남지역 소나무재선충병 피해도 특정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 지난 5월 말 기준 서천 3만1427그루를 비롯해 태안 3만4783그루, 보령 3만1751그루, 청양 3만1717그루 등 4개 시·군의 피해 규모가 충남 전체의 92.7%를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 일대 소나무 군락지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집단 고사하면서 산 전체가 붉은 단풍이 든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프라임경제
특히, 서천은 보령과 맞닿은 산림지역을 중심으로 피해가 확산하고 있어 행정구역을 넘어선 광역 방제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은 매개충을 통해 확산하는 특성상 한 지자체의 방제만으로는 확산세를 차단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재선충병이 서천의 대표 관광자원인 해안 곰솔숲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이다. 춘장대해수욕장에는 약 19.6헥타 규모의 곰솔숲이 조성돼 있다. 해안에서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모래 이동을 막는 방풍림 역할은 물론 피서객들에게 그늘을 제공하는 자연 휴식공간이기도 하다.
서천군은 그동안 춘장대 곰솔숲에 예방나무주사를 시행해 왔지만 인접 산림의 피해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지속적인 정밀 예찰과 방제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현장에서는 완전히 말라 죽은 곰솔도 확인됐다. 다만 해당 고사목이 재선충병에 감염됐는지는 시료 채취와 검경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장항송림자연휴양림 역시 재선충병 확산을 막아야 할 핵심 보호지역으로 꼽힌다. 1954년부터 조성된 장항송림에는 해안을 따라 약 1만2000그루의 곰솔이 자라고 있다. 특히 소나무 아래 조성된 보랏빛 맥문동 군락은 장항송림을 대표하는 관광자원이다. 해마다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으며 올해도 오는 28일부터 30일까지 제4회 장항 맥문동 꽃축제가 열릴 예정이다.
장항송림의 곰솔숲이 훼손될 경우 맥문동과 소나무가 어우러진 특유의 경관 자체가 크게 훼손될 수밖에 없다. 현재 장항송림에서 소나무재선충병 집단 감염이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주변 지역의 확산 속도를 고려하면 감염 여부를 조기에 확인하고 예방 방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항송림 주변에서는 춘장대와 비인면 등 피해 지역과 장항송림을 동일하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을 지나는 국도 21호선과 77호선 주변 산림에서 고사한 소나무들이 광범위하게 관찰되고 있다. ⓒ 프라임경제
김용빈 서천사랑시민모임 관계자는 "장항 송림리 곰솔숲은 예방약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현재까지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나무가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에서 재선충병 피해목으로 언급한 나무도 주민들이 보기에는 오래전 벼락을 맞아 죽은 나무"라고 말했다.
이어 "반면 춘장대해수욕장과 비인면, 판교면, 당정리 일대는 도로에서도 확인될 정도로 소나무 집단 고사가 심각하다"며 "행정기관이 조기에 예찰하고 예방 방제를 강화했어야 하는데 피해가 커질 때까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장항 송림과 같은 주요 곰솔숲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피해 지역까지 빠짐없이 조사해 고사목 제거와 예방 조치를 서둘러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천군은 지난 7월 산림청에 특별방제구역 지정을 신청했다. 특별방제구역으로 지정되면 계절적 제약을 줄이고 연중 방제를 추진할 수 있어 급속히 확산하는 피해에 보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군은 피해가 심각한 지역에서는 모두베기와 수종전환 조림을 확대하고, 확산 최외곽 지역인 선단지에서는 예방나무주사와 감염목 제거를 집중하는 방식으로 방제 전략을 세우고 있다.

충남 서천군 서천읍 도로변에 소나무재선충병 감염목이 마치 단풍이 든 것처럼 고사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춘장대와 장항송림 등 보전 가치가 높은 곰솔숲은 일반 산림과 별도로 특별관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예방나무주사와 정밀 예찰을 병행하면서 감염목이 확인될 경우 즉시 제거하는 '선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방제 예산도 크게 늘었다. 서천군이 앞서 공개한 올해 방제 예산은 44억원으로 지난해 17억원보다 약 2.6배 증가했다. 현장 관계자는 현재 방제 예산 규모를 약 46억원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피해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예산 확대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에서 고사목을 벌채한 뒤 운반·파쇄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데다 피해목 발생 속도가 제거 속도를 앞지를 경우 방제 공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방제 예산뿐 아니라 작업 장비와 인력을 동시에 확대하고, 피해 지역을 여러 구역으로 나눠 동시다발적으로 방제하는 방식이 요구된다.
특히 관내 방제업체뿐 아니라 충남지역 면허업체까지 참여할 수 있도록 광역 방제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방제사업의 계약과 집행 과정 역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서천군 관계자는 그동안 산림조합에 수의계약 방식으로 맡긴 방제사업비가 20억원을 넘는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러나 정확한 계약 규모와 사업별 금액, 대상 면적, 실제 벌채량 등에 대해서는 추가 집계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충남 서천군 비인면 충서로와 국도 21·77호선 주변 산림에서 고사한 소나무들이 잿빛을 띤 채 군락을 이루고 있다. ⓒ 프라임경제
재선충병 피해가 재난 수준으로 확대된 상황에서 방제 물량이 특정 기관에 집중되는 방식이 효율적인지에 대한 점검도 필요하다. 사업별 계약금액과 대상 면적, 벌채량, 파쇄·처리 실적 등을 공개하고 방제 물량을 여러 업체가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경쟁과 분산을 통한 신속 방제체계를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홍대 산림청 산림병해충과장은 "피해가 심각한 지역일수록 방제 우선순위를 명확히 하고 중요한 지역을 먼저 보호해야 한다"며 지역별 피해 특성을 반영한 집중 방제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국 서천의 소나무재선충병 대응은 단순히 감염목을 찾아 베어내는 수준을 넘어 관광·환경·지역경제를 함께 지키는 종합 방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춘장대 곰솔숲과 장항송림은 단순한 산림자원이 아니라 서천의 해안 경관과 관광산업을 지탱하는 핵심 자원이다.
감염이 확인된 뒤 제거하는 방식으로는 이미 늦을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피해 규모를 정확하게 다시 파악하고, 고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 방제를 강화하는 동시에 특별방제구역 지정과 광역 방제체계를 조속히 가동하는 것이다.
아울러 수십억원대 방제사업이 투입되는 만큼 계약 과정과 사업 실적까지 투명하게 공개해 방제의 속도와 효율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천의 소나무숲을 지키는 일이 곧 춘장대와 장항송림의 관광경관을 지키고 지역경제를 지키는 일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