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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피플]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② "사람은 머물고, 돈은 골목으로"

크루즈 관광특구·트롤리버스·산복도로 재생 …해수부 이전,지역상생 고심

서경수 기자 | sks@newsprime.co.kr | 2026.08.28 20:25:41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이 본지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해양수산부가 들어오고 북항이 바뀐다고 동구가 저절로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관광객 400만명 시대를 앞둔 부산. 내·외국인 방문객 상당수가 부산역을 통해 도시로 들어오지만, 곧장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가면 원도심 주민에게 돌아오는 몫은 크지 않다. 크루즈 관광객 역시 배에서 내려 이동버스에 오른다면 동구에는 그저 숫자만 남는다.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이 북항 못지않게 골목과 산복도로를 들여다보는 이유다. 그의 다음 구상은 관광객을 골목에 머물게 하고 소비를 전통시장과 상권으로 잇는 것이다. 노후 주거지까지 되살아나야 북항의 변화가 직접 주민 삶에 와닿는다는 판단에서다.

강 청장은 프라임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관광객이 몰려와도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없으면 동구를 찾지 않는다"며 "찾아올 만한 거리와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 크루즈 관광특구…"흐르는 동선에서 머무는 관광으로"

동구는 최근 전국 최초로 크루즈 관광특구에 지정됐다. 부산역과 북항, 차이나타운, 산복도로를 하나의 권역으로 묶어 늘어나는 국내외 여행객을 원도심으로 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관광특구에서는 옥외광고물 규제 완화와 공개공지 활용, 시설 지원 등 각종 특례를 적용할 수 있다. 관련 조례와 기준이 마련되면 공개공지 등을 활용해 로마·파리의 노천 테라스 카페와 같은 분위기도 연출할 수 있다.

그는 "크루즈나 KTX를 이용해 부산을 찾은 외국인에게 더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할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기반이 갖춰지는 대로 특구 범위도 단계적으로 넓힐 계획이다.

2027년 운행을 목표로 준비 중인 관광 트롤리버스가 첫걸음이다. 주요 정류장에서 자유롭게 타고 내리며 여행과 쇼핑을 즐기는 순환형 이동수단이다. 강 청장이 시위원 시절부터 진행한 사업이다. 부산역과 자유시장에 그치지 않고 좌천과 산복도로, 기존 관광지를 경유하도록 노선을 살피고 있다.

"관광은 우리가 가져가야 한다." 동구 조직개편에 '해양'과 '관광'을 핵심 기능으로 넣은 이유다.

 보행시설 확충…산복도로 약점을 관광자산으로

강 청장은 원도심의 불편으로 꼽혀온 골목과 계단, 급경사에서 가능성을 찾고 있다. 산복도로 자체를 관광자원으로 바꾸겠다는 발상이다.

첫발은 '초량 168계단' 일원이다. 노후 계단과 엘리베이터 등 이동시설을 정비하고 포토존을 확충해 골목에 이야기를 입힌다. 청년 식당과 책방, 카페도 관광동선으로 잇는다. 강 청장은 "관광은 볼 것만 있어서는 안 된다. 먹을 것도 있고 쉴 곳도 있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이 초량이바구길 상인을 만나 대화하는 모습. ⓒ 부산 동구청


일부 구간에는 에스컬레이터 도입도 검토한다. 이동시설을 확충해 여행객을 산복도로 위까지 이끌고, 부산항 조망과 골목 풍경을 자산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좌천·수정동에 흩어진 임진왜란과 항일운동, 근현대사 흔적도 보행로로 연결한다. 점처럼 놓인 역사문화 자원을 하나의 관광길로 묶는 작업이다.

◆ 이중섭거리 재정비…"스토리가 있어야 사람이 온다"

이중섭거리도 새로 짠다. 시설 보수를 넘어 화가 이중섭이 부산에서 보낸 삶을 거리의 이야기로 되살리는 작업이다.

노후주택 매입과 이동시설·전시공간 확충하고 주변 식당과 상점을 여행자 동선으로 연결한다. 일본인 아내 마사코와의 인연과 가족사도 거리의 주요 서사로 풀어낸다.

제주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을 관광자원으로 발굴했듯이 동구에 남은 흔적도 적극적으로 꺼내겠다는 구상이다.

옛 보림극장 일대에는 나훈아·남진 등 당대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졌던 원도심 대중문화의 기억을 입힌다. 조형물과 QR코드 등을 활용해 곳곳에 흩어진 이야기를 잇고, 복고풍 정취를 살려서 걷고 머물 이유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 관광 넘어 정주로…산복도로 주거 재편 구상

방문객 유입만으로 산복도로의 주민들 삶까지 되살릴 수는 없다. 동구 산복도로에는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빈집이 늘고 거주율이 떨어진 공동주택도 적지 않다. 생활 기반이 무너지면 골목을 지탱하기 어렵다.

강 청장은 노후 공동주택에 공공기관이 참여하는 순환형 정비를 구상하고 있다. LH나 HUG 등이 인근 역세권에 임대주택을 마련해 기존 주민의 재정착을 돕고, 기존부지를 새로운 주거공간으로 재편하는 방식이다.

부산항 조망을 살린 저층형 주택과 타운하우스를 조성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 밑그림이다. 서울 한강변의 고급 빌리지를 산복도로에 옮겨놓는 모습이다. 

다만 현실화까지는 갈 길이 멀다. 공공기관 참여와 사업성, 주민 재정착, 도시계획과 재원 확보 등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강 청장도 중장기 로드맵이 필요한 사업으로 보고 있다.

◆ 해수부는 왔는데…지역 상권 체감은 아직

해수부 이전 효과와 지역상권의 온도차도 숨기지 않았다. 임시청사 입주 초기에는 구내식당이 없어 직원들이 수정시장 등 주변 식당을 찾았다. 

그러나 구내식당 운영과 셔틀버스 운행이 시작되면서 지역 소비가 줄었다. 이전 기대감에 임대료가 오르고 인력을 늘린 상인들은 매출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강철호 부산 동구청장이 지역 주민들과 골목길 환경 점검 중이다. ⓒ 부산 동구청

강 청장은 "주민들은 해수부의 행정기능보다 작은 상권이 살아나는 것을 보며 '해수부가 왔구나'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동구는 해수부에 구내식당 휴무일 확대를 요청하고 지역화폐 '이바구페이' 이용 방안도 협의하고 있다. 셔틀버스 역시 지역 소비와 연결할 방법을 찾고 있다. 강 청장은 해수부 장관과 만나 이 문제를 주요 의제로 제기할 계획이다.

방문객이 골목에 머물고 소비가 시장으로 흐르며, 오래된 주거지가 다시 삶의 터전이 될 때 비로소 도시의 변화를 주민이 체감한다. 

결국 동구의 앞날을 가르는 것은 새 건물 몇 채를 세우느냐가 아니다. 흩어진 역사와 공간, 사람을 하나로 잇고 원도심에 다시 살고 싶은 이유를 만드는 것. 강철호 청장이 그리는 동구의 미래는 그 낡은 골목에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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