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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소의 행동, 데이터로 통역" 신민용 바딧 대표

파머스핸즈 …국내 160개 농가·1만2000두 관리 돌파

홍재현 기자 | hjh2@newsprime.co.kr | 2026.08.28 10:18:04
[프라임경제] "소는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않고, 발정이 와도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몸은 이미 수많은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는 AI로 그 미세한 행동을 분석해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정보로 통역합니다."

신민용 바딧 대표 ⓒ 바딧


신체(Body)와 기술(Technology)을 결합한 바딧(Bodit, 대표 신민용)은 당초 사람뿐 아니라 동물, 로봇 등 미세 움직임 분석이 필요한 영역을 겨냥해 출발했다. 사람의 심전도(ECG)와 맥파(PPG)를 분석하던 첨단 신호처리 기술을 축산 현장으로 무대를 옮긴 것이다.

전환점은 19년도 아태반추동물연구소 축산 전문가들과의 만남이었다. 신 대표는 "전 세계 약 16억 마리의 소가 있지만 살아있는 개체의 미세한 행동을 분석하는 기술은 부족했다"며 "사람에게 적용하던 정밀 신호처리 기술을 축산으로 옮겼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탄생한 솔루션이 바로 AI 기반 가축 모니터링 시스템 '파머스핸즈(Farmer's Hands)'다.

◆정밀 AI로 가축의 미세 행동까지 분석

기존 모니터링 기기가 단순 활동량만 측정하는 '만보기' 수준이었다면, 파머스핸즈는 가축의 세부 행동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는 'AI 행동 통역기'다.

초당 25회 신호를 수집하고 자체 AI로 분석해 사료 섭취, 되새김질, 휴식, 활동량은 물론 기침 횟수와 승가(올라타기) 횟수 및 추적 행동 등 사람이 지속적으로 관찰하기 어려운 미세 행동까지 구분한다.

이 기술은 동물용 의료기기 기준 임상 정확도 97%, 머신러닝 정확도 지표인 F1-score 95%를 기록했다. 특허 역시 등록 18건, 출원 33건을 확보해 강력한 기술 장벽을 구축했다.

특히 기침은 바딧의 기술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뜀박질이나 몸 부딪힘 등 일반적인 움직임과 기침 때 발생하는 미세 파형을 구분해 개체별 기침 횟수를 측정한다.

신 대표는 "콧물이나 발열 같은 육안 증상이 나타나기 3~5일 전부터 기침과 행동 변화를 확인할 수 있어 농가가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발정 역시 단순 활동량 증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승가와 추적 행동 등 여러 행동 변화를 함께 분석해 수정 적기를 농장주에게 알려준다.

◆숫자로 증명된 농가 생산성 혁신 

현장 중심의 접근은 뚜렷한 성과로 증명됐다. 신 대표는 "통상 21일 주기인 소의 발정기를 놓쳐 발생하는 '공태일(비임신 기간)'을 평균 50일가량 줄였다"며 "번식우 50두 농가 기준 연간 인건비 한 명분을 아끼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모바일 앱으로 최적의 수정 적기를 제시하면서 기존 60~70% 수준이던 수태율은 80~90%대까지 상승했다"고 전했다. 70~80대 고령 농장주도 쉽게 쓸 수 있는 직관적인 UI 설계가 주효했다.

실제 현장 성과도 두드러진다. 도입 농가에서는 20~30%에 달하던 송아지 폐사율이 0%대로 감소했으며, 평균 이유체중은 12.4kg(약 14%) 증가했다.

회사는 지금까지 1500두 이상의 송아지 폐사를 방지했다. 파머스핸즈 도입 농가들은 전국 한우능력평가대회에서 주요 상을 휩쓸기도 했다.

바딧은 소의 '기침'을 잡기 위해 파머스핸즈를 활용하고 있다. ⓒ 바딧



◆구독 모델 전환과 글로벌 '축산 AI 인프라' 도약

비즈니스 모델도 혁신했다. 기존 20대 기준 1200만 원 상당의 하드웨어 일회성 판매 방식에서 30대 기준 초기 도입비 270만 원, 월 18만 원 수준의 구독형 SaaS로 전환해 진입 장벽을 낮췄다. 

그 결과 농가 이탈률 0%를 기록하며 관리 두수는 2022년 300두에서 현재 국내 160개 농가 1만2000두를 돌파했다.

해외 시장 확장도 빠르다. 미국, 뉴질랜드, 영국, 호주 등 축산 선진국을 포함해 전 세계 14개국에 진출했다. KOICA 사업을 통해 진출한 케냐에서는 치사율이 높은 동안성열병(ECF) 조기 대응으로 폐사율을 크게 낮췄으며, 개체별 건강 관리를 통해 일일 우유 생산량을 12L에서 최대 20L까지 끌어올렸다.

국제축산연구소(ILRI)와는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고온 스트레스 유전개량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술 리포트를 발간하기도 했다.

신 대표는 단순 하드웨어 제조사를 넘어 글로벌 축산 데이터 플랫폼을 지향한다. 

센서를 착용한 개체가 늘어날수록 소가 먹고, 쉬고, 아프고, 번식하고 성장하는 전 과정의 데이터가 축적된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측정하기 어려웠던 가축의 건강과 생산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된다.

그는 이를 '측정 가능하고(Measurable), 검증 가능하며(Verifiable), 금융화할 수 있는(Financeable) 가축 데이터'라고 주장했다. 또 CGM을 통해 Impact 거래의 초기시장을 구축 중에 있다.

이 데이터가 충분히 축적되면 정밀 수의진료뿐 아니라 가축 보험과 금융, 육종, 동물복지, 기후금융 등으로 확장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이 기술력을 인정받아 바딧은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創工) 구로' 7기 육성기업으로 선정돼 액셀러레이터 씨엔티테크(대표 전화성, CNT테크)의 지원을 받고 있다.

실제 파머스핸즈를 착용한 소의 모습. ⓒ 바딧



신 대표는 "파머스핸즈는 농장주에게 '또 하나의 손'을 만들어주겠다는 의미에서 시작했다"며 "이제는 질병과 발정을 알려주는 것을 넘어 그동안 측정하기 어려웠던 가축의 상태를 데이터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시작한 기술로 전 세계 축산업의 데이터를 연결하고, 글로벌 축산 AI 인프라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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