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휴온스(243070)와 휴온스랩의 흡수합병이 약 3개월 만에 철회됐다.
당초 신약 파이프라인과 연구개발(R&D) 역량을 사업회사에 결집해 바이오 사업 경쟁력을 높이려 했지만, 주주 반대와 주가 하락, 합병가액과 현 주가 간 괴리 등이 발목을 잡았다. 합병에 따른 재무 부담과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까지 고려하면서 휴온스그룹은 바이오 사업을 별도 성장시키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게 됐다.
2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휴온스는 전날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휴온스랩과의 합병 계약을 해제하기로 이사회에서 결의했다. 같은 날 휴온스글로벌 이사회도 양사 합병을 위해 예정했던 임시주주총회 소집을 취소했다.
휴온스는 지난 5월18일 휴온스랩을 흡수합병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합병을 통해 휴온스랩이 보유한 바이오의약품 및 펩타이드 의약품 관련 연구개발 역량과 파이프라인을 사업회사 내부로 편입하고, 연구개발부터 사업화까지 일원화한다는 구상이었다.
하지만 합병 추진 이후 시장 환경이 달라지면서 주주가치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휴온스 특별위원회는 정부 정책 변화와 휴온스글로벌 주주들의 반대, 증시 환경 변화에 따른 휴온스 주가 하락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했다. 특히 합병 당시 산정된 합병가액과 현재 주가 간 차이가 확대되면서 기존 주주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도 주요 고려 대상이 됐다.
◆주주가치 부담에 합병 철회…바이오 통합 전략은 수정
주식매수청구권 행사에 따른 재무 부담도 변수였다.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이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경우 회사가 상당한 자금을 투입해야 할 수 있는 만큼, 합병을 강행하는 것이 오히려 기존 주주가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휴온스는 기존 제약사업의 성장 한계를 보완하고 정부의 약가제도 개편에 따른 매출 및 수익성 하방 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신약 파이프라인 확보와 R&D 경쟁력 강화를 추진해왔다.
휴온스랩은 바이오의약품과 펩타이드 의약품 등을 연구하는 R&D 전문회사다. 휴온스는 합병을 통해 휴온스랩의 기술과 파이프라인을 직접 확보하고, 연구개발과 생산·판매를 하나의 법인에서 연계하는 효과를 기대했다.
이번 합병 철회로 휴온스는 주주가치 훼손과 지배구조 논란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반면 합병을 통해 기대했던 R&D 조직 통합과 자금 조달, 파이프라인 사업화 등의 시너지를 별도의 방식으로 확보해야 하는 과제는 남았다.
특히 휴온스랩의 연구개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고 자체 보유 파이프라인을 어떤 방식으로 사업화할지가 향후 핵심 과제로 꼽힌다.
◆휴온스생명과학 이어 R&D 통합 구상 차질…새 성장방식 모색
휴온스는 올해 휴온스생명과학을 흡수합병하며 의약품 사업의 효율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오송공장을 기반으로 고형제 생산과 위탁생산(CMO) 역량을 강화하는 등 제조 부문을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하는 모습이다.
당초 휴온스랩과의 합병까지 마무리됐다면 의약품 제조와 바이오 R&D를 하나의 법인에 결집하는 통합 전략이 한층 강화될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 합병 철회로 제조 부문의 효율화와 바이오 R&D의 독립적 성장 사이에서 새로운 사업 구조를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휴온스글로벌은 휴온스랩의 독립성을 유지하면서 보유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송수영 휴온스글로벌 대표는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 주주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합병 중단을 결정했다"며 "휴온스랩이 보유한 바이오 플랫폼 기술이 글로벌 기술 이전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합병 철회는 단순한 기업결합 무산을 넘어 휴온스그룹의 바이오 사업 확장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휴온스가 휴온스랩의 R&D 역량을 직접 내재화하는 대신 독립적인 연구개발과 기술이전을 통해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전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