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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화서 자율화로…현대모비스 공장 파고든 '피지컬 AI'

3D 비전 운송·가상 로봇 티칭 현장 적용…생산 대응력 제고·협력사까지 기술 확산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27 09:02:14
[프라임경제] 사람이 정해준 작업을 반복하던 로봇이 카메라로 주변을 살피고 필요한 부품을 찾아 나른다. 생산설비가 바뀌면 현장에서 로봇의 움직임을 일일이 다시 맞추는 대신 가상공간에서 인공지능(AI)이 새로운 작업을 학습한다.

현대모비스(012330)의 스마트 제조 전략이 기존 공정 자동화에서 생산 환경 변화에 스스로 대응하는 자율화 단계로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제조 경쟁력의 기준도 설비를 얼마나 자동화했느냐에서 데이터를 활용해 공정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대응하느냐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현대모비스가 26~27일 경기도 의왕연구소 인근 퀀텀센터에서 개최한 제조 혁신기술 전시회 'M-Sphere 2026'에서도 이런 변화가 두드러졌다.

올해 두 번째로 열린 M-Sphere에는 지능형 자동화와 AI 디지털 트윈, 요소기술 분야에서 40여종의 제조 신기술이 등장했다. 지난해보다 실제 생산현장에서 활용하거나 실증 중인 기술의 비중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눈에 띄는 부분은 로봇의 역할 변화다. 현대모비스가 울산 섀시모듈 공장에 시범 적용한 운송로봇시스템은 3D 비전 시스템을 활용한다. 로봇이 자동차 섀시모듈 조립에 필요한 부품을 스스로 찾아 담은 뒤 카메라로 이동 경로를 확인하며 조립라인까지 운반한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26일부터 이틀간 경기도 의왕 퀀텀센터에서 제조 혁신기술 전시회 'M-SPHERE 2026'를 개최했다. ⓒ 현대모비스


무게가 20㎏에 달하는 부품도 대상이다. 작업자가 무거운 부품을 반복적으로 옮겨야 하는 부담을 낮추면서 필요한 부품을 정확한 위치에 공급하는 역할까지 로봇이 맡는다.

공장 자동화가 정해진 작업을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에서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 방법을 판단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산품이나 부품 위치가 달라질 때마다 사람이 개입해야 했던 공정의 범위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AI와 디지털 트윈을 결합한 로봇 학습 기술은 이런 변화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린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전시회에서 에어백 생산현장을 가상공간에 구현하고 피지컬 AI(Physical AI)를 활용해 로봇팔과 그리퍼의 움직임을 학습시키는 모습을 시연했다.

실제 생산라인과 같은 조건을 디지털 공간에 만들어 로봇이 새로운 움직임을 익히도록 하는 방식이다. 생산설비나 제품 사양이 변경되면 바뀐 정보를 AI에 입력해 2~4시간 안에 로봇 동작을 다시 학습시킬 수 있다.

자동차 부품 생산현장에서는 차종과 제품 사양 변화에 따라 설비 조건을 조정해야 하는 일이 반복된다. 로봇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새로운 작업을 설정하고 검증하는 과정도 생산효율을 좌우한다.

현대모비스는 이번 행사에서 AI·로봇 기반 스마트 제조 기술을 포함한 40여종의 생산 혁신기술을 선보였다. ⓒ 현대모비스


가상공간에서 로봇 동작을 미리 학습하고 검증할 수 있다면 생산라인에서 진행하던 조정 작업을 줄이고 제품 변화에 대응하는 시간도 단축할 수 있다. 결국 생산 경쟁력을 가르는 기준은 자동화율보다 '변화 대응 속도'로 옮겨가고 있다.

사람의 손에 의존했던 정밀 공정에서도 자동화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공개한 배터리모듈 온도센서 체결공정에서는 로봇이 미세한 커넥터의 방향과 위치를 확인하고 딥러닝을 이용해 체결 지점을 찾는다. 기존 수작업 영역에 정밀 인식·제어 기술을 적용해 로봇이 상하좌우 방향을 판단하고 커넥터를 직접 체결하도록 했다.

운송과 조립, 로봇 학습까지 각각 다른 영역의 기술처럼 보이지만 공통된 방향은 생산현장에서 사람의 판단이 필요했던 영역을 데이터와 AI로 옮기는 데 있다. 제조 기술의 중심도 로봇의 작업 범위 확대에서 상황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 확보로 이동하고 있다.

현대모비스가 이번 행사에 1·2차 협력사를 포함한 업계 관계자 약 1000명을 초청한 것도 공급망 전체의 생산 경쟁력과 연결된다. 자동차 생산은 수많은 부품사와 장비업체의 공정이 연결돼 있어 개별 기업의 생산성 개선이 공급망 전체 경쟁력으로 이어져야 효과가 커진다.

현대모비스는 국내외 사업장에서 검증한 제조기술을 협력사와 공유하고 공동개발 범위도 확대할 계획이다. 공장의 생산성을 높이는 데서 출발한 스마트 제조 기술을 공급망 전반으로 넓혀 제조 기반 자체를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정충식 현대모비스 생산개발담당 상무는 "앞으로도 AI와 디지털 트윈 기반의 혁신기술을 생산 현장에 적극 활용해 제조 경쟁력을 높이고 협력사와 노하우를 공유하며 모빌리티 산업의 스마트 제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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