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미성년 성범죄 사건의 수사는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인 동시에, 상처 입은 피해자를 국가가 어떻게 보호하는지를 보여주는 인권의 시험대다. 충남 보령경찰서가 미성년 피해 학생을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0시30분께까지 약 6시간 동안 추가 조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피해자 측은 조사 도중 휴식이 한 차례뿐이었고, 비슷한 질문이 반복되면서 상당한 피로와 심리적 부담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어느 한쪽의 주장만으로 조사 과정의 적정성을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제기된 의혹은 결코 가볍지 않다.
첫 번째 쟁점은 추가 조사가 불가피했는지다. 경찰은 피의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와 피해 학생의 기존 진술 사이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진술의 일부가 달라졌다면 확인 조사는 수사기관의 책무다. 하지만 미성년 피해자의 기억과 표현은 조사 당시의 긴장, 피로, 질문 방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세부 표현의 차이를 곧바로 진술 전체의 신빙성 문제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 변화의 내용뿐 아니라 그 변화가 발생한 조사 환경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두 번째는 조사 시간과 휴식의 적절성이다. 오후부터 자정 무렵까지 이어진 조사가 그 자체로 곧 위법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미성년 피해자를 상대로 한 장시간·반복 조사가 불가피했는지, 충분한 휴식을 제공했는지, 피해자의 심리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특히 조사를 빨리 끝내고 싶은 마음에 일부 답변이 엇갈렸다는 피해자 측 설명이 사실이라면, 조사의 정확성마저 흔들릴 수 있다. 강도 높은 조사가 반드시 정확한 진술을 만드는 것은 아니다.
세 번째는 영상녹화 절차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30조는 19세 미만 피해자의 진술 내용과 조사 과정을 영상녹화하고 보존하도록 규정한다. 피해자 또는 법정대리인이 원하지 않으면 녹화해서는 안 되지만, 수사기관은 녹화 사실과 증거 사용 가능성을 피해자의 발달 단계와 심리 상태에 맞게 설명해야 한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 학생에게만 의사를 물었는지, 법정대리인에게도 충분히 설명하고 의사를 확인했는지는 조사기록으로 밝혀야 한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가장 엄중한 대목은 수사가 끝나기도 전에 담당 경찰이 불송치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피해자 측 주장이다. 수사관이 법적 판단의 가능성을 설명한 것인지, 사실상 결론을 예고한 것인지는 당시의 정확한 발언과 맥락을 확인해야 한다. 만약 결론을 미리 정해놓은 듯한 발언이 실제로 있었다면 수사의 공정성과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반대로 법률상 구성요건을 설명한 말이 왜곡돼 전달됐다면 경찰도 기록을 근거로 이를 명확히 해명해야 한다.
수사당국이 우선 확인할 사항은 분명하다. 피의자가 실제 나이와 학력·직업을 다르게 알렸는지, 피해자의 미성년 사실을 언제 알았는지, 포렌식 자료에 어떤 대화와 만남의 정황이 남았는지, 진술이 달라진 이유가 무엇인지다. 피의자의 신상 기망이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일인지와 별개로, 그것이 어떤 범죄 구성요건과 연결되는지는 증거와 법리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본지 프라임경제 26일자 기사에 적시된 만큼 피해자가 사건 당시 만 16세였는 점이다. 형법 제305조의 13세 이상 16세 미만 대상 의제강간 규정이 곧바로 적용되는지는 피해자의 정확한 생년월일과 범행 시점을 기준으로 엄밀히 따져야 한다. 적용 조문이 무엇인지, 강요·위력 등 다른 범죄 혐의가 성립하는지 여부 역시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토대로 검토해야 한다. 결국 여론이 아닌 법률과 증거가 결론을 내려야 한다.
경찰은 침묵만으로 수사 보안을 지킬 수 있지만 신뢰까지 지킬 수는 없다. 상급기관은 조사 시간과 휴식 기록, 영상녹화 고지 및 거부 절차, 반복 질문의 필요성, 불송치 관련 발언 여부를 객관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담당자와 분리된 절차를 통해 조사 과정의 적정성을 살펴야 한다.
미성년 피해자에게 수사기관은 두 번째 심문자가 아니라 권리와 존엄을 지켜주는 첫 번째 보호자여야 한다.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과정에서도 피해자 보호 원칙은 결코 뒤로 밀려서는 안 된다. 진실 규명과 피해자 보호는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수사 과정에서 함께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