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여름의 끝자락이 다가왔지만 민어를 맛보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 늦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전남 신안의 민어 위판량이 크게 늘면서 가격 부담도 한층 낮아지고 있다.
신안군수협 북부지점에 따르면 올해 초복 전날인 7월14일 민어 위판량은 약 800kg에 그쳤지만 8월 들어 어획량이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 17일에는 8월 들어 가장 많은 41톤을 기록했다. 위판량 증가와 함께 가격도 크게 낮아졌다. 초복 전날 6만원대였던 평균 위판가격은 8월 들어 1만원대까지 내려갔다.
달력상 여름은 끝나가고 있지만 늦더위가 이어지면서 보양식을 찾는 소비자들의 관심도 계속되고 있다. 민어는 일반적으로 지방이 오르는 6~7월이 가장 맛있는 시기로 알려져 있지만, 산란철인 8~9월에도 수컷 민어는 맛의 차이가 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장에서는 다음 달까지 조업 호황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삼복 기간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민어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산 신선식품 전문 온라인 쇼핑몰 수협쇼핑에서도 주요 산지인 전남 신안에서 어획한 민어를 할인 판매하고 있다. '국내산 민어회 300g'은 민어살과 뱃살, 부레로 구성됐으며 60% 할인된 2만3,500원에 판매 중이다.
민어가 여름철 별미로 사랑받은 것은 오늘날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물고기의 이름과 특징 등을 기록한 '난호어명고'에는 민어를 두고 "대체로 바다고기 중에 많은 수요가 있는 것 중에서 이 물고기만큼 요긴한 것이 없다"고 기록했다.
민어는 식재료로서 활용도가 높았다. 머리와 꼬리를 잘라낸 뒤 각지에 내다 팔아 손님 접대나 제사 음식으로 활용했다는 기록도 전한다. 정약전 역시 '자산어보'에서 민어를 "입과 비늘이 크며 맛이 달다. 익히거나 회로 먹는다. 말린 것은 더욱 몸에 좋다"고 기록했다. 회와 구이, 찜은 물론 말려서까지 활용했을 만큼 민어는 오랜 세월 우리 식생활과 가까운 생선이었다.
민어의 진가는 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식도락가들이 민어의 별미로 꼽는 부레도 빼놓을 수 없다. 부레는 물고기 몸속에서 부력을 조절하는 공기주머니 형태의 기관이다. 민어는 부레가 크고 발달해 있어 예부터 식재료로 활용됐다.
생으로 썬 민어 부레를 기름장에 찍어 먹으면 쫀득하고 찰진 식감과 고소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민어가 천 냥이면 부레가 구백 냥"이라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귀한 별미로 여겨졌다. 부레는 음식뿐 아니라 생활 재료로도 쓰였다. '난호어명고'에는 "나라 안의 장인들이 사용하는 아교가 모두 이 물고기의 부레"라는 기록이 있다.
민어 부레를 끓여 만든 어교는 접착력이 있어 전통적으로 각종 공예품을 만드는 데 사용됐다. 살은 음식으로, 부레는 별미와 생활 재료로 활용했으니 민어를 '요긴한 물고기'라고 평가한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
민어의 또 다른 매력은 다양한 조리법이다. 싱싱한 민어는 살을 두툼하게 썰어 회로 즐길 수 있으며, 흰살생선 특유의 담백한 맛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민어전도 대표적인 별미다. 민어살을 도톰하게 썰어 밀가루와 달걀옷을 입혀 노릇하게 부치면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서도 민어전은 예부터 생선전 가운데 으뜸으로 평가받아 왔다고 소개한다.
회를 뜨고 남은 머리와 뼈는 푹 끓여 탕으로 만들면 시원하고 담백한 국물을 낼 수 있다. 민어탕은 일상적인 식사는 물론 고급 만찬에서도 활용되는 음식이다. "복더위에 민어찜은 일품"이라는 말이 전해질 만큼 민어찜 역시 대표적인 여름철 보양식으로 꼽힌다.
이 밖에도 민어를 말려 포로 만들거나 배를 갈라 소금에 절여 말린 '암치'로 만들어 먹는 등 활용법도 다양하다. 살과 부레는 물론 머리와 뼈까지 활용할 수 있어 민어는 말 그대로 '버릴 것 없는 생선'이다. 민어는 맛뿐 아니라 영양 측면에서도 여름철 보양식으로 손색이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민어 100g의 열량은 95kcal이며 단백질 19g을 함유하고 있다. 반면 지방은 1.5g으로 고단백·저지방 식품에 해당한다. 특히 체내에서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도 100g당 9331mg 들어 있다.
무기질도 풍부하다. 민어 100g에는 인 204mg, 칼륨 210mg, 셀레늄 58㎍ 등이 함유돼 있다. 이처럼 단백질과 필수아미노산, 각종 무기질을 고루 갖춘 점은 민어가 오랜 세월 여름철 보양식으로 사랑받아 온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좋은 민어를 고르려면 크기와 신선도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다. 전남 신안에서는 5kg 이상은 돼야 민어 특유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신선한 민어는 눈이 맑고 투명하며 몸통을 눌렀을 때 단단하고 탄력이 있다. 비늘에는 은빛 윤기가 돌고 속살은 은은한 연분홍빛을 띠며 비린내가 강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구매 후 손질한 민어는 1~2일 안에 먹을 양이라면 밀폐용기나 위생팩에 담아 냉장 보관하면 된다. 장기간 보관할 경우에는 한 번 먹을 만큼씩 나눠 밀봉한 뒤 냉동 보관하는 것이 좋다.
여름의 끝자락, 민어의 제철이 완전히 지나가기 전이다. 특히 신안산 민어의 어획량 증가로 가격 부담까지 낮아진 만큼 늦더위 속 마지막 여름 보양식으로 민어를 즐겨보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