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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여전한 완성도 보여준 '메르세데스-벤츠 S 450 4MATIC'

381마력 6기통·제로백 4.9초…에어매틱·후륜조향 적용해 정제감·기동성 강화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8.26 14:40:59
[프라임경제] 한때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는 새 모델이 등장할 때마다 자동차의 기준을 한 칸씩 앞으로 옮기는 차였다. 경쟁차와 비교하기보다 경쟁차들이 S-클래스를 얼마나 따라왔는지를 따지는 편이 자연스러웠다.

그럴 만한 역사도 있다. S-클래스와 그 전신은 크럼플 존을 시작으로 ABS와 에어백, ESP, 프리-세이프에 이르기까지 자동차 안전의 기준이 된 수많은 기술을 먼저 선보였다. 편안하고 고급스러운 대형 세단이라는 의미를 넘어 앞으로 자동차가 어떻게 바뀔지를 보여주는 모델에 가까웠다.

그런 S-클래스를 지금 다시 바라보면 질문이 조금 달라진다. 여전히 좋은 차인지를 묻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지금도 다른 차보다 한 발 앞서 있는지, 여전히 'S-클래스라서 가능한 것'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부분변경으로 돌아온 더 뉴 메르세데스-벤츠 S-클래스 S 450 4MATIC을 타고 난 뒤의 답은 묘했다. 부족함을 찾기는 어려웠다. 그렇다고 넘친다는 인상도 없었다. 잘 만들었고 충분히 만족스럽지만, 과거 S-클래스에서 느꼈던 압도적인 아우라까지 자연스럽게 따라오지는 않았다.

더 뉴 S-클래스는 차량 구성 요소의 50% 이상을 새롭게 개발하거나 개선해 현 세대 S-클래스 출시 이후 가장 광범위한 변화를 이뤘다. ⓒ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차가 나빠져서가 아니다. 오히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번 부분변경에서 차량 구성 요소의 50% 이상에 해당하는 약 2700개 요소를 새로 개발하거나 재설계했다. 한 세대 안에서 이뤄진 변화치고는 상당한 규모다.

다만 S-클래스가 홀로 미래를 보여주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 고급차의 승차감은 상향 평준화됐고, 대형 디스플레이와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 후륜 조향과 전동화 기술도 더 이상 한 브랜드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S-클래스가 세운 기준을 경쟁자들이 오랫동안 쫓아온 결과다.

그래서 이번 S-클래스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기보다, 자신이 가장 잘해온 것들을 더 정교하게 다듬는 쪽을 택했다.

◆커진 존재감, 익숙해진 화려함

외관에서 변화는 분명하다. 전면부에는 S-클래스 역사상 처음으로 일루미네이티드 그릴이 자리 잡았다. 헤드램프 내부에는 메르세데스-벤츠의 삼각별을 형상화한 트윈 스타 디자인을 적용했고, 후면 역시 새로운 시그니처 스타 테일라이트로 정리했다.

시승한 S 450 4MATIC은 여기에 AMG 전용 프론트 범퍼와 리어 에이프런, 사이드 스커트로 구성된 AMG 바디스타일링을 적용했다.

외관에는 모델 역사상 최초의 일루미네이티드 그릴과 트윈 스타 디자인의 디지털 라이트, 새로운 시그니처 스타 테일라이트를 적용해 S-클래스 고유의 품격과 존재감을 한층 강화했다. = 노병우 기자


결과적으로 이전보다 화려하다. 특히 불이 들어온 전면부는 밤에 존재감을 숨기기 어렵다. 그릴과 헤드램프 곳곳에 삼각별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만큼 멀리서도 메르세데스-벤츠임을 알아보게 만드는 힘도 강해졌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과거와 달라진 S-클래스의 위치가 읽힌다. 새로운 디자인 언어로 시장을 놀라게 하기보다는 이미 가진 상징성을 더 또렷하게 강조하는 방식이다. 완전히 다른 S-클래스를 보여주기보다 누가 봐도 S-클래스라는 사실을 확인시키는 데 집중했다.

차체 비율은 여전히 정석적이다. S 450 4MATIC은 롱 휠베이스가 아닌 스탠다드 휠베이스 모델로 △전장 5195㎜ △전폭 1920㎜ △전고 1505㎜ △휠베이스 3106㎜다. 큰 차체를 억지로 과장하기보다 긴 보닛과 매끄럽게 이어지는 측면, 안정적으로 내려앉은 후면을 통해 전통적인 대형 세단의 비율을 지킨다.

실내에서는 변화가 더 직접적이다. 하나의 유리 면 아래 여러 디스플레이를 통합한 MBUX 슈퍼스크린이 대시보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음악에 따라 색상과 움직임이 변하는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도 실내 분위기를 적극적으로 바꾼다.

과거의 S-클래스가 가죽과 우드, 물리적인 소재에서 고급감을 드러냈다면 이제는 그 위에 디지털 경험을 적극적으로 겹쳐 놓았다. 최신 메르세데스-벤츠가 추구하는 방향이 무엇인지는 명확하다.

더 뉴 S-클래스는 새로운 디자인 요소로 완성한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한다. = 노병우 기자


다만 거대한 화면과 화려한 그래픽 자체가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 디지털화의 속도만 놓고 보면 시장에는 더 과감한 차들도 많다. 중요한 건 화면의 개수가 아니라 이 기술들이 S-클래스라는 공간 안에서 얼마나 자연스럽게 작동하느냐다.

그 점에서는 여전히 매끄럽다. 첨단 장비를 보여주기 위해 기존의 고급감을 밀어내기보다 익숙한 S-클래스의 분위기 안으로 디지털을 끌어들였다. 놀라움보다는 완성도에 무게를 둔 변화다.

◆빠르지만 서두르지 않는 주행

주행에서도 비슷한 인상이 이어진다. S 450 4MATIC의 숫자는 부족하지 않다. 2999㏄ 직렬 6기통 가솔린 엔진은 최고출력 381마력(5000~6100rpm), 최대토크 57.1㎏·m(2000~4500rpm)를 발휘한다. 여기에 최고출력 17㎾의 전기모터가 포함된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과 9G-트로닉 변속기, 사륜구동 시스템을 조합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걸리는 시간은 4.9초다.

4.9초라는 숫자만 보면 충분히 빠르다. 그러나 S 450 4MATIC에서 그 숫자가 가장 먼저 떠오르지는 않는다. 강한 힘을 자랑하는 것보다 필요할 때 부족하지 않게 꺼내 쓰는 쪽이다.

이번 시승에서 가장 오래 남은 것도 특정한 하나의 장기가 아니었다. 성능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반대로 성능에 압도됐다는 느낌도 크지 않았다. 가속과 승차감, 차체 움직임 모두 어느 한쪽으로 과장되지 않은 채 S-클래스라는 이름에 기대하는 수준을 자연스럽게 채운다.

S 450 4MATIC에는 AMG 전용 프론트 범퍼와 리어 에이프런, 사이드 스커트로 구성된 AMG 바디스타일링을 적용해 역동적인 감각을 더했다. = 노병우 기자


하드웨어도 이런 성격을 뒷받침한다. S 450 4MATIC에는 에어매틱 에어 서스펜션과 최대 4.5도의 리어 액슬 스티어링이 기본 적용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이를 통해 승차감과 주행 안정성뿐 아니라 큰 차체의 기동성을 함께 확보했다.

S-클래스가 흥미로운 건 여기서다. 빠르게 달릴 수 있지만 빠른 차라는 사실을 끊임없이 강조하지 않고, 큰 차체를 가졌지만 그 크기를 운전자에게 계속 의식시키는 방향도 아니다. 하나의 강렬한 감각을 남기기보다 여러 요소가 튀지 않고 함께 움직이도록 만드는 데 집중한다.

결국 S 450 4MATIC의 장점은 무엇 하나를 압도적으로 잘한다기보다, 크게 부족한 부분이 없다는 데 있다. 얼핏 평범한 평가처럼 들리지만, 서로 다른 목표를 가진 수많은 기술을 한 대의 대형 세단 안에서 이 정도로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주행 보조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이번 S-클래스에는 카메라 10개와 레이더 센서 5개, 초음파 센서 12개 총 27개 센서를 활용하는 MB.드라이브 어시스트가 전 라인업에 기본 적용된다. 디스트로닉과 스티어링 어시스트, 차선 변경 보조 등을 통해 운전자의 부담을 줄여준다.

여기에 각종 기능이 있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것은 S-클래스가 여전히 운전자에게 많은 일을 요구하지 않는 차라는 점이다. 강한 가속도, 화려한 디지털 기술도 결국 편하게 이동한다는 하나의 목적 아래 놓인다.

실내는 차량에 오르는 순간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돌아온 듯한 'Welcome home.' 감성을 선사한다. 하나의 유리 표면 아래 매끄럽게 통합된 MBUX 슈퍼스크린과 사운드 시각화 기능을 지원하는 액티브 앰비언트 라이트는 탑승자의 취향과 상황에 맞춰 실내 분위기를 개인화한다. = 노병우 기자


문제는 이제 그것만으로 S-클래스를 독보적이라고 부르기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과거 S-클래스는 ABS와 에어백, ESP 같은 기술을 통해 다른 자동차가 앞으로 갖춰야 할 모습을 먼저 보여줬다. 6세대에서는 노면을 미리 읽어 서스펜션을 조절하는 매직 바디 컨트롤을, 7세대에서는 최대 10도까지 조향하는 리어 액슬 스티어링과 디지털 라이트 등을 적용했다.

지금의 S-클래스는 조금 다르다. 새로운 기술 하나로 자동차 산업의 방향을 바꾸기보다 이미 높은 수준에 도달한 기술들을 얼마나 정교하고 자연스럽게 연결하느냐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한다.

S 450 4MATIC에서도 그 완성도는 분명했다. 1억6240만원으로 S-클래스 라인업 안에서는 비교적 아래쪽에 자리하지만 381마력의 6기통 엔진과 에어매틱, 후륜 조향 등 핵심적인 주행 구성은 빠짐없이 갖췄다. 주행에서도 플래그십 세단으로서 크게 부족하다고 느낄 순간은 많지 않았다.

다만 좋은 차라는 것과 압도적인 차라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S-클래스가 오랫동안 만들어온 기준에 경쟁자들이 가까워진 지금, 혼자 앞서 달리던 시절과 같은 거리 차이는 느끼기 어려워졌다. 기준은 남았다. 아우라는 조금 옅어졌다. 지금의 S-클래스는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차라기보다 자신이 세워온 기준을 얼마나 높은 완성도로 지켜낼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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