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컨택센터의 중심은 결국 사람입니다."
AI 에이전트가 상담 업무 전반으로 빠르게 확산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휴먼 상담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양자의 결합을 통해 고객 경험과 생산성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박남구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 김상준기자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가 지난 20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제15회 K-컨택센터 리더스 포럼'이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이번 포럼은 'AI Agent 도입 및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컨택센터 산업의 디지털 전환 해법과 새로운 성장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박남구 대전광역시컨택센터협회 회장을 비롯해 김종혁 KT 상무, 정수덕 센드버드 이사, 황정호 젠데스크코리아 대표 등 업계 관계자 250여명이 참석했다.
특히 단순한 AI 기술 소개에서 벗어나 실제 고객서비스에 적용된 사례와 운영 성과가 대거 공개됐다. AI가 상담사를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사람의 업무를 지원하고 고객 경험을 높이는 '인간 중심 AI'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 포럼을 관통한 핵심 화두였다.
◆"AI 발전해도 컨택센터 중심은 상담사"
박남구 회장은 개회사에서 "1994년 컨택센터에 몸담은 이래 IMF 외환위기와 디지털 전환(DT)을 거쳐 이제 AI가 전면에 나서는 대변혁을 맞고 있다"며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컨택센터의 궁극적인 중심은 상담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AI 도입으로 상담사는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나 복잡하고 전문적인 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65세 이상 고령층 응대나 감정 케어가 필요한 영역은 여전히 휴먼 상담사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협회의 중장기 계획도 공개됐다. 다음 달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사단법인 'AI융합 컨택산업협회' 설립을 추진하고, 오는 11월에는 국회 정책간담회를 열어 컨택센터 산업 육성·촉진을 위한 법적·제도적 기반 마련에 나설 계획이다.
이창호 KTcs(058850) 대표는 환영사를 통해 "국내 산업계에서 AI를 가장 먼저 실용화하고 급격한 변화를 체감하는 분야가 컨택센터"라며 "사람과 기술이 조화를 이루는 차별화된 고객 경험을 구현하겠다"고 밝혔다.
◆'AI 컨시어지'로 진화…실전 AICC 사례 공개
오전 키노트에서는 생성형 AI의 실전 도입과 운영 전략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김종혁 KT(030200) 상무는 다중 AI 에이전트와 오케스트레이터가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자율실행형 Agentic AICC' 로드맵을 공개했다. 기존 고객 응대 중심 AICC를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AI 컨시어지 센터'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KT는 에이전틱 AICC를 통해 전체 업무 커버리지 60%, 상담 완결률 9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다.
이경훈 채널코퍼레이션 CAIO(최고AI책임자)는 1500개 이상 기업에 AI 에이전트를 배포한 경험을 토대로 현업 실무자가 직접 표준운영절차(SOP)를 설계하고 AI를 학습시키는 'AX Champion' 제도를 소개했다. 기술 자체보다 업무를 이해하는 현업 인력의 참여가 AI 전환 성공의 핵심이다.
정수덕 센드버드 이사는 멀티 에이전트 솔루션 'delight.ai'를 공개했다. 주문·배송·환불 등 실제 업무와 백엔드 시스템을 연결해 단순 답변이 아닌 고객 문제를 끝까지 해결하는 '실행형 AI' 전략을 제시했다.
이재인 마인드웨어웍스 CAO는 국내 대형 여신금융사에 구축한 100% 온프레미스 AI 콜봇 사례를 발표했다.
금융·본인확인 등 고위험 업무에서는 생성형 AI의 자의적인 판단을 제한하고 사전에 정의된 룰이 개입하는 '하이브리드 오케스트레이션'과 5단계 가드레일을 적용했다. 이를 통해 의도 식별률 92%를 달성했다는 설명이다.

'AI Agent 도입 및 운영 사례'를 중심으로 개최된 '제15회 K-컨택센터 리더스 포럼'에 250여명이 참석했다. = 김상준기자
행사장에 마련된 기술 전시 부스도 참석자들로 붐볐다. 마인드웨어웍스와 젠데스크, KTcs 등이 새로운 AI·컨택센터 솔루션을 선보였다.
특히 단순한 제품 기능이나 가격 문의보다는 실제 컨택센터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AI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이 쏟아졌다.
KTcs 관계자는 "문의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고 실제 운영하면서 겪었던 어려움을 해결하려는 질문이 많아 당황하기도 했다"면서도 "참석자들의 열의가 예상보다 훨씬 높아 오히려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프라임경제도 현장에서 '2026 컨택센터 산업총람'을 무료 배포했다. 김상준 부국장은 "매년 컨택센터 관련 행사에서 산업총람을 배포하고 있다"며 "업계 관계자들이 정확한 산업 현황을 인지해야 급변하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 배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AI는 단순업무, 사람은 고가치 업무"
오후 세션에서는 AI 도입 이후 상담사의 역할 변화가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황정호 젠데스크코리아 대표는 전체 상담의 75%에 해당하는 단순·반복 업무를 AI가 자동화하고 상담사는 VIP 케어와 고객 이탈 방지 등 나머지 25%의 고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고객센터가 비용 조직에서 벗어나 기업의 매출과 고객 충성도를 높이는 성장 조직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욱 ZOOM 프로는 노후 구축형 장비의 유지보수 비용 증가와 장애 발생 시 책임 분산 문제를 지적하고 화상 상담을 포함한 옴니채널 플랫폼과 AI 기반 품질관리(QM) 솔루션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AI를 활용해 상담사의 정신적 부담을 낮추는 방안도 소개됐다.
이의진 KAIST 교수는 악성 민원인의 거친 음성을 실시간으로 차분한 톤으로 변조하는 '긍정 컴퓨팅(Positive AI)'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실험 결과 상담사의 스트레스 지수가 4.30에서 2.46으로 낮아졌으며, 생체 센서 데이터 등을 활용한 스트레스 관리 애플리케이션 '마음 항해'도 공개했다.
국내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BPO 모델도 제시됐다.
박원래 KS한국고용정보 부사장은 우즈베키스탄과 키르기스스탄의 한국어 인재를 활용한 '중앙아시아 오프쇼어 모델'을 소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중앙아시아 센터를 운영한 결과 고객사 비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면서 생산성은 국내 목표치의 110%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2년간 이직률 0%를 유지하며 인력 확보와 숙련도 측면에서도 경쟁력을 확인했다.
박 부사장은 이를 기반으로 'AI 1차 자동화→중앙아시아 2차 일반 응대→국내 전문 상담사 3차 심층 케어'로 이어지는 '3-Tier 지능형 하이브리드 체계'를 제안했다. AI와 해외 인력, 국내 전문 상담사를 업무 난이도에 따라 배치해 비용 경쟁력과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AI 융합 컨택산업 정책 간담회도 개최됐다. = 김상준기자
행사 말미에는 박남구 회장이 오는 9~10월 BPO 업계 대표단과 함께 중앙아시아 오프쇼어 현장을 둘러보는 시찰 계획도 공개했다. 박 회장은 "이번 포럼은 화려한 기술 시연을 넘어 통제된 운영 아키텍처와 현장 중심의 SOP가 결합할 때 진정한 비즈니스 ROI와 고객 경험 혁신이 가능하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라고 평가했다.
이어 "AI와 휴먼 상담사는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 관계"라며 "AI가 반복 업무와 데이터 분석을 맡고 상담사가 공감과 판단, 복합적인 문제 해결에 집중할 때 컨택센터 산업의 경쟁력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