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스스로 빈곤을 증명하지 못하면 지원에서 배제되던 '신청주의 복지'의 구조적 한계를 깨기 위해 진주시가 독자적인 다층 복지 안전망을 구축하고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진주시 빅데이터·AI 활용 복지안전망 구축. ⓒ 진주시
빅데이터·AI를 통한 고위험군 탐색을 1차 망으로 삼고, 일상적 커뮤니티 공간과 조건 없는 긴급 식료품 지원을 2·3차 접점으로 연계해 은둔·고립형 취약계층을 제도권 안으로 유도하는 방식이다.
전국 다수 지방자치단체가 보건복지부의 위기정보 빅데이터에만 의존하거나 일회성 전수조사에 그치는 것과 달리, 진주시는 행정 데이터 감지와 일상 밀착형 오프라인 거점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순환형 모델을 완성했다.
◆공공 빅데이터 한계 메우는 '다층 탐지 체계'
통상 전국 시·군·구가 활용하는 복지사각지대 발굴시스템은 단전·단수·건강보험료 체납 등 단편적 행정 징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아, 원룸촌 청년이나 교류가 끊긴 장년층 1인 가구 등 '숨은 빈곤층'을 포착하는 데 한계가 지적돼 왔다.
진주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해 47종의 위기정보를 정밀 분석하는 AI 발굴시스템(연 5회)과 27종의 지표를 기반으로 한 고독사위기대응시스템(연 4회)을 상시 가동하는 등 세금 체납관리단과 모바일 '복지위기알림 앱'을 결합했다.
체납 징수 과정에서 생계 곤란 정황이 포착되면 즉시 복지 전담 부서로 이첩되는 현장 연계망을 제도화한 것이다.
◆'낙인감' 덜어낸 공간…'함께하모'와 '그냥드림' 결합
단순 탐지를 넘어 위기가구가 자발적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돕는 인프라로는 공동체공간 '함께하모'와 '그냥드림사업'이 배치됐다.
남강로(1호점)와 대봉새뜰센터(2호점)에 문을 연 '함께하모'는 무인 라면 코너 등을 매개로 누구나 거부감 없이 드나들 수 있는 열린 구조를 띠고 있다. 관공서 방문을 꺼리는 은둔형 1인 가구가 자연스럽게 이웃 및 전담 매니저와 관계를 맺도록 유도하는 완충 공간 역할을 한다.
푸드마켓 내 설치된 '그냥드림코너' 역시 복잡한 서류 심사 없이 긴급 먹거리·생필품 꾸러미를 제공하되, 현장 사회복지사와의 기초 상담을 필수로 배치했다.
5월부터 7월까지 570세대가 이용한 이 사업은 1차적 결식 예방에 그치지 않고, 상담을 통해 기초생활보장, 긴급복지, 재난적 의료비 등 맞춤형 공공급여로 이어지는 '복지 진입 창구'로 기능하고 있다.
복지 전문가들은 이러한 진주시의 접근법이 공공과 민간의 장점을 결합한 대안적 모델이라고 분석했다.
지역사회복지 전문가는 "서울 등 수도권이 AI 전화 안부 서비스 등 비대면 디지털 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진주시는 디지털 탐지 이후의 '오프라인 관계 형성'과 '물리적 거점 지원'까지 하나의 흐름으로 묶어냈다"며 "도움이 절실하지만 수치심과 낙인감 때문에 발길을 돌리던 이들을 제도권으로 끌어올리는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평가했다.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행정의 가장 큰 난제는 발굴된 위기가구를 지속적인 지원 체계로 안착시키는 일"이라며 "먹거리 제공과 열린 소통 공간을 통해 '발굴-관계-지원'으로 이어지는 진주시의 3단계 통합망은 타 지자체가 벤치마킹할 만한 실효성 높은 시도"라고 짚었다.
진주시는 향후 빅데이터 분석 정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생활밀착형 거점을 중심으로 한 민관 협력망을 더욱 촘촘히 다져 고독사와 복지 공백을 원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