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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할라고?"에서 시작된 발견…빽방앗간, 첫 번째 작가를 세우다

폐방앗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사람의 삶에서 작품을 발굴하다…김영선 작가 첫 개인 작품집·전시로 이어져

오영태 기자 | gptjd00@hanmail.net | 2026.08.19 16:31:43
[프라임경제] "그걸 뭐 할라고?" 3년 전, 폐허에 가까웠던 방앗간을 사들였을 때 부모님에게서 돌아온 말이다. 쓰지 않는 물건과 쓰레기가 쌓여 있고 사람의 발길도 뜸했던 낡은 공간을 굳이 왜 사느냐는 걱정과 의심이 섞인 질문이었다.

백방앗간에서 열린 사진·작품 관련 프로그램에 참가한 시민들이 작품을 감상하고 강의를 들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프라임경제


하지만 그 공간에서 누군가는 폐허가 아닌 가능성을 봤다. 로컬 기획자이자 활동가인 그는 당시 완성된 계획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쓸모없다고 여기는 공간에서 아직 드러나지 않은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렇게 '빽방앗간'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돌이켜보면 발견은 없는 것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일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지만 아직 알아보지 못한 가치를 먼저 바라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낡고 버려진 공간이 새로운 공간으로 변한 것처럼 사람에게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에게 향했다.

바로 김영선 작가다. 로컬 현장에서 사람들과 함께 다양한 일을 해온 그는 새로운 것을 무조건 좇기보다 자신이 이미 가진 능력과 감각을 발견하고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을 배우는 사람들에게도 "남들이 하는 것을 따라가기보다 자신의 달란트로 자신만의 색을 표현하라"고 강조해왔다. 그 과정에서 '양기2리, 마을작가가 되다'라는 작품집을 만드는 과정에서 김영선 작가를 만났다.

처음부터 그의 작업을 작품이라고 부른 것은 아니었다. 나무를 다듬고 돌을 놓으며 생활에 필요한 것들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모습, 자연과 생활의 도구를 바라보는 태도에서 남들과 다른 시선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가능성을 먼저 발견한 뒤 사진으로 기록하고 각각의 작업에 제목을 붙이며 그 안에 담긴 삶과 노동, 관계와 기억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발견된 가능성을 하나씩 세상 밖으로 꺼내는 '발굴'의 과정이었다.

그가 말하는 발견과 발굴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발견이 가능성을 알아보는 것이라면, 발굴은 그 가능성에 이름과 의미를 부여해 세상 앞으로 꺼내는 일이다.

김영선 작가 작품. ⓒ 프라임경제


김영선 작가의 작업도 그렇게 새로운 의미를 얻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작품 가운데 하나가 정자 아래 놓인 의자다. 이 작품은 '관계'와 '의지'를 이야기한다. 쉼이 필요한 사람은 의자에 의지하고, 길게 놓인 나무는 의자처럼 생긴 돌에 기대어 있으며, 그 돌 역시 흙이라는 바닥에 몸을 맡기고 있다.

어느 하나 홀로 서 있는 것은 없다. 작품의 제목은 '의지가 의지하며'다. 작품에는 김영선 작가가 살아온 삶과 자연을 대하는 태도, 그리고 서로 기대어 살아가는 인간의 관계가 담겨 있다.

빽방앗간 '작가 발굴 1호'를 시작한다. 빽방앗간은 이제 단순히 오래된 방앗간을 새롭게 활용한 공간에 머물지 않는다. 한때 "뭐 할라고?"라는 질문을 받았던 공간이 이제는 사람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세상에 소개하는 장소가 됐다.

김영선 작가의 개인 작품집 발간과 전시 역시 그 연장선에서 시작됐다. 빽방앗간은 김영선 작가의 가능성을 세상 앞에 세우는 자리가 되고, 그의 전시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나에게도 아직 발견하지 못한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

3년 전 폐방앗간 앞에서 들었던 "뭐 할라고?"라는 질문에 이제야 답이 생긴 셈이다. 공간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이번에는 한 사람에게서 가능성을 발견했다. 김영선 작가의 전시는 그 발견을 세상에 내놓는 첫 번째 자리다. 그리고 이것은 한 사람을 작가로 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누군가 그의 작품을 바라보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내가 살아온 삶에도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무엇인가가 있지 않을까?"라고 묻게 된다면, 빽방앗간의 첫 번째 작가 발굴은 또 다른 발견으로 이어진다.

빽방앗간의 '작가 발굴 1호'는 완성된 결과가 아니다. 아직 발견되지 않은 사람들의 가능성을 찾아내고, 그 가능성에 이름을 붙여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한 첫 번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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