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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석현 하넬 대표 "공간을 읽고, 가구로 완성한다"

설계부터 제작·시공까지 일원화…비규격 가구로 공간 맞춤 구현

홍재현 기자 | hjh2@newsprime.co.kr | 2026.08.19 14:00:34
[프라임경제] 기업 오피스와 상업공간이 단순히 책상과 의자를 배치하는 곳을 넘어 기업의 브랜드와 업무방식을 보여주는 공간으로 변화하고 있다. 가구 역시 규격화된 제품에서 벗어나 공간별 디자인과 사용 목적을 반영하려는 요구가 커지는 모습이다.

최석현 하넬 대표. =김우람 기자


최석현 하넬 대표는 이같은 변화 속에서 기존 가구 공급 방식의 한계를 사업 기회로 삼았다. 가구·인테리어 분야에서 오랜 기간 실무를 경험하면서 현장에서 원하는 디자인과 실제 제작 가능한 제품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최 대표는 "오피스나 상업공간은 공간마다 크기와 사용 목적이 다르고 디자인과 예산, 납기 등 고려해야 할 조건도 많다"며 "기존 제품만으로 대응하다 보면 디자인을 포기하거나 현장에 억지로 맞춰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하넬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설계 △디자인 △제작 △납품 △시공을 하나의 과정으로 연결했다. 기성제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기존 제품군을 활용한다.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자체 설계와 생산을 통해 시중에 없던 새로운 비규격 가구로 구현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단순히 가구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을 이해하고 필요한 제품을 함께 고민해 가장 적합한 결과물을 만드는 회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눈 뜨면 또 옥수수밭"…中 공장 수십곳 누빈 이유

최 대표는 국내 가구산업의 현주소를 낙관적으로만 보지 않았다. 전통 목공기술과 별개로 현대 가구산업을 뒷받침하는 생산설비와 가공기술 측면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빠르게 앞서고 있다는 평가다.

최 대표는 "목공용 기계를 만드는 업체 수나 새로운 가공기술 도입 속도를 보면 중국이 훨씬 앞서 있다"며 "도장이나 가공공법 역시 중국 현장을 직접 돌아보면서 상당히 발전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에는 목공기기 제조업체가 다수 형성돼 있는 반면 국내 관련 업체 기반은 상대적으로 협소하다고 설명했다.

하넬이 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것도 이런 현장 확인에서 출발했다. 초기에는 태국과 베트남 등을 검토했지만 맞춤가구 프로젝트 특성상 짧은 납기를 맞추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설계부터 생산·납품까지 한 달 안팎에 마쳐야 하는 프로젝트도 있어 물류와 대응 속도가 중요한 변수였기 때문이다.

최 대표는 공급처를 소개받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중국 현장을 돌았다.

한 번 공장을 찾아갈 때 수백km씩 이동했다. 한 차례 출장에서는 수십곳의 생산시설을 직접 확인했다. 무늬목 공급처를 찾기 위해서만 20여개 업체를 방문했다.

당시 기억을 묻자 최 대표는 "눈을 뜨면 또 옥수수밭이었다"며 웃었다. 중국 내륙 공장을 찾아 장거리를 이동하다 잠에서 깨면 창밖으로 계속 옥수수밭이 펼쳐졌다는 얘기다. 그는 여러 업체의 카탈로그와 생산시설을 비교하면서 중간 유통사가 아닌 실제 생산공장을 찾아냈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해당 중국 공장 해외사업 담당자들과 직접 발주와 납기 등을 조율하고 있다. 최 대표는 "내 눈으로 직접 보고 결정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340여 컬러 무늬목…3~7주 조달기간 일주일로 단축

하넬이 중국 공급망을 구축한 목적은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데 있지 않다. 맞춤가구에서 중요한 소재 선택의 폭과 납기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서다.

대표적인 소재가 무늬목이다. 하넬은 현재 약 340개 컬러의 무늬목을 확보하고 있다. 발주 후 중국에서 자재를 공급받는 데 통상 일주일 안팎이 걸리고, 별도 가공이 필요한 경우에도 약 10일이면 조달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기존 이탈리아산 제품의 경우 품목에 따라 3~7주가량 소요되는 것과 비교하면 납기 차이가 크다.

최 대표는 "프로젝트 가구는 시간에 대한 제약이 상당히 크다"며 "소재 선택의 폭을 넓히면서도 납기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무늬목은 실제 목재를 얇게 깎아 가구 표면 등에 사용하는 소재다. 하넬이 취급하는 제품 가운데는 작은 목재를 다시 접합해 일정한 색상과 패턴을 구현한 제품도 있다.

천연 무늬목은 같은 수종이라도 색상과 무늬가 달라질 수 있다. 이를 일정하게 구현하기 위해 목재를 재접합한 뒤 다시 얇게 가공하는 방식이다. 최 대표는 국내 소비자들이 일정한 색감과 패턴을 선호하는 만큼 이러한 소재가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봤다.

◆2mm 디자인도 구현…"디자인보다 중요한 건 제작"

하넬이 내세우는 또 다른 경쟁력은 설계와 실제 생산 사이의 간극을 줄이는 데 있다.

최 대표는 인터뷰 도중 실제 테이블 제작 사례를 꺼냈다. 상판에 서로 다른 방향의 무늬목을 퍼즐처럼 배치하면서 사이에 2mm 간격의 홈을 넣어달라는 디자인 요구였다.

일반적인 작업 방식으로는 좁은 홈 내부에 접착 작업을 하기 어려워 디자인을 변경하거나 다른 마감방식을 택해야 했다. 하넬은 가공 공차와 접착 순서를 조정해 원래 설계안을 최대한 살리는 방식을 제안했다.

최 대표는 "현장에서 '이건 만들기 어렵다'고 끝내기보다 어떻게 하면 구현할 수 있는지를 제안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며 "디자인과 제작을 따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하넬은 자체 설계·디자인 인력과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여주에는 약 2700평 규모의 생산시설을 두고 목공과 도장, 건조 등 관련 공정을 수행하고 있다.

하넬은 연간 140여건 이상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인스파이어 인천을 비롯한 △신한라이프 △윈저글로벌 △카카오뱅크 등 실제 프로젝트 사례도 소개했다. 일부 기업에서는 일반 규격제품으로 대응하기 어려운 대표실·비규격 가구 등을 제작했다는 설명이다.

◆사업 실패 후 건설현장으로…"다시 가장 잘하는 가구 택했다"

하넬의 성장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최 대표는 가족이 운영하던 가구업체에서 일하다 독립한 뒤 인테리어 사업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사업에 실패했고 채무까지 떠안았다.

이후 아파트 건설현장에서 배관 자재를 나르는 일을 하며 약 2년 동안 기존 사업에서 발생한 빚을 갚았다. 그 과정에서 다시 자신이 가장 오래 해왔고 잘 알고 있던 가구업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하넬은 이후 외부 투자보다 자체 영업과 프로젝트 수주를 통해 몸집을 키웠다. 2년 전만 해도 직원이 3~4명 수준이었지만 프로젝트가 늘면서 조직을 확대했다. 전문가구 설계팀 이동가구(인테리어가구)유통 및 무늬목자재 유통과 여주 2700평 규모 생산라인을 구축한 것이다. 

◆스마트 책상·이동식 전시대…가구 넘어 기술 접목

제품 개발 영역도 넓히고 있다. 하넬은 태블릿 기반의 '스마트 책상' 시스템을 개발해 시험하고 있다. 기존 키폰 기능을 태블릿으로 대체하고 화상회의, 문서 공유 등을 하나의 장치에서 처리하는 방식이다.

특히 설계도면과 실제 소재를 화상으로 공유하면서 공장과 실시간으로 수정사항을 설명할 수 있도록 했다. 현장까지 직접 이동하는 시간을 줄이고 설계자와 제작자 사이의 의사소통 오류를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

배터리를 활용한 이동식 전시대도 개발하고 있다. 전시회나 팝업스토어에서 별도 전기공사 없이 조명과 회전판을 구동하도록 한 제품으로 현재 특허 출원을 진행 중이다.

◆"비싸서 못 쓰던 무늬목, 일상으로 가져오겠다"

최 대표가 다음 성장동력으로 주목하는 분야는 무늬목의 대중화다.

그동안 무늬목은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과 긴 조달기간 탓에 일부 고급 가구나 인테리어를 중심으로 사용됐다. 하넬은 직접 구축한 공급망과 자체 생산시설을 활용해 비용과 납기 장벽을 낮추겠다는 구상이다.

최석현 하넬 대표는 회사의 성장동력으로 무늬목의 대중화를 꼽았다. =홍재현 기자


기업 오피스를 넘어 공동주택과 상업공간 마감재 시장도 겨냥하고 있다. 현재 약 370세대 규모의 실버타운 내장 패널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건설 특판시장으로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최 대표는 국내 가구산업이 값싼 기성품 경쟁을 넘어 소재와 디자인의 선택 폭을 넓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가격 때문에 접하기 어려웠던 고급 소재를 보다 많은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며 "다양한 무늬목과 질감이 가구 디자인에 활용되고, 그것이 국내 가구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구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생겼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회사가 되는 것이 목표"라며 "제품만 납품하는 회사가 아니라 공간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구 전문기업으로 성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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