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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형배 시장·신민호 위원장 '정면 격돌'…조례 먼저냐 행정 먼저냐

부시장 시민추천제 절차 놓고 정면 대치…통합특별시 출범 한 달 만에 의회·집행부 갈등 본격화

김성태·장철호 기자 | kst@newsprime.co.kr | 2026.08.14 16:20:10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의회 운영위원회는 14일 오전 회의를 열고 정무부시장 시민추천제 추진계획 및 경과보고를 청취하며 적법성 여부를 검증했다. 이날 회의에는 민형배 시장과 황기연·고광완 부시장, 관계 공무원들이 출석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민형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이 정무직 지방부시장 시민추천제의 조례 위반 논란과 관련해 14일 특별시의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신민호 운영위원장과 정면으로 맞붙었다.

광역단체장이 상임위원회에 직접 출석한 것부터 이례적이었다. 그러나 이날 회의는 시작 전부터 파행이 예고됐다. 지난 10일 의회가 절차상 문제를 제기한 데 이어 13일 집행부가 "문제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양측의 입장이 이미 평행선을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논란의 핵심은 시민추천제 자체가 아니라 공모 분야와 현행 조례의 불일치, 그리고 조례 개정 전 후보자 지명​이다.

현행 조례는 인사 청문 대상인 지방직 부시장의 업무를 '문화산업'과 '경제농림' 분야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시민 추천제 공모는 '산업·일자리·경제·노동·첨단주력산업'과 '시민주권·청년인구정책·보건복지·양성평등' 분야로 진행됐다. 

의회는 특히 청년·인구·보건복지 등 국가직 부시장 성격의 사무가 기존 지방직 부시장 업무와 뒤섞였다고 지적한다. 또 조례를 개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모와 자격심사를 거쳐 지난 6일 후보자 2명을 지명한 것도 핵심 쟁점이다.

신 위원장은 이를 단순한 행정상 착오가 아니라 의회의 입법권과 견제 기능에 관한 문제로 보고 있다. 집행부가 조례에 정해진 기준을 먼저 바꿔 적용한 뒤 사후적으로 조례를 고치는 것은 의회의 입법권을 사실상 사후 승인 절차로 만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집행부는 시민추천제가 시장의 인사권 행사를 위한 준비행위일 뿐 조례 위반이나 부시장 임명 행위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황기연 행정부시장은 13일 "시민추천제 절차는 시장의 인사권 행사를 위한 준비행위"라며 "조례 위반이나 부시장 임명 행위가 아니다"고 밝혔다. 법률·행정 전문가들에게 두 차례, 6곳에 법률 자문을 구한 결과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공통된 의견을 받았다고도 설명했다. 공모 분야가 조례와 다른 것은 통합특별시 출범 초기의 과도기적 조직체계 때문이라는 게 집행부의 논리다.

14일 운영위에서는 이 두 논리가 그대로 충돌했다.

민 시장은 시민추천제를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하고 의회에 일찍 설명하지 못한 데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지만, 이를 조례 위반에 대한 사과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신 위원장이 "절차상 잘못된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피력한 것이냐"고 묻자 민 시장은 "사과가 아니라 설명"이라며 "위법·부당한 일이 있으면 그러겠지만 지금까지는 그렇지 않다"고 맞섰다.

신 위원장이 조례와 공모 분야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사과를 요구하자 민 시장은 "지명은 말 그대로 지명일 뿐 임명이 아니다"며 "향후 인사청문을 요청하기 위한 준비행위"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행정이 법과 조례보다 앞서갈 수 없다고 맞섰다. 조례가 정한 기준과 다른 방식으로 후보자를 먼저 선정한 뒤 조례를 고치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사후 조례 개정으로 앞선 절차의 문제를 해결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민 시장은 "집행부와 의회의 해석이 다르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위원장 말만 진리라고 하면 곤란하다"는 발언까지 나오면서 회의는 사실상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공방으로 흘렀다.

이날 충돌은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장면이 아니다. 이미 양측의 주장이 굳어진 상태에서 열린 만큼 서로의 설명을 듣는 자리이자 입장 차이를 재확인하는 자리가 됐다.

특히, 이번 갈등이 부시장 인사 문제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도 주목된다. 민 시장 취임 한 달여 만에 의회와 집행부가 조례 해석과 행정 절차를 놓고 공개적으로 충돌하면서 향후 통합특별시 운영 과정에서도 긴장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이번 논란의 핵심은 후보자 2명의 적격성이나 시민추천제의 취지가 아니다. 법과 조례를 먼저 적용한 뒤 행정을 추진해야 하는지, 통합특별시의 새로운 행정수요에 맞춰 제도를 먼저 운영하고 조례를 정비할 수 있는지​를 둘러싼 양측의 권한 해석과 주도권 다툼이라는 분석이다.

14일의 설전은 이 간극을 확인한 첫 공개 충돌이었다. 양측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부시장 인사청문을 넘어 향후 조직개편과 주요 정책 추진 과정에서도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통합특별시 출범 한 달 만에 민 시장과 의회가 첫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한편 신 위원장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어제 저녁 행정부시장의 제안이 있어 조율을 진행했다"며 "앞서 이야기했던 세 가지 키워드를 받아들인다면 서로 싸울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갑자기 상황이 달라졌다"고 주장했다.

신 위원장이 말한 '세 가지 키워드'는 △사과 △조례 개정 이후 개정 조례에 근거한 인사청문회 요청 △진정성 있는 소통이다.

신 위원장은 "어제 저녁에는 이 세 가지 사항을 놓고 이야기가 됐지만 이후 상황이 틀어졌다"며 "관련 내용을 정리하기 위해 회의 시간을 오전 10시로 앞당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집행부가 인사청문회 대상자를 먼저 선정한 뒤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사람을 먼저 뽑아놓고 그에 맞춰 조례를 개정해달라는 것은 이른바 '위인설법(爲人設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집행부가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의회가 조례 개정을 해줄 수 없다"며 "이 상태에서 조례를 개정하면 의회 스스로 발등을 찍는 일이 될 수 있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통합의 성공적인 안착을 위해 협조할 부분은 협조하려 했지만, 지금과 같은 방식이라면 조례 개정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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