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이 오르는 상황에서 옵션은 더 넣고, 같은 사양을 기준으로 가격은 낮췄다. 로터스가 2027년형 엘레트라(Eletre)와 에메야(Emeya)를 국내에 내놓으면서 선택한 방식이다.
평균 조정 폭은 약 1600만원. 주력 트림은 이전 연식에서 같은 사양을 구성했을 때보다 2000만원 넘게 낮아졌다. 연식변경 모델의 가격표를 새로 쓴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한국 시장에서 구매 문턱을 낮추려는 로터스의 계산이 깔려 있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순수 전기 SUV 엘레트라와 순수 전기 GT 에메야의 2027년형 국내 인증을 마치고 사전계약에 들어갔다. 기존 라인업을 △600 △600 SE △900 세 가지 트림으로 재편하고 국내 고객들의 선호도가 높은 옵션을 기본 사양으로 묶었다.
이번 가격 조정을 단순한 '차값 인하'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2027년형 600의 시작 가격은 1억6980만원이다. 2026년형 600의 기본 가격이 1억4490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가격표상 진입가격은 오히려 높아졌다.
그 이유는 비교 기준이 기본 가격이 아니라 '동일 사양'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2027년형 600에는 고객 선호도가 높은 21·22인치 휠과 6피스톤 캘리퍼, 소프트 클로징 도어 등이 기본으로 적용됐다. 이 사양들을 2026년형에 동일하게 적용했을 때와 비교하면 가격은 1480만원 낮다는 게 로터스의 설명이다.

순수 전기 하이퍼 SUV 엘레트라. ⓒ 로터스자동차코리아
주력인 600 SE에서는 차이가 더 벌어진다. 1억8780만원으로 책정된 600 SE에는 다이내믹 핸들링과 KEF 프리미엄 오디오, 컴포트 시트 등이 기본으로 들어간다. 같은 사양을 이전 연식에서 구성하는 것보다 약 2170만원 낮다.
최상위 900은 2억2970만원으로, 후륜 조향과 안티 롤 바 등 주요 주행·편의 사양을 기본 적용하면서 동일 사양 기준으로 약 1170만원 낮게 책정됐다. 이를 평균하면 1600만원 수준이다.
결국 로터스가 손댄 것은 실제 고객이 선택하는 구성의 가격이다. 낮은 기본 가격을 제시하고 옵션을 하나씩 추가하는 대신, 선호도가 높은 사양을 처음부터 넣은 뒤 그 구성의 가격을 낮추는 방식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원하는 사양을 갖추기 위해 추가 선택해야 하는 과정과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트림 체계를 다시 단순화한 것도 마찬가지다. 2026년형 엘레트라와 에메야는 600을 시작으로 600 GT SE·600 Sport SE·900 Sport·900 Sport Carbon 총 5개 트림으로 구성됐다. 당시에도 로터스는 이전 모델보다 최대 2000만원 이상 가격을 낮추고, 국내 가격을 유럽 주요 시장보다 최대 3600만원 낮게 책정하는 등 가격 경쟁력을 전면에 내세웠다.
2027년형에서는 이를 다시 600·600 SE·900으로 압축했다. 선택지를 늘리는 대신 고객 선호 사양을 중심으로 구성을 정리하고, 같은 수준의 사양을 갖추는 데 드는 비용을 낮추는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이런 변화는 상품 구성 조정에만 그치지 않았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는 이번 2027년형을 소개하면서 한국 시장을 중요하게 바라보는 본사의 지원을 강조했다.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옵션을 기본화하는 과정 역시 본사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졌고, 차량 물량도 한국 시장에 우선 배정받는다는 설명이다.

순수 전기 하이퍼 GT 에메야. ⓒ 로터스자동차코리아
가격뿐 아니라 출고기간에서도 이 같은 전략이 드러난다. 로터스는 2027년형 엘레트라와 에메야의 계약부터 고객 인도까지 약 2개월이 걸리는 출고 체계를 운영한다. 한국에 빠르게 생산 물량을 배정해 차량 구매 후 기다리는 시간까지 줄이겠다는 것이다.
가격과 옵션, 출고기간은 결국 차량을 계약하기 직전 소비자가 마주하는 현실적인 조건들이다. 로터스가 이번 연식변경에서 세 요소를 한꺼번에 손본 것은 한국 시장에서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구매까지 이어지는 문턱을 낮추려는 움직임이다.
특히 엘레트라와 에메야는 시작 가격만 1억원대 중후반이고 상위 트림은 2억원을 넘어선다. 최고출력 918PS와 2초대 제로백 등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는 사실과 별개로, 국내 소비자가 실제 선택지에 올려놓기 위해서는 가격 경쟁력은 피할 수 없는 요소다.
로터스는 지난해 2026년형에 이어 2027년형에서도 옵션과 가격 구조를 다시 손봤다. 한국 고객이 많이 찾는 구성 자체를 재설계하면서 가격 경쟁력을 이어가는 모습이다.
그 과정에서도 로터스 고유의 성능은 유지했다. 엘레트라와 에메야는 최고출력 918PS를 발휘하며 정지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각각 2.95초, 2.78초 만에 도달한다. 최대 350㎾급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고 국내 인증 기준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는 트림에 따라 374~518㎞다.
로터스자동차코리아 관계자는 "2027년식 엘레트라와 에메야는 주요 선호 옵션을 기본 적용하고 로터스의 성능과 상품 구성을 함께 반영한 모델이다"라며 "가격 조정과 상품 구성을 바탕으로 국내 프리미엄 순수 전기차 시장에서 고객 선택 폭을 넓힐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결국 2027년형에서 중요한 숫자는 1600만원이 아니다. 로터스는 한국 고객이 선호하는 사양을 기본화해 실질적인 구매 부담을 낮추고, 본사 물량 배정과 약 2개월의 출고 체계까지 함께 손봤다. 단순한 가격 조정을 넘어 한국 시장에서의 구매 문턱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