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엔진은 달려 있지만 운전자가 그 존재를 의식하는 시간은 줄인다. 출발할 때와 막히는 도로에서는 모터를 적극적으로 쓰고, 힘이 필요한 순간에는 엔진을 빠르게 깨운다. 제네시스 브랜드(이하 제네시스)가 오는 9월 출시되는 GV80에 처음 적용할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핵심이다.
제네시스가 공개한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효율 개선과 함께 전기차에서 느낄 수 있는 정숙성과 즉각적인 가속 반응을 구현하는 데 개발 초점을 맞췄다.
수치부터 보면 성능과 효율을 함께 끌어올렸다. GV80 하이브리드의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352마력(PS), 최대토크는 54.0㎏f·m다. 기존 GV80 2.5 터보와 비교하면 출력은 약 16%, 토크는 26% 높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연구소 자체 시험 기준 약 7.1초다. 제네시스에 따르면 19인치 휠을 장착한 2WD 5인승 모델 기준 복합연비 역시 기존 2.5 터보보다 약 25% 이상 개선됐다. 다만 연비는 아직 정부기관 인증 전으로 최종 수치는 출시 과정에서 확정된다.
눈에 띄는 대목은 숫자를 만들어내는 방식이다. 제네시스는 이번 시스템에서 모터가 차량을 움직이는 구간 자체를 넓혔다. 하이브리드의 효율을 높이는 동시에 엔진 소음과 진동이 실내로 들어오는 시간을 줄이는 방향이다.

GV80 2.5 터보 하이브리드 시스템. ⓒ 제네시스 브랜드
대표적인 구간이 출발 직후다. 일반적인 내연기관 차량은 냉간 시동 직후 엔진의 소음과 진동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진다. 특히 벽과 천장으로 둘러싸인 지하주차장에서는 운전자가 이를 더 쉽게 체감한다.
GV80 하이브리드는 출발한 뒤 초기 약 30㎞/h에 도달할 때까지 EV 모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제어한다. 주차장을 빠져나오는 동안 엔진 개입을 억제하고, 일반도로에 합류해 일정 속도에 도달한 뒤 엔진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신호가 잦은 시내나 정체구간에서도 같은 전략을 쓴다. 가속과 정차가 반복될 때 모터 구동 비중을 높여 엔진 작동 시간을 줄인다. 운전자가 저속에서 체감하는 정숙성을 하이브리드의 주요 상품성으로 끌어올린 셈이다.
이런 제어를 뒷받침하는 장치가 배터리다. 제네시스 2.5 터보 하이브리드에는 현대자동차그룹 하이브리드 시스템 가운데 처음으로 수냉식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적용됐다. 기존 공냉식보다 배터리 온도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어 최대 방전 출력을 높이고 모터 사용 범위를 넓힐 수 있다.
구동계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진동도 손봤다. 종감속기어비(Final Gear Ratio, FGR)를 기존 2.5 터보보다 낮추고 엔진 댐퍼풀리와 신규 후륜 7단 변속기에 진동 저감 기술을 적용해 실내로 전달되는 엔진 진동을 억제했다.
모터를 적극적으로 쓴다고 해서 엔진의 역할까지 줄인 것은 아니다. 제네시스는 운전자가 힘을 요구하는 순간에는 반대로 엔진을 빠르게 개입시키는 쪽을 택했다.
EV 모드로 달리는 도중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깊게 밟으면 변속과 엔진 클러치 접합을 동시에 제어한다. 모터에서 엔진으로 동력이 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지연시간을 줄여 가속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한 설정이다.
시속 100㎞로 달리다 다시 속도를 높이는 상황에서는 연구소 자체 측정 기준 기존 2.5 가솔린 터보보다 약 18% 빠른 재가속 성능을 확보했다. 고속도로 추월처럼 순간적으로 큰 힘이 필요한 상황에서 모터와 엔진을 함께 활용한다.
결국 엔진을 적게 쓰는 것 자체가 목표는 아니다. 운전자가 엔진을 필요로 하지 않는 순간에는 개입을 줄이고, 힘이 필요한 순간에는 지체 없이 활용하는 제어가 핵심이다.
후진도 모터가 담당한다. 구동 모터(P2)를 역방향으로 돌리는 방식으로 엔진 개입 없이 후진하고, 변속기의 R단 관련 요소를 삭제했다. 후진 때는 1단의 높은 기어비를 활용해 필요한 구동력을 확보하면서 변속기 중량과 내부 마찰요소도 줄였다.
전동화 기술은 편의와 효율 영역에도 활용된다. 엔진을 켜지 않고 공조와 멀티미디어를 사용할 수 있는 '스테이 모드'를 비롯해 목적지와 도로 상황을 예측해 배터리를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계층형 예측 제어(Hierarchical Predictive Control, HPC), 내비게이션과 차간거리 정보를 활용해 감속 강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회생제동을 적용했다.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의 작동 방식을 세밀하게 다듬은 데는 고급차에 요구되는 주행 특성이 자리한다. 연료 소비와 함께 저속 정숙성, 가속페달 반응, 진동 억제 같은 감각적 요소도 차량 완성도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특히 GV80은 차체 크기와 중량을 감안하면 효율과 충분한 동력 성능을 함께 확보해야 한다. 제네시스는 출력과 토크를 기존 가솔린 모델보다 높이면서 모터 사용 구간을 확대해 두 요소의 균형을 맞췄다.
하이브리드를 바라보는 기준도 달라진다. 엔진에 모터를 더해 연료 소비를 줄이는 수준에서 한발 더 들어가, 전동화 기술을 이용해 내연기관 특유의 소음과 반응 지연까지 다듬는 방향이다.
GV80 하이브리드는 제네시스가 이런 접근법을 처음 시장에서 검증하는 모델이다. 향후 관건은 제네시스가 강조한 'EV 수준의 주행감성'이 실제 도로에서 어느 정도 구현되느냐다. 연구소 자체 측정에서 확보한 연비 개선폭과 재가속 성능도 정부 인증과 실제 주행을 거치면서 구체적인 평가를 받게 된다.
제네시스가 GV80 하이브리드에 심은 핵심은 엔진과 모터가 함께 있다는 사실보다 운전자가 둘 사이의 전환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느냐에 있다. 조용해야 할 때 엔진을 감추고, 힘이 필요할 때 즉각 불러내는 방식이다. 오는 9월 등장할 GV80 하이브리드는 제네시스가 하이브리드를 통해 추진하는 '주행 감각의 전동화'가 어느 수준까지 왔는지를 보여줄 첫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