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공장과 오피스 빌딩에서 활용되던 현대자동차그룹의 주차로봇이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들어간다. 차량을 대신 주차하는 편의 기능을 넘어 기존 주차장의 구조를 활용하면서 수용 능력을 최대 50%까지 높일 수 있는지 실제 생활공간에서 검증하기 위해서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자동차(005380) △현대위아(011210) △현대건설(000720) 컨소시엄이 경기도 시흥시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 공동주택 주차로봇 실증사업을 추진한다고 10일 밝혔다.
사업은 국토교통부 스마트도시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스마트실증사업으로 진행된다. 지하 1층 주차장에 53면 규모의 별도 구역을 마련하고 현대위아 주차로봇 2세트를 투입한다.
이번 실증의 차별점은 적용 공간에 있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이미 생산시설과 업무용 건물에서 실제 운영 경험을 쌓았다.
현대차그룹은 2024년 서울 성수동 로봇 친화형 오피스 빌딩 '팩토리얼 성수'에 현대위아 주차로봇을 투입해 국내 최초로 상용 주차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용자가 지정된 장소에 업무용 차량을 반납하면 로봇이 차량을 들어 빈 공간으로 옮기고, 차량이 필요할 때 다시 출차하는 방식이다.
해외 생산거점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현대위아는 2025년 미국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에 주차로봇을 공급했다. 공장과 오피스 등 비교적 관리가 용이한 환경에서 운영 경험을 쌓은 뒤 이번에는 다수의 일반 이용자가 오가는 공동주택으로 검증 범위를 넓히는 흐름이다.
공동주택은 주차로봇의 효용을 확인하기에 조건이 다르다. 출퇴근 시간대를 중심으로 입·출차가 몰리고, 운전자와 보행자 이동이 동시에 발생한다. 차량을 직접 운전해 빈 주차면을 찾는 과정에서 이동 동선도 길어진다.
현대차그룹이 주목하는 것은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공간 손실이다. 사람이 직접 주차하려면 차량이 회전하고 문을 열어 승하차할 공간이 필요하다. 반면 운전자가 별도 입·출차 구역에서 차량을 맡기고 로봇이 이동시키면 차량 사이 간격과 이동 공간을 줄일 수 있다.
힐스테이트 더웨이브시티에서는 입주민이 지정된 구역에서 하차한 뒤 키오스크나 공동주택 월패드를 이용한다. 이후 주차로봇이 차량 아래로 들어가 타이어를 들어 올린 뒤 빈 주차면으로 옮긴다. 출차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된다.
현대차그룹은 이를 통해 같은 면적에서 주차 수용력을 최소 20%에서 최대 50%까지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신규 주차 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기보다 기존 공간의 차량 배치와 이동 방식을 바꿔 수용 능력을 높이는 접근이다.
로봇 성능도 적용 범위 확대에 맞춰 높아졌다. 두께 110㎜의 로봇 한 쌍이 차량 하부로 진입해 라이다(LiDAR) 센서로 바퀴 크기와 위치를 인식하는 기본 구조는 유지됐다. 전후좌우 모든 방향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최고 속도는 초속 1.2m다.
처리 가능한 차량 중량은 늘었다. 2024년 팩토리얼 성수 상용화 당시 현대위아가 공개한 최대 허용 중량은 2.2톤이었다. 이번 공동주택 실증에 투입되는 주차로봇은 최대 3.4톤의 SUV까지 옮길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형 SUV와 전기차 등 무거운 차량까지 적용 대상을 넓힐 수 있는 수준이다.
현대차그룹은 차량 한 대당 입·출차 소요시간과 실제 이용자 대기시간, 주차 성공률, 로봇 가동률, 월간 수행 건수, 주차면 효율 개선율을 측정한다.
실생활에서 로봇을 운용했을 때 어느 정도의 주차면을 확보할 수 있는지, 차량이 몰리는 시간대에 대기시간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몇 대의 로봇을 배치해야 적정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지를 수치로 확인하려는 것이다.
현대위아와 현대건설의 협업도 이 지점에서 맞물린다. 현대위아는 2025년부터 현대건설과 주차로봇과 키오스크, 관제·충전 시스템 등을 결합한 로봇 친화형 주차 솔루션 개발을 추진해왔다. 개별 로봇의 성능을 넘어 건물과 주차장 구조에 맞춘 운영체계를 구축하려는 구상이다.
현대차와 현대위아, 현대건설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이유도 같다. 로봇이 차량을 옮기는 기술에 건축 공간 설계와 사용자 서비스가 함께 결합돼야 공동주택에서 실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건물 유형에 따른 주차로봇 운영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실증 데이터를 바탕으로 가상환경 모델을 구축하고 주거·상업·업무·교통거점·공공·문화시설 등 서로 다른 주차 공간에 적용할 계획이다.
건물 용도와 주차장 형태에 따라 필요한 주차면과 로봇 대수를 산출하고 평균 대기시간과 처리량, 가동률 등을 반영한 운영 기준도 마련한다. 향후 신규 건물을 설계하는 단계에서부터 주차로봇을 전제로 공간을 구성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드는 셈이다.
주차로봇의 확산 여부는 공간 효율과 함께 경제성에서 갈릴 전망이다. 기존 주차장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뿐 아니라 로봇 구매와 유지·관리 비용 대비 추가 확보되는 주차면의 가치도 따져봐야 한다. 특히 공동주택은 공장이나 업무시설보다 이용자가 다양하고 출퇴근 시간대 수요가 집중되는 만큼 안정적인 입·출차 속도와 이용자 대기시간도 중요한 검증 대상이다.
현대위아의 주차로봇은 제조시설에서 출발해 오피스 빌딩을 거쳐 공동주택까지 적용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번 실증에서 20~50% 수준의 공간 효율과 운영 안정성이 확인될 경우 주차로봇의 역할도 차량을 옮기는 장비에서 건물의 주차 공간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수단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공동주택이라는 실제 생활환경에서 주차로봇의 운영 안정성, 효율성, 사용자 편의성을 종합적으로 검증해 향후 국내외 다양한 도시 공간으로 확산 가능한 표준 모델을 도출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