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외국인 관광객(방한객) 숫자에만 의존해 온 국내 관광산업의 성과 평가 체계를 '서비스 수출'과 '국내 부가가치 창출' 관점으로 전면 재정립해야 한다는 한국은행의 제언이 나왔다. 양적 성장 전략은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키울 수 있어 실질적인 내수 유발과 국내총생산(GDP) 성장 효과를 극대화하는 질적 성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5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서비스수출 관점에서 본 관광산업의 성장효과와 정책방향'에 따르면 지난해 방한 관광객은 약 1894만명으로 팬데믹 이전 최고치(지난 2019년 1750만명)를 웃돌았다.
다만 경제적 내실을 들여다보면 과제가 적지 않다. 한국 관광산업의 GDP 대비 직접 부가가치 비중은 지난 2024년 기준 1.7%에 그쳐, 글로벌 평균(3.5%)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6%)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체류 기간 단축과 1인당 지출액 개선세 제한으로 인해 '관광객 수 증가'가 '실제 부가가치 증대'로 대등하게 연결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가 드러난 셈이다.
한은 분석 결과, 관광수출이 관광 관련 산업에 직접 가져오는 부가가치는 60%로 나머지 40%는 중간재와 서비스를 공급하는 후방 연관 산업에서 유발된다. 관광객이 한국에 체류하며 지출을 늘리는 고부가가치 소비 구조가 형성되어야 전방위적인 경제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무작정 유치는 한계…"수용 가능한 범위 내 부가가치 극대화해야"
한은은 단순 입국자 수 확대 대신 '방한객 수 + 1일 평균 지출 + 평균 체류일수'를 동시에 늘리는 복합 전략을 제시했다.
한국의 관광수출 비중(GDP 대비)이 관광 선진국인 일본 수준(지난해 기준 1.46%)에 도달할 경우, 국내 부가가치 유발액이 약 6조3000억원(명목 GDP의 0.235%)에 달할 것으로 시산했다.
하지만 이를 입국자 수 단독으로만 달성하려면 지금보다 481만명을 더 유치(총 2375만명)해야 해 물리적 수용 능력과 인프라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
정선영 한은 조사국 아태경제팀 팀장은 오버투어리즘 우려와 관련, "객관적 지표로 보면 한국의 인구 대비 관광객 수 비중은 약 37%로 일본(35%)과 이미 비슷한 수준"이라며 양적 확대 방식의 제약을 짚었다.
이어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인구보다 많은 관광객을 받아들이는 곳은 역내 이동이 자유로운 유럽의 특수성이 반영된 결과"라며 "한국은 무작정 관광객 수를 늘리기보다는 국가가 수용 가능한 범위 내에서 동일한 방문객 수로도 지출과 부가가치를 높이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 "의료·미용 고부가화와 저부가 업종 체질 개선 '투트랙' 가야"
한은은 소비 구조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구체적인 대안도 제시했다. 단순 쇼핑 위주의 지출 구조를 △의료 △문화·오락 △전문서비스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지출 비중 17.2%→35.0%)하고 기존 숙박·음식점업의 부가가치율을 끌어올리면 추가 부가가치는 6조7000억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정 팀장은 "의료나 미용처럼 태생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업종의 지출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에 저부가로 인식되던 숙박·음식점 등도 프리미엄 상품 개발과 다양한 선택지 제공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는 '투트랙'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성장 동력으로 '동남아 시장'의 잠재력에 주목했다. 정 팀장은 "동남아 수요는 대만·일본·중국에 비해 절대적 수치는 낮지만, 젊은 층 비중이 높고 소득이 빠르게 늘고 있고 K-컬처에 대한 호감도가 높다"며 "한국 입장에서는 미래의 핵심 잠재 수요군으로 꼭 다뤄야 할 그룹"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일본 일부 지역에서 도입 중인 내·외국인 가격 차별제(이중 가격제)에 대해서는 "가격 차별은 과밀화를 통제하기 위한 목적일 뿐 근본적인 부가가치 제고 해결책으로 보긴 어렵다"며 "주요 관광 명소로 밀집되는 한국 특성을 감안해 본격적인 관광객 증가에 앞서 과밀 부작용을 완화할 사전적 대응책 정비가 선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