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피가 7월 22.19% 하락하며 주요국 증시 가운데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가격과 수급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된 만큼 8월에는 급격한 V자 반등보다 변동성을 동반한 완만한 회복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챗GPT 생성 이미지
[프라임경제] 역대급 폭락과 폭등을 오간 코스피가 이달 반등 시험대에 올랐다. 증권가에서는 지난달 급락으로 가격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평가하면서도 단숨에 전고점을 향하는 'V자 반등'보다 주요 변수를 확인하며 저점을 높여가는 흐름에 무게를 두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7월 한 달간 22.19% 하락했다. 상반기 101.14% 상승하며 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상승률 1위를 기록했지만 한 달 만에 월간 낙폭 1위로 내려앉았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의 반등을 제외한 1일부터 30일까지 하락률은 34.01%에 달했다. 외환위기 당시인 지난 1997년 10월(-27.25%)과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23.13%)보다 큰 낙폭이다.
시장 안정장치도 쉴 새 없이 작동했다. 지난 7월 한 달 동안 서킷브레이커는 네 차례, 유가증권시장 사이드카는 15차례 발동됐다.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 종목 가운데 70.3%가 6월 말보다 하락하는 등 충격도 시장 전반으로 확산됐다.
급락의 중심에는 인공지능(AI) 투자와 반도체 업황에 대한 불신이 있었다. 미국 빅테크의 자본지출(CAPEX)이 실제 수익으로 이어질지에 대한 의구심과 메모리 가격 상승세 둔화, 장기공급계약(LTA) 논란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를 키웠다.
중국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증설 가능성과 중국산 반도체 장비 개발 소식, 미국 장기금리 상승도 투자심리를 눌렀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반도체 대형주로의 자금 쏠림과 기계적인 매매를 확대하며 변동성을 키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다만 기업 실적이 주가만큼 빠르게 악화한 것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스피 이익 전망은 비교적 견조한 가운데 주가가 급락하면서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내려왔다.
◆ 바닥 공감대…반등 속도와 상단에는 '온도 차'
분위기가 돌아선 것은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이었다. 코스피는 지난달 31일 17.91% 오른 6595.45로 마감하며 사상 최대 일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26.81%, 29.95% 급등했다.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 미국 빅테크가 AI와 데이터센터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계획을 내놓으면서 투자 축소 우려가 일부 완화됐다. 글로벌 레버리지 펀드의 강제 매도도 후반부에 접어들었다는 기대가 반등에 힘을 보탰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단기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다만 이달 예상 범위는 5150선부터 8000선까지 넓게 형성됐다.
키움증권은 8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6000~7800선으로 제시했다. 유안타증권은 5150선을 최악의 마지노선으로 두고 불확실성을 소화하며 저점을 높일 것으로 전망했다. 신한투자증권은 5700선을 스트레스 기준, 6500~6600선을 적정가치 재진입선, 7200선을 첫 저항선으로 제시했다.
상단 전망도 열려 있다. KB증권은 8000선을 8월 전망 상단으로 제시했으며, 대신증권은 코스피가 6500~6800선에 안착할 경우 8200선까지 회복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7000~8000선에는 개인투자자의 매수 물량이 집중돼 있어 지수 회복 과정에서 매물이 출회될 수 있다. 이에 5~6월과 같은 급등보다 외국인 매수세를 중심으로 완만하게 저점을 높이는 흐름이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 AI 수익화·외국인·금리…반도체가 반등 열쇠
8월 반등의 핵심은 빅테크의 AI 투자가 실제 수익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상반기에는 CAPEX 확대 자체가 국내 반도체 기업의 미래 이익 증가로 받아들여졌지만, 앞으로는 AI·클라우드 매출과 현금흐름이 대규모 투자를 뒷받침하는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김재승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8월 코스피는 급락 이후 반등을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만 5~6월 같은 강한 상승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AI 투자의 수익화와 투자 지속 가능성, 중국 반도체 채택 등을 확인하면서 외국인 순매수를 중심으로 완만한 우상향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
엔비디아와 AMD, 샌디스크 등 미국 반도체 기업의 실적도 국내 투자심리를 좌우할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수요와 메모리 가격, 향후 실적 전망이 반도체 피크아웃 우려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국인 수급의 지속 여부도 관건이다. 지난달 31일 외국인 매수세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집중된 만큼 반도체 이익에 대한 신뢰가 유지돼야 국내 증시 전반으로 자금 유입이 확산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31일 역대급 반등이 시사하듯 주가상 낙폭과대 구간과 밸류에이션상 역대급 진입 매력 구간 등 바닥권에 도달했다는 신호는 등장했다"며 "이제는 분할 매수를 통해 국내 주식 비중을 확대하면서 반등을 준비해야 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업종 전략의 중심은 여전히 반도체다. 증권가에서는 이익 증가율이 둔화하더라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절대적인 이익 규모는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변동성에 대비할 업종으로는 금융과 방산·기계, 유통, 증권, 바이오 등이 거론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7월 급락 과정에서 가격과 수급 부담이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단기 바닥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됐지만, 한 차례 급반등만으로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고 강조했다.
이어 "AI 투자의 수익화와 반도체 실적의 지속성, 외국인 매수세와 미국 장기금리 흐름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8월 코스피는 변동성을 동반한 계단식 회복을 시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