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수력원자력주식회사(이하 한수원)가 임직원의 금품 수수 및 물품 횡령 등 재산 관련 비위 행위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효성 있게 제재할 내부 규정을 미비해 수년간 징계부가금을 단 한 푼도 부과하지 못한 것으로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났다.
정부의 명확한 지침이 있었음에도 자의적인 법 해석으로 규정 정비를 방치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식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현행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제26조 제10항에 따르면, 공기업은 국가공무원법 등을 참고해 금품·향응 수수나 공금 횡령·유용 등 재산 관련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 외에도 취득한 재산상 이득의 5배 내에서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러나 한수원은 관련 경영지침이 개정된 지난 2020년 12월 이후에도 지금까지 내부 규정을 마련하지 않았다.
그 이유로 '원전비리 방지를 위한 원자력발전사업자등의 관리‧감독에 관한 법률'(원전감독법) 제31조를 들었다.
해당 법조항에 수뢰죄 및 제삼자뇌물제공죄 등에 대해 5배 이상 10배 이하의 벌금을 병과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이미 상위 규범에 가중처벌 조항이 존재한다는 사유에서였다.
심지어 한수원은 2024년 국정감사 당시에도 이와 같은 사유로 규정 제정 제외를 검토해 달라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 감사 결과, 한수원의 이러한 판단은 명백한 오판인 것으로 밝혀졌다. 원전감독법 제31조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운영에 필요한 물품 구매나 거래 등에 제한적으로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회사 물품의 횡령이나 여비 부당 수령 등 원전 건설·운영과 직접 관련이 없는 재산 비위에는 해당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
결국 별도의 내부 규정이 없다면 이들 비위에 대해 징계부가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실제로 한수원은 지난 2025년 11월 소속 직원이 허위 문서로 회사를 기망해 전근여비 520만원을 부당 수령하는 등 회사에 손해를 끼친 비위 사건에 대해 징계처분을 내리고도 징계부가금은 전혀 부과하지 못했다.
이처럼 2021년부터 2025년 11월 사이에 원전감독법 제31조의 적용을 받지 않는 총 6건의 재산 관련 징계원인행위가 발생했으나, 한수원은 징계부가금을 한 푼도 징수하지 못한 채 방치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적발된 비위 금액만 총 2억1600여만 원에 달한다.
이번 감사 결과에 대해 한수원은 별다른 이견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수원 관계자는 "'근로기준법' 등 관계 법령을 면밀히 검토해 징계부가금 관련 규정을 조속한 시일 내에 마련하도록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에게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 제26조 제10항 등에 따라 직원의 금품·향응 수수 및 공금 횡령·유용 등 재산 관련 비위 행위에 대해 징계부가금을 실효성 있게 부과할 수 있도록 '인사관리규정' 등 내부 규정을 즉각 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할 것을 공식 통보했다.
그동안 한수원은 공공기관 종합청렴도 평가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며 대외적으로 우수한 반부패 성과를 인정받아 왔으나, 상위법에 대한 자의적 해석으로 징계부가금 규정을 수년간 방치한 채 억대 재산 비위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누락하는 심각한 모순을 드러냈다.
결국 대외적인 청렴도 지표에 안주할 것이 아니라, 즉각적인 내부 규정 정비를 통해 모든 재산 관련 비위에 실효성 있는 징계부가금 부과 체계를 확립함으로써 진정한 공공의 신뢰와 내실 있는 청렴도를 다시 세워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