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여의도 KB국민은행 앞에서 '제7차 KB국민은행의 감정평가시장 불법 침탈행위 규탄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모습. Ⓒ 한국감정평가사협회
[프라임경제] 금융기관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감정평가업계와 금융권 간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직접 채용해 대출 등 목적으로 감정평가를 수행하는 행위를 관련 법 위반으로 해석했지만, 현장에서는 자체평가 논란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다.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이하 협회)는 최근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KB국민은행 '자체 감정평가 문제'에 대한 그룹 차원 해결을 촉구했다. 지난해 수차례 규탄 집회를 통해 자체평가 중단을 요구한 데 이어 최고경영진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면서 대응 수위를 한 단계 높인 것이다.
논란 핵심은 금융기관이 내부에 감정평가사를 채용해 대출 등 담보가치를 직접 평가하는 방식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9월 금융기관이 감정평가사를 채용해 대출 등 목적으로 감정평가를 하는 행위가 감정평가 및 감정평가사에 관한 법률 제5조 제2항을 위반한 행위"라는 유권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후 감정평가업계는 금융기관 '자체평가' 중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협회의 경우 지난해 9월부터 11월까지 KB국민은행 앞에서 여러 차례 규탄 집회를 열고, 자체 감정평가 방식 문제점을 제기했다. 국토부 유권해석에도 불구, KB국민은행이 비용 절감 등 이유로 자체평가를 이어가고 있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특히 이번 사안은 단순히 개별 은행과 감정평가업계 간 갈등을 넘어 금융기관 '담보평가 체계'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대출 과정에서 부동산 등 담보가치를 산정하는 감정평가는 대출 가능 금액과 리스크 관리 등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절차다. 이에 따라 평가 주체와 방식, 독립성 확보 여부는 금융소비자와 금융기관 모두에게 중요한 사안으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협회가 기존 집회 중심 대응에서 KB금융 최고경영진과의 직접 면담 요구로 방향을 확대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라며 "개별 영업 현장이나 계열 은행 차원 대응만으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고 판단해 그룹 차원 논의를 통해 해법을 찾겠다는 취지"라고 바라봤다.
협회는 이번 면담을 통해 KB국민은행과 감정평가업계 간 상생 방안을 모색하는 동시에 자체 감정평가 문제에 대한 실질적 해결책 마련을 요구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양측 입장차가 좁혀질지는 미지수다.
협회는 면담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언론을 통해 KB국민은행 '자체평가' 중단 여부 및 향후 대응 방안 등을 공개 질의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반복된 규탄 집회에 이어 공개 질의가 현실화될 경우 양측 갈등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수도 있다.
국토부의 유권해석 이후에도 금융기관 자체 감정평가를 둘러싼 논란이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과연 최고경영진 면담 요청이 해묵은 갈등을 풀어낼 대화 계기가 될지, 아니면 금융권과 감정평가업계 간 갈등을 더욱 확대하는 분기점이 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