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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물에 숨은 야생동물…대한항공이 막을 또 다른 밀수

국내 항공사 첫 '버킹엄궁 선언' 참여…의심 화물 신고·운송 거부로 하늘 길 차단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7.21 11:42:14
[프라임경제] 국제 야생동물 밀거래가 성립하려면 포획지와 소비시장을 잇는 운송망이 필요하다. 살아 있는 희귀종부터 상아와 뿔, 가죽 등으로 만든 가공품까지 국경을 건너는 과정에서 항공 수하물이나 화물 운송망이 이용될 수 있다.

항공사가 의심 물품을 발견해 관계기관에 신고하거나 운송을 거부하면 밀거래 조직의 이동경로도 막힌다. 대한항공(003490)이 야생동물 불법거래를 차단하는 글로벌 운송 협력체에 참여한 배경이다.

대한항공은 야생동물 불법거래 근절을 위한 '버킹엄궁 선언(Buckingham Palace Declaration)'에 서명했다고 21일 밝혔다. 국내 항공사가 해당 선언에 참여한 것은 대한항공이 처음이다.

버킹엄궁 선언은 야생동물과 관련 가공품의 불법 운송을 차단하기 위해 2016년 마련됐다. 참여 기업은 밀거래 의심 정보를 관계기관에 알리고, 불법거래 가능성이 있는 수하물과 화물의 운송을 거부한다.

서명 기업들은 영국 왕실 산하 국제 야생동물 보호 연합인 유나이티드 포 와일드라이프(United for Wildlife, UfW)의 운송 태스크포스(TF)에도 참여한다. 항공사와 물류기업, 관계기관이 밀거래 수법과 의심 정보를 공유해 운송 단계의 감시망을 강화하는 구조다.

대한항공 보잉 777F 항공기. ⓒ 대한항공


불법 야생동물 거래에서 항공사의 역할은 수송에 그치지 않는다. 여객수하물과 항공화물이 접수돼 목적지로 이동하기까지 여러 확인 지점이 존재한다. 현장직원이 위조서류나 비정상적인 포장, 의심스러운 운송 요청을 발견하면 실제 운송 전에 밀거래를 차단할 여지가 생긴다.

대한항공은 이번 서명을 계기로 야생동물과 가공품의 불법거래를 막기 위한 보안체계를 강화할 계획이다. 임직원 교육을 확대하고, 밀거래가 의심되는 화물은 운송하지 않기로 했다. 관계기관 신고와 정보 공유도 선언의 실행 조항에 포함된다.

관건은 현장에서 의심 사례를 구분해 실제 신고와 운송 거부로 연결하는 대응력이다. 야생동물 밀거래는 정상 화물로 위장하거나 다른 품목 사이에 숨기는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 현장 직원의 판단을 돕는 교육과 신속한 신고 체계가 선언의 실효성을 좌우한다.

또 항공사는 운송 과정에서 의심 정황을 포착할 수 있지만 수사 권한을 가진 기관은 아니다. 세관과 경찰, 환경 당국 등 관계기관에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해야 적발과 수사로 이어질 수 있다. 항공사의 내부 감시와 공공기관의 법 집행이 연결돼야 운송 차단 효과도 커진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불법거래가 의심된 뉴질랜드 토종 희귀종 보석도마뱀(Jewelled Gecko)의 본국 송환을 무상 지원했다. 뉴질랜드 환경부 등 국내외 기관과 협력해 생존 개체를 뉴질랜드로 운송했다.

당시 송환이 적발된 희귀동물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조치였다면, 버킹엄궁 선언 참여는 운송 단계에서 밀거래를 사전에 걸러내는 역할과 연결된다. 야생동물 보호 활동의 초점도 사후 지원에서 예방과 운송 차단으로 넓어지는 셈이다.

윌리엄 헤이그 경(Lord William Hague) 유나이티드 포 와일드라이프 공동 의장은 "대한항공의 합류로 법 집행 기관과 환경 보호 단체의 협력이 강화될 것이다"라며 "항공 부문의 야생동물 불법거래 적발과 억제 능력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의 참여는 국내 항공업계에도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다. 국제선 여객과 화물을 취급하는 다른 항공사들도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어서다. 대한항공의 신고와 운송 거부 체계가 실제 사례로 축적되면 국내 항공사의 대응 기준을 마련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다.

향후 버킹엄궁 선언의 성과는 현장 실행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대한항공이 임직원 교육과 정보 공유를 어떻게 운영하고, 의심 수하물과 화물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걸러내는지가 야생동물 밀거래의 하늘 길을 차단하는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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