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그동안 포드와 링컨은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아주 크지도, 그렇다고 낯설지도 않은 브랜드였다. 포드는 익스플로러를 중심으로 대형 SUV 수요를 확보했고, 링컨은 독일 브랜드와 다른 미국식 고급차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했다. 판매 순위 상단을 장악할 정도는 아니었어도 두 브랜드를 찾는 고객층은 꾸준히 존재했다.
그리고 지난 몇 년간 그 익숙함이 빠르게 흐려졌다. 지난해 포드는 국내에서 4031대가 등록돼 전년보다 4.6% 늘었지만, 수입차 시장 전체 성장률인 16.7%에는 미치지 못했다. 링컨은 1127대로 48.5% 감소했다. 포드와 링컨을 합친 등록대수도 6042대에서 5158대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는 흐려졌다는 표현조차 조심스러울 정도다. 상반기 포드는 335대, 링컨은 322대가 등록됐다. 두 브랜드를 합쳐도 657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포드는 87.3%, 링컨은 54.2%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수입차 시장은 33.2% 성장했다. 시장이 커지는 동안 포드·링컨은 시장 밖으로 밀려났다.

올해 초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가 한국 시장 진출 30년 만에 '에프엘오토코리아'로 사명을 변경했다. ⓒ 에프엘오토코리아
이처럼 판매 기반이 약해진 상황에서 국내 사업의 운영 주체도 바뀌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포드·링컨의 판매 부진은 운영 주체가 바뀐 올해 들어 더 가팔라졌다. 포드·링컨은 올해 초 30년간 유지한 한국 직영 체제를 끝내고 딜러 중심 체제인 '에프엘오토코리아(FL Auto Korea, FLAK)'를 출범시켰다.
딜러 중심 체제는 국내 시장에 더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반년이 지난 현재, 소비자가 체감할 변화는 뚜렷하지 않고 판매는 오히려 급감했다. 그래서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6개월 동안 에프엘오토코리아는 무엇을 바꿨나. 확실한 건 빠르고 정교하게 움직였다고 평가하기에는 판매도, 브랜드 존재감도 너무 빠르게 무너졌다.
◆물러난 본사, 보이지 않는 현지 전략
포드세일즈서비스코리아는 지난 1월 에프엘오토코리아로 이름을 바꿨다. 1995년부터 포드·링컨의 공식 딜러를 맡아온 선인자동차가 법인의 소유권을 갖고 국내 판매와 서비스를 총괄한다. 에프엘오토코리아는 포드모터컴퍼니의 아시아태평양유통시장(Asia Pacific Distributor Markets, APDM) 산하에서 사업을 이어간다.
포드와 링컨이 한국에서 철수한 것은 아니다. 차량과 부품 공급은 계속되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도 운영된다. 다만 본사가 한국 법인을 소유하고 직접 사업을 이끌던 구조는 끝났다. 브랜드와 제품은 포드가 공급하지만 국내 판매를 키우고 고객을 관리할 책임은 현지 운영사가 더 크게 짊어지게 됐다.
한국 수입차 시장의 성장성이 꺾여서 내린 결정은 아니다. 지난해 수입차 시장은 두 자릿수로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에는 성장 폭이 더 커졌다. 그런 시장에서 포드 본사는 한국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역할에서 한발 물러났다. 철수라는 표현은 정확하지 않지만, 본사의 책임과 개입이 줄어든 변화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딜러 중심 체제는 분명한 장점이 있다. 국내 시장을 오래 경험한 운영사가 가격과 금융상품, 마케팅, 고객 관리에서 더 유연하게 판단할 수 있다. 여러 단계의 본사 승인을 기다리지 않고 소비자 반응에 맞춰 판매 정책을 조정할 여지도 생긴다. 선인자동차가 쌓은 30년의 경험을 새 체제의 경쟁력으로 내세운 배경이다.
그렇다면 반년 동안 포드·링컨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에프엘오토코리아는 예정된 신차를 출시하고 전시장과 서비스센터를 정비했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고객 접점 확대도 내걸었다. 그러나 포드를 국내에서 어느 가격대의 어떤 브랜드로 세울지, 링컨을 누구에게 팔 것인지에 대한 설명은 여전히 부족하다.
체제 전환의 성과를 판단하기에 6개월은 짧다는 반론도 가능하다. 링컨 노틸러스 하이브리드와 포드 익스플로러 트레머는 3~4월에 출시됐고, 포드 익스페디션과 링컨 네비게이터는 6~7월에야 투입됐다.

링컨 노틸러스 하이브리드. ⓒ 에프엘오토코리아
신차효과는 하반기에 더 지켜봐야 한다. 그렇더라도 새 체제가 자리를 잡는 동안 브랜드 존재감이 더 빠르게 약해졌고, 그 공백을 메울 메시지도 내놓지 못했다는 사실은 남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진행한 일들이 소비자에게 새로운 포드와 링컨으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운영사의 이름은 바뀌었지만 가격과 마케팅, 브랜드 경험에서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는 찾기 어렵다. 현지 운영의 강점이 아직 회사 소개서 밖으로 나오지 못한 셈이다.
◆대형 SUV에 쏠린 신차, 좁은 고객층
앞서 언급한 대로 에프엘오토코리아가 내놓은 첫해 전략은 SUV 신차 4종이다. 링컨 노틸러스 풀 하이브리드와 포드 익스플로러 트레머, 포드 익스페디션, 링컨 네비게이터를 차례로 투입했다. 포드·링컨이 잘해온 대형 SUV 분야를 강화하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문제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이미 다른 속도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전기차 비중은 45.5%, 하이브리드는 44.7%였다. 그렇게 전동화 비중은 전체 등록의 90.2%를 차지한다. 포드·링컨의 신차 가운데 이 흐름에 직접 대응하는 모델은 노틸러스 풀 하이브리드가 사실상 유일하다.

올-뉴 포드 익스페디션 플래티넘. ⓒ 에프엘오토코리아
익스플로러 트레머는 가솔린 대형 SUV의 오프로드 성격을 강화한 트림이다. 익스페디션과 네비게이터는 두 브랜드의 정체성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초대형 SUV다. 넓은 공간과 강한 주행성능, 미국차 특유의 존재감을 원하는 소비자에게는 충분히 매력적인 선택지다.
물론 포드·링컨이 자신들의 강점을 버리고 시장 유행만 따라갈 필요도 없다. 다만 이 차들이 무너진 판매 기반을 다시 넓힐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노틸러스 풀 하이브리드는 9500만원, 익스플로러 트레머는 8850만원이고 익스페디션은 1억2350만원, 네비게이터는 1억6150만원이다. 브랜드 이미지를 보여주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판매 규모를 책임질 차종은 아니라는 말이다. 고객을 다시 늘려야 할 시기에 구매층이 좁은 대형·초대형 SUV가 신차 전략의 중심을 차지했다.
포드의 국내 위치도 갈수록 애매해지고 있다. 대중 브랜드로 접근하기에는 가격이 높고, 프리미엄 브랜드와 경쟁하기에는 제품 선택지와 브랜드 선호도가 부족하다. 한때 판매를 이끌었던 익스플로러의 영향력도 예전 같지 않다. 머스탱과 브롱코, 레인저는 개성이 뚜렷하지만 브랜드 전체의 판매량을 떠받치기에는 수요가 제한적이다.
링컨은 미국식 고급차라는 색깔을 갖고 있지만 판매와 노출이 줄면서 소비자가 그 색깔을 경험할 기회도 함께 사라지고 있다. 브랜드가 보이지 않으면 관심이 줄고, 낮아진 관심은 다시 판매를 끌어내린다. 지금 링컨에 필요한 것은 더 큰 플래그십 한 대보다 브랜드를 다시 소비자의 선택지 안으로 끌어올릴 접점이다.
에프엘오토코리아는 두 브랜드를 어디까지 키울 것인지부터 정해야 한다. 포드·링컨을 다시 일정 규모를 갖춘 수입 브랜드로 만들겠다면 판매를 이끌 주력 모델과 가격 경쟁력, 전동화 제품 계획이 필요하다. 정통 미국 SUV를 원하는 제한된 고객에게 집중하겠다면 판매량보다 고객 관리와 브랜드 경험에 자원을 모아야 한다. 현재 전략은 두 방향 사이에서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신차 4종을 들여오고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일은 사업을 계속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그것만으로 포드·링컨의 한국 전략을 설명할 수는 없다. 판매 목표와 투자 계획, 중장기 제품 구성도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줄어든 판매량과 비싼 SUV 라인업뿐이다.
포드와 링컨은 한국을 떠나지 않았다. 그러나 떠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가 전략이 될 수는 없다. 직영 체제를 끝낸 지 반년이 지났다면 이제는 새 출발이라는 말보다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한국에서 어떤 브랜드로 남을지 답하지 못한다면 에프엘오토코리아의 출범은 재도약이 아닌, 축소된 사업을 이어가기 위한 운영 주체 변경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