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지난 11호 칼럼 '고차원 공감'을 읽은 분들이 강의 의뢰를 종종 해주셨다. 특히 외부 고객만이 아니라 내부 고객인 상담사들에게도 고차원 공감이 필요하다는 요구였다.
하지만 정작 상담사들에게 '고차원 공감'을 가르치고 싶은데 말문을 열기가 두렵다는 하소연이 뒤따랐다. 세대 차이도 나고, 업무 실적 피드백조차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에 저촉될까 봐 조심스럽다는 것이다.
결국 "하기로 한 최소한의 룰만 지키면 서로 건드리지 말자"는 암묵적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고차원 공감'은 너무 먼 나라 이야기라는 씁쓸한 고백이었다.
소통이 메마른 조직은 작은 톱니바퀴 하나만 엇나가도 거대한 오해의 늪으로 빠져든다. 피한다고 해서 해결되지 않는다. AI 업무 자동화로 여유를 만들었다면 그것을 '소통'에 쏟아부어야 한다.
리더의 감정 상태와 소통 방식이 곧 상담사를 거쳐 고객에게까지 흘러가는 거대한 낙수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관계를 복원하는 열쇠는 의외로 상담사와의 ‘소통’ 이전에, 리더 자신과의 소통인 '자기 공감'이 먼저다.
내 안에서 왜 화가 치미는지, 그 이면에 어떤 선한 바람이 있었는지, 어떤 기대와 의도가 실현되지 못해 이토록 흔들리는지 스스로 알아채야 비로소 상대와 소통할 준비가 된 거다. 우리는 흔히 "돈이 없다, 없다" 하면서도 정작 통장 잔고는 무서워서 들여다보지 않는다. 리더의 마음도 이와 같아서, 상담사와의 관계가 삐걱거릴 때 내면의 두려움을 직면하기보다 영혼 없이 슬슬 피하는 쪽을 택한다.
통장 잔고를 정확히 봐야 살 것과 포기할 것을 결정할 수 있듯, 리더도 내면을 투명하게 들여다봐야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관철할지 판단할 수 있다. 이 과정은 크게 3단계로 이루어진다.
첫째, 그동안 꽉 쥐고 있던 기존 기준의 밧줄을 놓는 단계다. "이건 이래야지", "이게 기본이지"라며 붙잡고 있던 기준이 내게는 당연해도 상대의 눈에는 다르게 보일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내 안의 경직된 기대치를 스스로 위로하며 내려놓는 과정이 필요하다.
둘째, 상대를 향한 선한 의도의 밧줄을 새로 잡는 단계다. 기존의 기준을 내려놓은 자리에 "성장과 기여를 돕고 싶다"는 진심을 채워야 한다. 예컨대 지각하는 구성원을 볼 때 스스로에게 먼저 물어보자. '팀 분위기가 깨질까 봐 화가 나는가? 저 친구의 무너진 일상이 염려되는가?' 리더의 편의를 위한 피드백은 저항을 부르지만, 자신을 돕기 위한 진심은 귀담아듣는다.
셋째, 정돈된 내 안의 바람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단계다. 자기 공감을 통해 선한 의도를 확인했다면 이제 꺼내놓아야 한다. 상대는 결코 내 속마음을 모른다. 정작 나조차 내 안의 진심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곤 하는데, 표현하지 않는다면 상대가 어찌 알겠는가.
말을 안 해주면 상담사는 자기 입장에서 "나만 갖고 그래. 찍혔어"라는 왜곡된 오해를 하기 쉽다. "저는 당신이 우리 센터에서 더 성장하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지각하면서 당신 마음은 괜찮았나요? 이 행동이 당신에게도 팀에게도 영향을 주고 있어요"라고 나의 진심을 나누는 것이다. 이것은 지적이 아니라 알림이고, 꾸중이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 보여지는 상황을 전달하는 거다.
이렇게 리더가 자기 공감을 거쳐 기준을 내려놓고, 선한 의도를 세워 솔직하게 전할 때 비로소 상담사는 정서적으로 채워진다. 리더가 슬슬 피하지 않고 자기 공감에서 출발한 솔직함으로 다가올 때, 상담사는 방어기제를 내려놓고 안전감을 얻으며 심리적 유대감을 갖는다. 그 정서적 여유가 있어야 고객의 감정도 깊이 읽어낼 수 있다.
리더와의 관계가 메말라 있다면 상담사는 고객에게도 딱 그만큼만 응대한다. 리더와의 관계가 조직 몰입과 업무 몰입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고객이 느끼는 응대의 온도는 상담사가 리더에게서 느낀 온도와 상관관계가 높다. 감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고, 다시 안에서 밖으로 흐른다.
고차원 공감은 매뉴얼이나 스크립트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리더의 용기 있는 자기 공감과 고백, 그 가장 가까운 관계의 샘에서부터 흘러나와 고객에게까지 가닿는 거대한 낙수효과다.
지윤정 (윌토피아 대표/ 성신여대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