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건설현장에서 형틀목공은 건축물의 뼈대를 만드는 핵심 직종이다. 콘크리트 타설을 위한 거푸집을 제작·설치하고 해체하는 업무를 수행하는데, 이 과정에서 반복적인 중량물 취급과 무리한 작업 자세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형틀목공들이 겪는 어깨질환은 여전히 '나이가 들어 생긴 병' 정도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산업재해보상보험 실무에서는 형틀목공의 어깨질환이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되는 사례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노화가 아닌 장기간 누적된 작업부하의 결과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깨는 인체 관절 중 운동 범위가 가장 넓은 부위다. 그만큼 반복적인 사용과 과도한 부담에 취약하다. 형틀목공은 유로폼, 합판, 각재, 멍에재 등 상당한 무게의 자재를 반복적으로 운반하고 설치한다.
특히 벽체나 슬래브 거푸집 작업 과정에서는 양팔을 어깨 높이 이상으로 들어 올린 상태가 장시간 지속된다. 천장 작업의 경우 고개를 젖히고 팔을 머리 위로 올린 자세를 반복해야 하는데, 이러한 작업은 어깨 관절과 회전근개 힘줄에 상당한 부담을 준다.
더욱이 형틀목공은 단순히 자재를 운반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망치질, 못 제거 작업, 전동드릴과 임팩트렌치 사용, 거푸집 조립 및 해체 작업 등 어깨를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공정을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수행한다.
이같이 누적된 부담은 결국 회전근개파열, 충돌증후군, 석회성건염, 유착성 관절낭염(오십견) 등의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산재 인정 사례를 살펴보면 상당수 형틀목공들이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고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고 있다. 회전근개는 어깨를 움직이고 관절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중요한 힘줄 조직이다. 반복적인 상지 사용과 과도한 하중이 지속될 경우 부분파열에서 전층파열로 진행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일상생활조차 어려워질 정도의 기능장애를 초래한다.
산재 인정 여부를 판단할 때 근로복지공단은 단순히 질병의 진단명만을 보는 것이 아니다. 근로자의 작업내용과 직업력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중량물 취급 빈도와 무게, 어깨 위 작업의 반복성, 작업 자세, 근무기간, 전동공구 사용 여부, 진동 노출 정도 등이 주요 판단 요소다.
특히 형틀목공의 경우 장기간 반복된 머리 위 작업과 중량물 취급 사실이 확인된다면 업무관련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노무사로서 현장에서 느끼는 가장 큰 문제는 많은 근로자들이 산재 신청 과정에서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형틀목공으로 오래 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어떤 자재를 취급했는지, 하루 평균 몇 시간 동안 팔을 들어 작업했는지, 중량물은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특히 △작업 사진 △공사 현장 자료 △동료 근로자의 사실확인서 △경력증명서 등은 업무관련성을 입증하는 중요한 자료다.
필자가 수행한 사건 중에는 20년 이상 형틀목공으로 근무한 근로자가 양측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은 사례가 있었다. 최초 검토 과정에서는 연령 증가에 따른 퇴행성 변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수행한 형틀 설치·해체 작업과 반복적인 상지 사용, 중량물 취급 내역 등을 면밀히 입증한 결과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다. 이는 퇴행성 변화가 존재하더라도 업무 부담이 질병 발생 또는 악화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면 산재로 인정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
건설현장의 고령화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동시에 근골격계 질환 역시 증가하고 있다. 특히 형틀목공의 어깨질환은 어느 날 갑자기 발생하는 사고성 재해가 아니라 수년, 수십 년 동안 반복된 작업의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어깨 통증이 지속되거나 회전근개파열 진단을 받았다면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릴 것이 아니라 업무와의 관련성을 면밀히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 제도는 업무로 인해 발생한 질병으로부터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해 존재한다. 형틀목공의 어깨질환 역시 직업적 부담에 의해 발생한 결과라면 정당한 보상을 받을 권리가 있다.
중요한 것은 질병 자체가 아니라 그 질병이 어떤 작업환경 속에서 발생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다. 현장의 땀과 노동이 남긴 흔적이 단순한 노화가 아닌 직업병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보다 적극적인 관심과 보호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민희 노무법인 산재 노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