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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0원'에도 견적서 한 장으로 8억원 보증···감사원에 덜미 잡힌 신용보증기금

도매업체를 '신성장 유망 창업기업'으로 분류해 우대 혜택 몰아줘...매출 '0원' 신설법인에 추정 매출 '73억원'으로 둔갑...대출금은 대표 가족 급여·세금 등 쌈짓돈으로 전락

최병수 기자 | fundcbs@hanmail.net | 2026.07.20 08:15:50
[프라임경제]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 지점 직원들이 보증 대상 자격이 없는 신설 도매업체를 '신성장동력 창업기업'으로 허위 분류하고, 객관적 근거가 없는 '견적서'만으로 추정 매출을 부풀려 8억원 상당의 특혜성 운전자금 보증을 제공한 사실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신용보증기금 본사 전경. ⓒ 신용보증기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보증 발급 이후 사실상 매출이 거의 발생하지 않았고, 대출받은 돈 대부분을 대표이사 가족의 급여나 세금 납부 등 판공비로 유용한 것으로 드러나 공적 보증 재정의 부실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도매업'을 '첨단 신성장 기업'으로 변신시킨 신보 직원들

감사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신보 A지점의 팀장 B씨와 차장 C씨는 지난 2024년 10월, 2차 전지 분리막 부품을 매입해 판매하는 D업체에 대해 '신생기업보증'과 'OO은행 특별출연 협약보증'을 결합해 총 8억원의 운전자금 신용보증서를 발급했다.

문제는 D업체가 정부 지침상 신성장동력산업에서 엄격히 제외되는 '단순 도·소매업'이었다는 점이다. 신생기업보증 등의 우대 혜택을 받으려면 첨단제조·자동화, 화학·신소재 등 기술을 보유하거나 제품을 직접 생산해야 한다. 

그러나 신보 담당자들은 특허나 학위 등 객관적인 기술 증빙을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대표이사의 말만 믿고 이 기업을 전산망에 '신성장동력산업 영위기업'으로 허위 등록했다.

이로인해 D업체는 △자기자본 한도 규정 미적용 △보증료율 0.4%p 감경 △보증비율 100% 상향 등 온갖 우대 특혜를 받았다. 

매출 '0원'인데 추정 매출 '73억원'으로 둔갑

보증 심사 과정에서의 부당 처리는 대담했다. D업체는 2024년 7월 설립된 신설법인으로, 보증 심사 당시까지 매출이 '0원'이었다. 

신보 전산 시스템이 자동으로 산출한 합리적 보증한도는 1억6100만원에 그쳤다. 기업이 요구한 8억원 지원이 불가능해지자, 담당자들은 '심사자 추정' 방식을 동원했다.

이들은 신용장이나 수주계약서 등 객관적 서류를 요구하지 않고, "내년에 100억원 매출이 가능하다"는 대표이사의 주장과 실현 가능성이 검증되지 않은 '견적서'만을 근거로 삼았다. 

특히 지점장 결재를 통과시키기 위해, 기업이 원하는 대출액 8억원에 맞춰 거꾸로 추정 매출액을 계산(역산)하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과거 운영하다 폐업한 개인기업의 매출을 규정을 위반해가며 임의로 합산해, D업체의 추정 매출액을 73억4300만원으로 과다 산정했다.

대출금 8억원은 가족 급여·세금으로…공적 재정 부실화 유발

73억원이 넘을 것이라던 추정 매출과 달리, D업체의 2024년 말까지의 매출은 2450만원에 그쳤고 2025년 한 해 매출은 고작 500만원에 불과했다. 사실상 사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태다.

신보 지점이 2025년 11월 실시한 사후 점검 결과에 따르면, 공적 보증을 통해 대출받은 8억원 중 매출과 직결되는 기계장치 매입이나 원자재 확보 등에 쓰인 돈은 전혀 없었다. 

대신 △대표이사 본인과 배우자, 자녀 2명의 급여(2억2100만원) △세금 납부(1억9100만원) △법인카드 비용(7300만원) 등 전액 판매관리비로 지출됐고, 남은 3억원가량은 예비비로 묶여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민 세금으로 메워지는 공적 보증 재정이 한 가족의 쌈짓돈처럼 쓰인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소상공인과 일반 시민들은 깊은 실망감과 거센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한 자영업자는 "서민 대출 연장은 하늘의 별 따기인 현실에서, 매출 '0원' 법인에 8억원을 몰아준 것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계약서 없이 견적서 한 장에 의존한 특혜 보증은 단순 실수가 아닌 은밀한 뒷거래와 유착 관계를 의심케 한다"며 "즉각적인 전수조사와 관련자 엄벌을 통해 공적 금융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감사 과정에서 담당 직원들은 "기업을 최대한 지원하려는 적극 행정의 일환이었을 뿐, 사익을 취하려는 목적은 없었다"고 항변했으나 감사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감사원은 자의적인 판단으로 규정을 명백히 위반하고 실무 조사를 소홀히 해 공적 재정에 부실 우려를 자초했다며,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에게 관련자 B씨와 C씨를 경징계 이상의 징계 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신용보증기금 측은 "일선 영업점에서 심사자의 주관에 의존해 업종을 오분류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취급 절차를 즉각 개선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문제가 된 D업체에 대해서는 내규에 따라 보증 유예 없이 채권을 조기에 회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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