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서울 주택시장에서 수요 이동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높은 주택가격으로 아파트 진입 문턱이 높아진 가운데 상대적으로 자금 부담이 낮은 연립·다세대로 실수요가 옮겨가는 모습이다.
특히 아파트는 매매뿐만 아니라 전세와 월세까지 거래가 일제히 위축된 반면, 연립·다세대는 매매와 월세 중심으로 거래가 늘었다. 주택 유형별 거래량 차이를 넘어 자금 조달 여건에 따라 수요자 주택 선택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바탕으로 2025년과 2026년 1~5월 서울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매매·전세·월세 거래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3만4932건)이 전년(3만5419건)대비 1.4% 감소했다. 월세 거래(5만967건→4만9004건)도 3.9% 줄었다.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은 전세다. 지난해 1~5월 6만6884건이던 거래량이 올해 5만501건으로 줄면서 24.5% 급감했다. 아파트 시장 전반에서 거래 활력이 떨어진 셈이다.
반면 연립·다세대 시장 분위기는 달랐다. 올해 1~5월 매매 거래량(1만9273건)이 지난해(1만3215건)보다 45.8% 증가했다. 월세(3만4104건→3만8455건) 역시 12.8% 늘었다.
전세 거래(2만3539건→2만2830건)는 3.0% 줄었지만, 아파트 감소율(-24.5%)과 비교하면 낙폭은 약 8분의 1 수준에 불과했다. 아파트 거래 위축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지는 동시에 연립·다세대가 매매와 임대차 시장에서 대안 주거지로 부상하는 흐름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면적별 거래에서도 이런 변화가 감지된다.
아파트는 135㎡ 초과 '대형 평형' 매매 거래량이 전년대비 26.3% 감소해 전체 면적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한 반면, 월세 거래는 오히려 6.1% 증가했다. 전세 거래는 모든 면적대에서 감소했다.
연립·다세대는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모든 면적대에서 매매와 월세 거래가 증가했다. 특히 85㎡~102㎡ '중형 면적' 매매 거래 증가율은 80.9%에 달했다. 135㎡ 초과 대형 면적에서도 월세 거래가 33.6% 증가했다.
전세 역시 모든 면적이 감소한 아파트와 다르게 △85㎡~102㎡ 11.1% △102㎡~135㎡ 12.1%씩 증가했다. 소형 저가 주택에만 수요가 몰린 게 아닌, 일정 수준 주거 면적을 확보하면서 가격 부담을 낮추려는 수요까지 연립·다세대로 유입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지역별 흐름은 더욱 선명하다. 아파트 매매는 서울 내에서도 지역에 따라 거래량이 크게 엇갈렸다.
금천구·도봉구는 각각 전년대비 95.6% 증가했으며 △노원구(85.0%) △중랑구(78.1%) △강북구(70.7%) 등에서도 거래가 크게 늘었다. 반면 성동구는 63.6% 감소했으며 △마포구(-49.8%) △광진구(-43.2%) 등에서도 거래량이 큰 폭으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큰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 사이에서 거래 흐름이 갈린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아파트 전세는 중랑구(12.1% 증가)를 제외하면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24개 구에서 거래량이 감소했다. 특정 지역에 국한된 현상보단 서울 아파트 전세시장 전반에서 거래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이에 비해 연립·다세대 매매는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모두 증가했다. 광진구가 95.7% 늘어 가장 높은 증가폭을 기록했고 △송파구(82.4%) △영등포구(82.2%)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월세 역시 중구(-4.4%)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증가했다.
이런 분위기는 서울 주택시장 수요가 단순히 줄어드는 게 아니라 구매 가능한 주택을 찾아 재편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대출 여건이 까다로워질수록 자금 동원력이 제한적 실수요자는 아파트 가격 자체뿐 아니라 실제 조달 가능한 자금 규모를 기준으로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결국 아파트 진입에 필요한 자기자본 부담이 커질수록 상대적으로 가격 접근성이 높은 연립·다세대가 대체재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서울 전역에서 연립·다세대 매매 거래가 동시에 늘었다는 점은 수요 이동이 일부 지역의 국지적 현상만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부분이다.
다방 관계자는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와 연립·다세대 간 거래 온도차가 뚜렷해지고 있다"라며 "대출 규제 강화와 아파트 전세 물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아파트 매매 수요가 연립·다세대로 이동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