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신중절약 '미프진'의 제도 개선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면서 수년째 답보 상태였던 국내 도입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 대통령은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정부에 다소 어려움이 있더라도 필요할 경우 적정하게 투약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 허용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이 계속되는 사이 약물 사용은 제도권 밖에 방치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부가 지금처럼 손을 놓고 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또 "(허용 기준을)몇 주로 할 것인지를 논의하다 보면 임기가 끝날 수도 있다"며 "법적 기준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의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사실상 정부 차원에서 미프진 도입 논의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미프진의 정식 명칭은 '미프지미소'다. 임신 초기 경구 복용을 통해 임신을 중단하는 전문의약품으로, 현재 프랑스를 비롯한 100여개 국가에서 허가를 받아 사용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9년 헌법재판소가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미프진 도입 논의가 본격화됐다. 그러나 후속 입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제도적 공백이 이어졌고, 품목허가 절차 역시 7년 가까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그 사이 해외 직구와 온라인 불법 유통이 계속되면서 오히려 안전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국내에서는 현대약품(004310)이 유일하게 미프진의 판권과 공급권을 확보한 상태다. 현대약품은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처음 품목허가를 신청했지만 보완 요구에 따라 신청을 자진 취하했고, 이후 두 차례 추가 신청을 거쳐 현재 식약처 심사가 진행 중이다.
다만 의료계에서는 품목허가에 앞서 안전한 사용을 위한 진료 지침과 관리 체계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이번 대통령 발언을 계기로 미프진 도입 논의가 다시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허가 이전에 안전관리 체계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는 대통령 발언 직후 성명을 내고 "임신중지는 처벌 대상이 아닌 의료서비스로 관리돼야 한다"며 미프진의 조속한 허가를 촉구했다. 수십 년간 해외에서 사용되며 안전성과 유효성이 충분히 검증된 만큼 입법과 별개로 현행 제도 안에서도 행정 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반면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대통령 발언에 대해 "초법적·편법적 도입 검토"라고 비판했다. 의사회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의사의 진찰과 초음파 검사 등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처방하도록 하고 있다며, 충분한 준비 없이 도입될 경우 대량 출혈과 감염, 불완전 유산 등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미프진 도입 논의가 다시 속도를 내더라도 실제 허가까지는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품목허가 여부를 넘어 허용 대상과 사용 기준, 진료 절차, 부작용 관리 등 제도적 안전장치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향후 정책 추진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