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획예산처가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한 재원을 반도체·피지컬 인공지능(AI)·AI 데이터센터(AIDC) 등 국가 미래 성장동력에 집중 투입하는 재정 전략을 본격화한다.
단기 경기 대응에 치우쳤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중장기 국가발전전략과 재정 운용을 연계하는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구상이다.
기획처는 15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하반기 업무보고 과제를 발표했다. 지난 상반기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해 26조2000억원 규모 추경을 최근 20년 내 최단기간인 29일 만에 처리, 상반기 신속집행 목표(60.2%)를 초과한 63.3%를 적극 집행해 경기 회복을 뒷받침해 왔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미래 대비를 위해 국가 미래전략과 재정 운용의 연계성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박홍근 기획처 장관은 "그동안 국가의 미래전략과 재정운용은 긴밀히 연결되지 못하고 분절됐다"며 "그 결과 전략은 계획에만 머무르고 재정은 단기적 시계에 그쳤다"고 진단했다.
이어 "예산 없는 계획은 공허하고 계획 없는 예산은 맹목"이라며 "'2045 국가발전전략'이 가리키는 나침반을 따라 재정의 적극적 역할로 대한민국의 새 길을 열겠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기획·재정 연계 전략은 이재명 대통령의 재정 부처 역할 강화 주문과도 궤를 같이한다. 이 대통령은 "기획 기능이 실질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며 "다른 부처가 하는 일에 예산을 배정·배분하는 역할에 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국장과 과장들이 국가 구조와 관련된 기획 기능을 스스로 공부하고 아이템과 보고서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며 "향후 국가 전략적으로 해야 할 사업을 잘 발굴하고 비효율·저성과 사업을 찾아 구조조정하는 한편 중장기 전략을 수립해 예산과 연계하는 기능을 강화하겠다"고 답했다.
◆ 성역 없는 지출 수술…지방교육교부금·기초연금 근본적 개편
기획처는 건전재정 기조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 '2027년 예산안 편성지침'에 고강도 감축 가이드라인을 수립했다. 재량지출 15% 감축·의무지출 10% 감축·기존 사업 10% 폐지를 목표로 설정, 전 부처의 사업을 제로베이스에서 전면 재검토한다.
특히 중소기업 지원 분야에서는 소액·중복성 높은 사업을 퇴출, 공공 정보화 사업의 시스템 다이어트와 정책금융 구조조정을 단행한다. 기획처 스스로도 불요불급한 행사·홍보비와 관행적인 정책연구비를 깎아 경상경비 절감에 솔선수범한다는 계획이다.
구조적 적자 요인으로 지목돼 온 의무지출 제도 개선에도 나선다. 학령인구 감소 추세를 반영해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배분 방식을 개편, 절감된 재원은 고등·평생·유아교육에 재투자한다. 기초연금은 소득 수준에 따른 하후상박 구조를 도입해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는 동시에 재정 지속가능성을 확보한다.
아울러 고용보험기금의 주 7일 무급휴일 지급을 6일로 제외하는 방안과 건보재정 적자 고갈 우려에 대응한 건강보험 지출 효율화·필수의료 보상 수가개혁도 병행된다.
박 장관은 "모든 재정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 단순히 군살만 빼는 다이어트를 넘어 근본적으로 체질을 개선하겠다"며 "시든 가지는 잘라내고 열매 맺는 가지를 키우겠다"고 강력한 개혁 의지를 보였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15일 업무보고를 하고있다. © 연합뉴스
논란이 예상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과 관련해선 "초중등교육을 내실화해야 하기 때문에 장기 추세선에 근접하는 수준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계속 보장하겠다"면서도 "추가 재원은 고등교육과 직무 재교육을 포함한 평생교육·유아교육 등 교육의 균형 발전에 투자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와 교육감 등과 협의하는 과정이 남아 있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관련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 메가프로젝트 투자 가동·보조금 부정수급 차단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은 반도체·피지컬 AI·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와 핵심 랜드마크 사업에 집중한다. 기획처는 산단 조성, 용수·물류 등 인프라 지원이 필요한 부분을 뒷받침하고 반도체 호황 등으로 예상되는 추가 세수는 미래대응기금으로 적립해 청년세대·성장동력·지방·인재에 투자할 계획이다.
지방주도 성장도 강화한다. 예산 편성 과정에서 지방우대 원칙을 확대 적용, 포괄보조 확대와 초광역특별계정 신설을 통해 지방정부의 자율성을 높인다. 전남광주통합시에는 연간 최대 5조원, 4년간 최대 20조원 규모의 재정 인센티브와 권한 이관도 추진한다.
반면 재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7대 사회악'으로 규정한 국고보조금 부정수급과 미정산 관행은 단호하게 단절한다는 방침이다. 기획처는 오는 10월 말까지 민간·지방 보조사업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합동현장점검을 완료, 기획처 신설 부정수급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적발 사업에 대한 제재 등의 후속조치를 엄격히 집행할 예정이다.
또 재정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고보조금 부정수급 근절과 미정산·미징수 관리에 나선다. 기획처는 1만3240건 이상에 대한 합동현장점검을 10월 말까지 마무리, 신설된 부정수급심사소위원회를 통해 적발 사업에 대한 제재 등 후속조치를 강화할 예정이다. 주가조작·담합 등 반사회적 행위 신고포상금 재원을 묶는 공익신고장려기금도 신설한다.
박 장관은 "미래전략은 실행력 있는 정책과 투자로 이어지고 재정은 중장기적이고 지속 가능한 관점에서 운용하겠다"며 "기회는 대도약으로 만들고 위기는 대전환으로 극복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