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005380, 이하 현대차) 생산라인이 지난해에 이어 다시 멈췄다. 올해 임금교섭에는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 로봇 자동화, 완전월급제, 미래산업 고용안정 등 새로운 의제가 대거 올라왔다. 교섭 테이블에 오른 의제는 달라졌지만 파업을 부른 쟁점은 달라지지 않았다. 기본급과 성과급,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에서 노사가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자동차지부(이하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오는 15일까지 사흘간 부분파업을 진행한다. 기술직 1·2조 근무자는 각각 하루 2시간씩 작업을 중단하고, 일반직도 정해진 시간에 업무를 멈춘다. 생산라인 기준 조업 중단 시간은 사흘간 총 12시간이다.
업계는 파업이 예정대로 이어질 경우 차량 5000대 안팎의 생산이 늦어지고 2000억원대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16시간의 부분파업으로 차량 약 7000대의 생산 차질과 3000억원대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차 노사는 2019년부터 2024년까지 6년 연속 파업 없이 교섭을 마쳤지만 지난해부터 2년 연속 생산라인을 세우게 됐다.
노사는 지난 5월6일 상견례 이후 이달 8일까지 15차례 교섭을 진행했다. 현대차는 마지막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 성과금 350%와 1000만원, 자사주 15주 지급을 제시했다.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한 최장 65세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도 교섭 테이블에 올라 있다.

지난 5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에서 이종철 노조 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종철 현대차지부장은 교섭 과정에서 "사측 추가 제시안은 정말 실망스럽다"며 "15차 교섭에서 임금성을 포함해 별도 요구안, 핵심 사안에 전향적인 안이 없다면 노조는 갈 길을 가겠다"고 밝혔다. 회사 제시안이 조합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노조가 내세운 교섭 결렬의 이유다.
기본급만 놓고 보면 양측의 격차는 월 6만600원이다. 성과급은 산정 방식부터 다르다. 현대차는 기본급 대비 일정 비율에 정액과 주식을 더한 제시안을 냈고, 노조는 전년도 순이익을 기준으로 성과급 재원을 정하자고 요구한다. 성과를 어떻게 나눌지에 대한 기준 자체가 맞서고 있다.
현대차의 지난해 매출은 186조2545억원으로 전년보다 6.3% 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미국 관세와 글로벌 인센티브 증가 등의 영향으로 19.5% 감소한 11조4679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도 21.7% 줄어든 10조3648억원을 기록했다.
노조는 10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과 생산 현장의 기여를 성과 배분의 근거로 삼는다. 현대차는 영업이익 감소와 관세 부담, 수익성 악화를 추가 인상의 제약으로 제시한다. 양측 모두 숫자를 내놓고 있지만 같은 실적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고 있다.
성과를 낸 노동자에게 그에 걸맞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조의 역할이다. 현대차가 내놓은 숫자가 충분한지 판단하는 주체도 조합원이다. 그러나 회사 제시안을 낮게 평가하는 것과 생산라인을 멈추는 결정 사이에는 추가 설명이 필요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현대자동차 노조)가 사흘간의 부분파업에 돌입한 13일 오후 울산 북구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명촌정문에서 이 공장 오전조 근무자들이 2시간 일찍 퇴근하고 있다. ⓒ 연합뉴스
노조는 회사안이 '조합원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어느 수준이어야 조합원의 기여가 제대로 반영되는지, 기본급과 성과급 요구안은 어떤 기준으로 산정됐는지에 대한 설명은 충분하지 않다.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만으로 고객 출고 지연과 협력업체 부담, 수천대의 생산 차질을 감수해야 할 이유까지 전달되지는 않는다.
올해 교섭 전체를 미래차 시대의 고용 갈등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노사는 피지컬 AI 등 신기술에 공동 대응하고, 배터리 등 전동화 핵심부품 내재화와 신사업 관련 인력 운영을 협의하는 내용에 이미 의견을 모았다. 2027년까지 울산 전기차 공장 전 라인의 전동화 차량 공사를 마무리하는 방안에도 접점을 찾았다.
고용안정과 미래산업 관련 요구가 모두 막혀 교섭이 결렬된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미래차 전환에 관한 일부 의제는 합의하거나 후속 협의로 넘겼고, 마지막까지 남은 쟁점은 올해 임금과 성과급, 정년 연장, 해고자 복직이었다.
최근 쟁점으로 떠오른 완전월급제 역시 도입이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 현대차 기술직은 이미 2012년 시급제에서 월급제로 전환해 현재까지 해당 임금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는 "이번 합의는 완전월급제 도입을 전제로 하거나 확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노사공동 태스크포스팀(TFT)을 통해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협의하고 공동 연구할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 투쟁 출정식을 열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노사는 지난 8일 노조의 완전월급제 요구와 관련해 '미래지향적 선진 임금체계 개선 방안'을 공동 연구·논의하기로 했다. 완전월급제를 시행하기로 뜻을 모은 것이 아니라 앞으로 임금체계를 어떻게 바꿀지 살펴보기로 한 것이다.
일부 보도처럼 현대차가 '60년 시급제를 폐지하고 완전월급제를 도입한다'고 표현하면 현재 임금체계와 합의 수준을 모두 잘못 전달할 수 있다. 현대차는 이미 월급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번 합의도 완전월급제 도입이 아닌 임금체계 개선 방안에 대한 공동 연구다.
완전월급제와 미래 고용 의제가 공동 연구 또는 후속 협의로 넘어가면서 이번 부분파업의 직접적인 성격도 선명해졌다. 생산라인을 멈춘 직접적인 쟁점은 기본급과 성과급, 정년 연장과 해고자 복직이다.
노조가 미래차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을 제기하는 데에는 근거가 있다. 자동화가 확대되면 생산직의 직무와 필요 인원, 잔업과 특근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 근로시간 변화가 실질소득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노조 입장에서는 외면하기 어렵다.
다만 미래의 고용 불안이 현재의 모든 보상 요구를 뒷받침하는 것은 아니다. 자동화에 대비한 임금체계 개편과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 재원으로 요구하는 문제에는 각각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늘리는 요구도 기존 인력의 고용 안정뿐 아니라 청년 채용과 직무 재편, 전체 인건비 구조를 함께 검토해야 한다.

울산공장 아이오닉 5 생산라인. ⓒ 현대자동차
현대차의 대응에도 과제는 남는다. 대외 불확실성과 수익성 하락만 반복해서는 조합원을 설득하기 어렵다. 지난해 10조364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만큼 생산 현장의 기여가 어느 수준으로 반영됐는지 설명해야 한다. 성과급 규모를 산정한 기준과 추가 제시가 어렵다는 근거도 구체적으로 내놓을 필요가 있다.
미래 임금체계 공동 연구도 선언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자동화에 따른 직무와 인력 변화, 잔업·특근 감소가 임금에 미치는 영향, 생산성과 소득 안정의 균형을 어떻게 설계할지 일정과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연구만 이어가며 결정을 다음 교섭으로 미룬다면 같은 갈등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노조도 미래 고용이라는 명분에 기본급과 성과급 요구를 포괄해 파업의 정당성을 확보하려 해서는 곤란하다. 올해 생산라인을 멈춘 직접적인 원인이 임금과 인사 쟁점이라면 요구 수준을 뒷받침할 숫자와 기준을 제시해야 한다.
앞서 최영일 현대차 대표이사는 파업을 앞두고 "과거 파업으로 우리가 얻은 것은 돌이킬 수 없는 생산 손실과 임금 피해, 고객과 국민들의 따가운 비난뿐이다"라며 "파업한다고 회사가 더 제시하거나 임금 손실을 보상한 사례는 결코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발언만으로 교섭 결렬의 책임을 노조에 돌릴 수는 없다. 회사 역시 조합원을 설득할 근거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임금교섭이 생산 중단으로 이어졌다는 사실은 무겁다. 미래차 시대의 고용과 임금체계를 논의하면서도 2년 연속 공장을 세워 추가 제시안을 압박했다. 교섭 의제는 달라졌지만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