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벤처 투자업계가 실무적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하는 벤처 투자 표준계약서가 3년 만에 개정됐다. 벤처 투자 표준계약서는 그 채택이 강제되진 않지만,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서 공식 배포하는 문서라는 점에서 많은 VC·AC가 기준 삼아 활용하는 문서라는 점에서, 이번 개정 주요 변경 사항을 미리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첫째로, '분리형' 투자 계약만이 모델로 제시됐다. 더 이상 '통합형' 투자 계약서는 제공되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주의 발행에 관한 사항과 투자자의 경영상 권리, 주식의 처분 제한에 관한 사항을 모두 하나의 계약서에 담은 '통합형' 투자 계약서가 빈번히 사용되고 있었다, 특히 초기 라운드일수록 그러했다.
이와 비교해 '분리형' 투자 계약서란 신주의 발행에 관한 사항은 신주 인수 계약에 따라, 투자자의 경영상 권리와 주식의 처분 제한에 관한 사항은 주주 간 계약에 따라 각기 규율하는 방식이다.
투자자별로 계약서가 작성되는 통합형의 경우 투자자들이 가진 권리, 의무 사이 중복·충돌이 발생하는 난점이 있었다. 반면, '분리형' 방식은 모든 투자자를 단일한 주주 간 계약의 당사자로 두고 주주 관계를 통일적으로 규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번에 개정된 벤처 투자 표준계약서는 이러한 분리형 투자 계약 체결을 표준으로 제시, 권장하고 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둘째로, 주주 간 계약상 투자자가 가지는 동의권과 이사 지명권을 더 이상 투자자들이 각각 행사하도록 하지 않고 투자자들의 다수 지분에 따라 행사하도록 개정됐다. 기존의 표준 계약은 투자 계약의 당사자인 투자자가 동의권을 갖도록 정하고 있었다, 투자자별로 통합형 투자 계약을 체결하다 보니 결국 투자자 각자가 동의권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 경우 피투자회사는 동의 사항을 집행하기 위해 매번 투자자 전원으로부터 동의를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동의하는 비교적 합리적 사항이어도 한 곳이라도 동의해 주지 않는다면 그러한 사항은 집행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각 투자 계약별로 이사 지명권 조항이 그대로 들어있어, 과도히 많은 투자자가 언제든지 이사 지명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는 상황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개정된 벤처 투자 표준계약서는 투자자 동의권의 기준을 '투자자들 지분율 기준 2/3의 동의'로 조정, 이사 지명권 역시 라운드별로 동일한 기준에 따라 투자자들이 행사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실제 활용을 위해서는 투자자들을 당사자로 포함하는 주주 간 계약을 체결할 필요가 있고, 함께 이사지명권을 행사하도록 할 기준이 되는 '라운드'를 정확하게 정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의 발행가격을 밑도는 유상증자 시 적용되는 전환가격 조정 방식은 가중평균(Weighted Average) 방식으로 개정됐다. 개정 전 표준 계약은 풀래칫(Full-ratchet) 방식이었다. 이는 단 1주라도 기존의 발행가격을 하회하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졌다면, 전환가격 자체를 그 낮은 발행가격으로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와 대조해 가중평균 방식은 기존의 발행가격을 밑도는 발행가격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진 주식의 실제 수량을 고려, 기존 투자자에게 실제 발생한 희석효과만큼을 반영해 전환가격을 조정한다.
풀래칫 방식은 이를 적용받는 투자자에게 유리하다는 점에서 그간 광범위하게 활용돼온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기존 투자자들이 가진 풀래칫 조건은 다운 라운드로라도 자금조달이 필요한 회사들의 후속 투자유치에 상당한 걸림돌이 됐다.
이같은 문제점은 벤처 투자 혹한기를 거치며 재조명됐다. 실리콘밸리의 VC 투자 관행 역시 가중평균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표준적이다.
그밖에 이번 개정 계약서는 이해관계인이 마땅히 부담해야 하는 책임이 적절히 부과되도록 계약서의 문구를 세밀히 다듬고 있다. 종합하면 이번 벤처 투자 표준계약서의 개정은 투자자에게나 이해관계인에게나 더욱 '본질에 충실'할 것을 주문하는 변화로 요약할 수 있다.

심건욱 법무법인 디엘지 변호사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졸업 /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졸업 / (前) 법무법인(유한) 세종 / (前) 법무법인 세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