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은행이 최근 시장 일각에서 제기된 글로벌 반도체 경기 고점론(피크아웃)을 공식 일축, 인공지능(AI) 투자 호조에 힘입은 업황 확장세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을 내놨다.
전 세계적인 AI 인프라 확대로 수요가 폭발하는 반면, 고성능 반도체의 기술적 한계로 공급 속도가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공급 우위'의 시장 구조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은으로부터 제출받은 서면 답변서에 따르면, 한은은 현재 반도체 경기 상황에 대해 "데이터센터 등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호조로 과거 확장세를 훨씬 뛰어넘는 강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은은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이 과거의 일반적인 사이클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수요 측면에서는 "AI 확산에 따른 산업 생태계의 근본적인 변화 속에서 글로벌 기업들의 경쟁적인 투자가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고 했다.
반면 공급 측면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주문형 제품이 시장을 주도하면서 과거처럼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어려운 구조적 제약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고성능 제품의 경우 기술적 난도가 높아 실제 양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며 "이로 인해 과거 확장기보다 공급 확대 속도가 제한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 한은에 따르면 이번 반도체 경기 확장 국면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현재까지 40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는 2000~2020년 발생한 다섯 차례의 과거 확장기 평균 기간인 29개월을 이미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한은은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전망을 인용, 이같은 호조세가 장기화될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AI 기술의 확산 속도나 수익성을 둘러싼 불확실성은 존재한다"면서도 "JP모건·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 등 주요 해외 IB들은 대체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가 적어도 내년까지는 호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짚었다.
해외 IB들의 낙관론은 구체적인 수치로도 증명된다. 지난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주요 해외 IB 8곳(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은행·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 전망치(2.0%) 대비 6개월 만에 1.0%포인트(p) 상승, 해외 IB 평균 전망치가 3%대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이 지난 5월 반도체발 훈풍을 반영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2.6%로 대폭 상향 조정했지만 해외 기관들은 이보다 더 눈높이를 높인 셈이다.
기관별로는 JP모건이 기존 3.0%에서 3.7%로 전망치를 가장 큰 폭 상향 조정했으며, 씨티은행도 3.5%로 높여 잡았다. 외환·거시 건전성의 지표인 경상수지 전망치도 바뀌었다. 해외 IB 8곳이 내다본 올해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는 평균 14.0%로 급등, 지난해 말 전망치(6.5%)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같은 대내외적 지표 호조를 바탕으로 한은 역시 전망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공식적으로 넓히는 모양새다. 앞서 한은은 반도체 업황의 온기가 올해 말 내지 1년 선행 시계 정도까지 유효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번 서면 답변을 통해 전망 시계를 내년 이후까지 공식적으로 넓혔다.
통관 기준 반도체 수출 전년 대비 증가율은 지난 4월 171.4%, 5월 167.7%를 기록한 데 이어, 월간 수출액 1000억달러를 돌파한 6월에는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최종 성장률이 3%대에 진입할 가능성까지 거론된다.
이에 따라 오는 16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 이후 열릴 신현송 한은 총재의 기자간담회에 시장의 눈길이 쏠린다.
신 총재가 이번 서면 답변 기조를 바탕으로 향후 국내 경기 판단과 반도체 경기에 대해 어떤 구체적인 추가 메시지를 내놓을지가 하반기 통화정책 경로의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