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한국 경제가 반도체를 필두로 한 IT 경기 호조에 힘입어 한 달 만에 역대 최대 경상수지 흑자 기록을 갈아치웠다. 수출 증가율이 수입을 압도하면서 상품수지 역시 사상 최대 흑자를 냈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5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5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86억1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지난 3월 기록했던 직전 최대치(379억3000만달러)를 두 달 만에 넘어선 역대 최대 규모다.
유성욱 한은 경제통계1국 금융통계부장은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를 1515억달러로 예상했으나 1~5월 누적 흑자 규모가 이미 1412억8000만달러에 달한다"며 "6월 실적까지 감안하면 상반기 전망은 물론 연간 전체 전망치(2500억달러)도 무난히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흑자는 37개월 연속 유지됐다. 2000년대 들어 두 번째로 긴 흑자 흐름으로, 앞서 2019년 3월까지 83개월간 흑자가 이어진 바 있다.
항목별로 보면 상품수지(378억6000만달러) 역시 직전 최대치(올해 3월 356억8000만달러)를 갈아치우며 역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62.9% 급증한 943억4000만달러를 기록, 수입 증가율(22.2%·564억8000만달러)을 크게 상회한 영향이다.
통관 기준 수출은 반도체 등 IT 품목이 전년 동월 대비 128.9% 폭증, 전체 호황을 견인했다. 세부적으로는 △컴퓨터주변기기(SSD·249.4%) △반도체(167.7%) △석유제품(49.1%) 등이 크게 늘었다. 반면 수입은 도입 단가가 급등한 원유(+24.8%) 등 에너지류를 중심으로 원자재(+22.1%)와 자본재(+28.0%) 유입이 지속됐다.
서비스수지는 10억9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지만 적자 폭은 전월 대비 크게 축소됐다. 동남아 지역 등을 중심으로 입국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9.4% 증가하면서 여행수지(5000만달러)가 흑자로 돌아선 덕분이다. 여행수지 흑자는 올해 3월(1억4000만달러) 이후 두 달 만이다. 지난 4월 대규모 배당 지급으로 적자를 냈던 본원소득수지는 계절성 요인이 해소되며 21억7000만달러 흑자로 반등했다.
자산에서 부채를 뺀 금융계정 순자산은 5월 중 310억8000만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에서는 내국인의 해외투자가 62억4000만달러 늘어난 반면,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는 주식을 중심으로 246억5000만달러 감소했다.
특히 외국인의 국내 주식 투자는 국내 주가 상승에 따른 강한 차익실현 매도세가 이어지며 한 달간 310억5000만달러 순매도를 기록, 역대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유 부장은 "6월 역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매도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채권 시장에서는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 추종 자금 등이 유입되면서 64억달러 증가세를 이어가 대조를 이뤘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향후 6월 경상수지와 관련해 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사상 첫 400억달러 돌파 가능성도 시사했다. 유 부장은 "6월 무역수지가 1000억달러를 넘어서고 국제 유가도 내려가는 등 긍정적 요인이 있다"며 "6월 경상수지가 400억달러 수준치에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 "올해 성장률 3%대 간다"…해외 IB, 한국 눈높이 일제히 상향
이처럼 수출을 중심으로 경상수지가 유례없는 호조를 보이자,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도 한국 경제의 성장률 전망치를 전례 없는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주요 해외 IB 8곳(바클레이즈·뱅크오브아메리카·씨티은행·골드만삭스·JP모건·HSBC·노무라·UBS)이 제시한 올해 한국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3.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평균 전망치(2.0%) 대비 6개월 만에 1.0%포인트(p) 상승, 해외 IB 평균 전망치가 3%대에 올라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의 기존 전망치(2.6%)도 크게 상회한다.
기관별로는 JP모건이 기존 3.0%에서 3.7%로 전망치를 가장 큰 폭 상향 조정했으며, 씨티은행도 3.5%로 높여 잡았다. 외환·거시 건전성의 지표인 경상수지 전망치도 바뀌었다. 해외 IB 8곳이 내다본 올해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비율 전망치는 평균 14.0%로 급등, 지난해 말 전망치(6.5%)와 비교하면 반년 만에 두 배가 넘는 수준으로 폭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