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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 칼럼] 거버넌스포럼 '주주 가치'는 노동자의 '눈물'

 

이종엽 발행인 | lee@newsprime.co.kr | 2026.07.04 11:59:29
[프라임경제] 실로 참담하다. 이번 홈플러스 사태는 한 유통기업의 실패가 아니라 한국 사회가 사모펀드식 자본 논리 앞에서 무엇을 잃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때 대형마트 시장의 중심에 있던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 앞에 섰고, 그 충격은 노동자와 협력업체, 투자자와 지역경제로 번지고 있다. 

회사가 흔들리자 정부가 뒤늦게 체불임금 지원과 긴급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정작 이 위기를 만든 책임의 주체는 여전히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홈플러스의 직접 고용 직원은 약 1만2000명에 이른다. 여기에 주차 관리, 카트 운영, 청소 등 간접고용 인력까지 더하면 고용 불안의 파장은 더 커진다. 협력업체의 피해도 결코 가볍지 않다. 납품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자금난에 내몰릴 수밖에 없으며, 회생이나 파산 절차에서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높다. 회사의 위기는 곧 협력업체의 생존 위기가 되고 있다.

정부는 체불임금 대지급금, 저금리 생계비 융자, 실업급여, 구직촉진수당, 긴급경영안정자금, 특례보증 등 대책을 내놨다. 그러나 이 지원책은 어디까지나 사후 처방으로 기업을 인수한 자본이 자산을 활용하고, 재무구조를 조정하고,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 끝에 회사가 무너지면 그 피해를 노동자와 협력업체, 정부 재정이 떠안는 구조다. 이것이 과연 정상적인 시장경제인가. 

회수는 자본이 하고, 손실은 사회가 부담하는 방식이라면 그것은 자본주의가 아니라 책임 회피의 제도화에 가깝다.

이 사태의 중심에는 MBK파트너스가 있다. MBK는 오랜 기간 홈플러스의 대주주로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 홈플러스 인수 이후 점포와 부동산 등 자산 활용, 재무구조 변화, 투자금 회수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결국 회사가 회생절차 폐지 위기에 몰리고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생존을 걱정하는 상황에 이르렀다면, 대주주가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물론 채권자와 대주주 사이에는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채권자로서 이미 일정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하고, 홈플러스와 노동계는 운영자금 지원을 요구한다. 그러나 핵심은 책임 공방의 기술적 우열이 아니다. 홈플러스가 왜 여기까지 왔는가다. 

대주주가 장기간 어떤 경영 전략을 취했는지, 투자금 회수와 재무적 이해가 회사의 장기 경쟁력과 고용 안정, 협력업체 생태계보다 앞선 것은 아닌지 따져야 한다.

지난 해 10월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홈플러스 정상화', '김병주 MBK 회장 구속' 촉구를 요구하고 있는 홈플러스 유동화전단채 피해자와 입점점주협의회. © 연합뉴스


이 지점에서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에도 묻지 않을 수 없다. 거버넌스포럼은 고려아연 주주총회를 앞두고 영풍·MBK 측 주주제안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 이사회 소집 통지 기간 연장, 집행임원제 도입, 액면분할, 배당 가능 재원 확대 등은 주주권익 강화라는 이름으로 포장됐다. 

그러나 MBK가 대주주였던 홈플러스에서 대규모 고용 불안과 협력업체 피해 우려가 현실화된 지금, 그들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거버넌스가 오직 주주의 권리만을 뜻한다면 그것은 반쪽짜리 개념이다. 기업은 주주의 소유물이지만 동시에 노동자와 협력업체, 소비자와 지역사회가 얽힌 사회적 조직이다. 특히 홈플러스처럼 전국 단위 고용과 납품 생태계를 가진 기업의 붕괴는 단순한 주가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의 생계가 걸려 있고, 지역 상권이 흔들리며, 정부 재정까지 투입된다. 그런데도 주주권익이라는 말만 앞세워 기업 해체와 구조조정, 고용 불안을 정당화한다면 그것은 좋은 거버넌스가 아니라 '선택적 거버넌스'다.

거버넌스포럼이 고려아연 문제에서 MBK 측 주주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 홈플러스 사태에 대해서도 같은 기준으로 답해야 한다. 홈플러스의 몰락도 주주를 위한 결과인가.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피해를 떠안는 구조도 주주자본주의의 이름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가. 특정 주주의 권익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산업 생태계보다 앞선다면, 그것을 과연 개혁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더 심각한 문제는 고려아연이다. 고려아연은 홈플러스와 다르다. 단순 유통기업이 아니라 비철금속 제련, 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핵심 광물 공급망과 연결된 국가전략산업 기업이다. 아연, 연, 은, 동 등 기초 소재는 제조업의 기반이고, 배터리 소재와 자원순환 기술은 미래 산업 경쟁력과 직결된다. 이런 기업의 경영권을 논할 때는 주가와 배당, 이사회 구성만 볼 수 없다. 국가기간산업의 통제권, 핵심 기술 보호, 장기 투자 역량, 공급망 안보까지 함께 봐야 한다.

사모펀드는 본질적으로 일정 기간 안에 투자수익을 실현해야 하는 구조를 가진다. 물론 모든 사모펀드가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부실기업을 정상화하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홈플러스 사례는 우리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진다. 사모펀드가 장기 산업 경쟁력보다 단기 수익률을 우선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자산은 매각되고, 회사는 약해지고, 마지막에는 노동자와 협력업체가 청구서를 받는 것 아닌가.

고려아연의 핵심 제련기술과 공급망 역량은 단기간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수십 년간 축적된 설비, 인력, 기술, 거래망, 해외 자원 네트워크가 결합된 결과다. 이런 기업을 단기 재무 논리로만 다뤄서는 안 된다. 특히 해외 투자자와 LP 구성, 자금 출처, 이해관계가 충분히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은 사모펀드가 국가기간산업의 지배구조에 깊숙이 관여하는 문제는 더 엄격한 검증이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특정 자본을 배척하자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투명성, 책임성, 장기성이다. 국가전략산업을 지배하려는 자본이라면 투자자 구성과 이해관계, 경영 방침, 기술 보호 계획, 국내 고용과 설비 유지 방안, 공급망 안정 대책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주주권익과 배당 확대, 이사회 개편만 외쳐서는 부족하다. 고려아연은 일반 제조기업이 아니라 대한민국 산업안보와 연결된 기업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이미 경고음을 울렸다. 알짜 자산은 빠져나가고, 회사는 흔들리고, 노동자와 협력업체는 생존을 걱정하게 됐다. 그 후폭풍을 막기 위해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고 있다. 자본의 권리는 인정돼야 한다. 그러나 그 권리는 책임과 함께 존재해야 한다. 기업을 지배하고, 자산을 활용하고, 투자수익을 추구했다면 그 결과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최대주주와 현 경영진의 다툼이 아니다. 대한민국의 핵심 제련기술과 전략산업 기반을 어떤 자본에, 어떤 원칙으로 맡길 것인가의 문제다. 홈플러스가 무너진 뒤에야 노동자와 협력업체 보호를 논의할 것이 아니라, 고려아연과 같은 국가전략기업에서는 사전에 더 높은 기준을 세워야 한다.

거버넌스포럼도 이제 답해야 한다. 주주권익을 말하려면 주주의 책임도 함께 말해야 한다. MBK의 고려아연 주주제안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면, 홈플러스 사태 앞에서도 침묵해서는 안 된다. 홈플러스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눈물은 거버넌스의 문제가 아닌가. 사모펀드가 장기간 경영권을 행사한 기업이 사실상 파산의 문턱에 섰는데도 이를 단순한 개별 기업 실패로만 치부할 것인가.

홈플러스의 오늘은 고려아연의 내일을 경고하고 있다. 주주자본주의가 기업의 지속가능성, 산업안보, 노동자와 협력업체의 생존보다 앞설 수는 없다. 이제 시장과 정부, 국회, 그리고 거버넌스 전문가들이 답해야 한다. 

홈플러스가 남긴 청구서를 고려아연이 다시 받게 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전략산업을 지키기 위한 더 엄격한 기준과 책임을 요구할 것인가.

이종엽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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