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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가 있는 노래] ⑰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활주로 배철수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 | press@newsprime.co.kr | 2026.07.01 10:14:37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 활주로 배철수


[프라임경제] 이 시는 소월 나이 스물두 살 때인 1924년 쯤에 쓰여져 1925년 그의 유일한 시집 '진달래꽃'에 실렸다.

1920년대 식민지 청년의 민족과 사랑에 대한 비애를 60여 년이 지난 1978년에 청년 배철수가 노래로 부활시켰다. 항공대 그룹사운드였던 '활주로'가 시를 노래로 만들어 제1회 해변가요제에서 동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다. 배철수는 이후 구창모를 만나 '송골매'란 그룹사운드로 일약 젊은이들의 우상이 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이 노래가 소월의 시였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은 조용하고 숙연한 시를 강렬한 비트의 록사운드로 만들었다.  묵직하고 드라이빙감이 강한 베이스라인과 거친 드럼 비트를 배경으로 배철수 특유의 투박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탁성을 결합했다.

록음악의 빠른 박자와 경괘한 리듬이 시를 완전히 다른 실루엣으로 듣게 했다. 이들은 소월이 속으로 삭이던 한을 밖으로 냅다 던지며 거칠게 토로했고 카타르시스를 만들었다. 또한 "나는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는 후렴구를 반복해 강렬한 감정표현을 극대화했다.

소월은 감정표현을 절제하여 애이불비(哀而不悲, 슬프지만 겉으로 드러내지 않음)로 속으로 삭인 반면 활주로는 성질난 사람처럼 밖으로 외연시킨 대목이 흥미롭다. 소월의 시에는 한이 많다. 이 시 또한 그러한데 배경을 추측해 보면,  젊은 그가 마치 칠십 대 노인인 양 삶의 무게와 회한, 그리고 반성을 드러낸다.

과거에 무심코 들었던 이별의 말들을 시간이 흐른 뒤에야 이해하며 그동안 세상 모르고 살았음을 고백한다. 떠나간 이들을 다시 만날 수 있다면 못다한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는 소망과 함께 "돌아서면 무심타"란 의미를 뒤늦게 깨닫고 스스로를 자책하고 있다.

죽음과 친했을 소월이 먼저 간 이들을 위로하며 인생의 허망함에 종지부를 찍듯이 써 낸 시라 할 수 있겠다.

만수는 뭐고, 제석은 무엇인가

시에서의 소월은 옛날에 갈라선 그 내님에 대한 그리움에 젖어 불가역적, 즉 변할 수 없는 과거의 일들에 대한 회억을 되살린다. 무상한 세상에 대해 어느 정도 담담하게는 되었지만오히려 "세상 모르고 살았으면"을 통해 시공을 초월한 생에 대한 애착을 살려낸다.

"가고 오지 못한다거나 돌아서면 무심타"는 표현은 가신 님에 대한 그리운 정서를 내보이지만 불가역적 자연의 시간에 역행하고 싶은 시인의 욕구를 반영한다.

만수산과 제석산은 지명이 아니다. 만수(萬壽)는 만년, 즉 영원한 수명을 누리는 평화로운 곳을 의미하며, 제석(諦昔)은 옛날을 위하여 운다는 뜻으로 현실적으로 정서적 단절을 표현했다 할 수 있겠다.

만수산이 보여주는 영원성에는 시인의 과거 체험과 무상한 세상에 대한 기대와 소망 그리고 가정법이 포함되어 있다. 제석산에는 현실적으로 과거의 님에 대한 그리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자신을 표현한다.

고락을 사이에 두고 만수와 제석은 영원과 무상, 과거와 현재, 멈춤과 떠돔, 이상과 현실로서 서로 대칭을 이루고 있어 그 깊이를 더한다.

죽음과 친했을 식민 청년의 한 

소월은 서른두 살에 죽었지만 그의 짧디 짧은 인생에 그보다 먼저 그를 떠난 사람들이 많았다. 아버지 김성도는 철길의 가로목을 깔던 일본 목도꾼들에 맞아 정신병을 앓았다. 

그 후 거식증이 생겨 방안에 틀어박혀 지내다가 굶어 죽었다.나이 스물에 시작된 일본 도쿄대학 상과 유학시절, 그 첫해 9월에는 관동대지진으로 수십만의 죽음과 성난 일본인들에게 맞아 죽는 많은 조선 사람을 보았다.

글자를 몰랐던 어머니 장경숙도 소월보다 죽음이 앞섰고, 자기를 키워준 할아버지 김안수도 본인이 운영하던 광산이 망하자 충격에 죽고 만다.'진달래꽃'의 주인공 진주기생 채란은 두 열흘(20여일)을 만났지만 깊은 사랑의 기억만 남기고 죽었는지, 살았는지.

또한 열네 살 결혼 전후에 온 마음으로 품었던 '오순'은 결혼한 지 삼년 만인 스물 두살에 의처증 심한 남편에게 맞아 죽는다. 

동갑이었던 친구 나도향은 스물네 살에 △물레방아 △뽕 △벙어리 삼룡이 등의 소설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그와 친했던 친구 김상섭도 간이 나빠 일찍 세상을 버렸다.

애 늙은이 소월의 마침표

소월은 이십대 초반까지 시를 많이 썼다. 그후 자살까지 지독한 가난과 싸워야 했고, 지식인이였기에 요주의 인물로 그가 사는 평안북도 구성경찰서에 불려다니며 온갖 수모를 겪었다.

그들이 보아 사상적인 내용, 즉 저항적인 것들은 모두 불태워졌다. 그는 술과 마약을 피할 수가 없었다. 그의 시에는 식민지 청년의 슬픔과 아는 것에 고통을 깨달은 지식인의 허무가 깃드려 있다.

아울러 그가 경험한 세상의 잔혹사에 대한 내적 응시이자 알지못함, 즉 무지를 향한 역설적인 기도문이 담겨있는 듯하다. 이 시는 애 늙은이 소월 시의 마침표이자, 세상살이 허망함을 느꼈을 시기에 써 내려간 그의 마지막 작품이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소월의 '시가 있는 노래'이야기는 다음 편으로 이어간다)

이상철 위드컨설팅 회장/칼럼니스트·시인·대지문학동인/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회장(前)/국회 환노위 정책자문위원/ 국회의원 보좌관(대구)/ 쌍용그룹 홍보실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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