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노동조합이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를 떠나 독자 노선을 걷기로 했다. 삼성전자(005930) 노사가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공동 투쟁의 구심력이 약화된 데다, 장기화되는 노사 갈등에 보다 집중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기업별 노조 체제로 전환하는 것이 실익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초기업 노조 탈퇴를 결정, 독자 노선을 택했다. © 연합뉴스
최근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생지부에 따르면 지난 24일부터 이날까지 진행한 조직 형태 변경 투표 결과 안건이 가결됐다. 이번 투표는 초기업 노조 탈퇴를 전제로 실시됐으며, 투표권을 가진 조합원 4005명 가운데 2479명이 참여해 2392명(96.5%)이 찬성했다. 가결 요건인 조합원 과반 투표와 투표자 3분의 2 이상 찬성 기준을 모두 충족했다.
노조는 관련 행정 절차를 거쳐 수일 내 초기업 노조 탈퇴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에서 개별 기업 노조가 이탈하는 것은 삼성전기 제1노조에 이어 두 번째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조가 독자 노선을 선택한 배경에는 초기업 노조 활동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자리하고 있다. 노조는 조직 변경 투표에 앞서 "조합원들의 이해와 요구를 보다 직접적이고 신속하게 반영하기 위해 독자적인 기업별 노조 체계로 전환할 필요성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실제 노조 내부에서는 초기업 노조 출범 당시와 달리 계열사별로 교섭 상황과 쟁의 수위, 현안이 크게 달라지면서 공동 대응의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최근 삼성전자 노사가 임금협상을 타결하면서 초기업 노조 차원의 연대 투쟁 동력도 상당 부분 약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노사는 지난해 12월부터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을 이어오고 있지만 아직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4월 부분 파업에 이어 5월 1일부터 5일까지 약 2800명이 참여한 전면 파업을 진행했으며, 이후에도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노조는 1인당 3000만원의 격려금 지급과 기본급 약 14% 인상, 영업이익의 20% 성과급 배분, 성과급 상한 폐지, 자사주 배정 등을 요구했다. 반면 사측은 6.2% 수준의 임금 인상안을 제시하며 양측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양측은 최근 교섭을 재개했으며 다음 달 1~2일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회사가 제기한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소송 2심 결과 등이 변수로 남아 있어 노사 갈등이 조기에 해소될지는 미지수다.
업계에서는 이번 결정이 단순한 조직 개편을 넘어 삼성그룹 초기업 노조 체제의 한계를 드러낸 사례로 보고 있다. 공동 대응의 상징이었던 초기업 노조가 계열사별 이해관계와 교섭 환경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면서, 향후 삼성 계열사 노조들이 기업별 현안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