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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선의 인력경영] AI 시대, 기업은 왜 학벌보다 학습력을 보기 시작했는가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폐지가 보여주는 인재 평가 기준의 변화

이윤선 원광대학교 초빙교수 | onestar4u@gmail.com | 2026.06.23 09:36:38
[프라임경제] 최근 SK하이닉스가 생산기술직 채용 과정에서 학력 제한을 폐지하고 고졸·전문대졸·대졸 구분 없이 지원할 수 있도록 채용 방식을 변경했다. 

이를 두고 '학벌 파괴' 또는 '채용 혁신'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번 변화의 본질은 학력 기준을 없앴다는 데 있지 않다. 기업이 인재를 평가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학력이 직무 수행 능력을 예측하는 대표적인 지표였다. 좋은 대학과 높은 학점은 일정 수준 이상의 지식과 성실성을 보여주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디지털 기술이 산업 전반을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기업들은 더 이상 졸업장만으로 미래의 성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이제 기업이 궁금해하는 것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는가가 아니라 새로운 환경에서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적응할 수 있는가다.

실제로 글로벌 노동시장 데이터도 이러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Future of Jobs Report'에 따르면 향후 기업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할 역량으로 분석적 사고, 회복탄력성과 유연성, AI 및 기술 활용 역량, 창의적 사고 등이 제시됐다. 공통점은 모두 끊임없는 학습과 변화 대응 능력을 요구한다는 점이다. 

또한 PwC가 전 세계 수억 건의 채용 공고를 분석한 'AI Jobs Barometer'에서는 AI의 영향을 크게 받는 직무일수록 요구 역량 변화 속도가 일반 직무보다 약 66%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과거에 습득한 지식만으로는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음을 의미한다. 

직무의 내용과 요구 역량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보다 얼마나 빨리 새롭게 배울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이러한 변화는 청년들이 느끼는 취업 불안의 원인과도 연결된다. 과거에는 좋은 대학에 진학하고 전공을 선택하면 어느 정도 미래를 예측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청년들이 체감하는 불안은 단순한 취업 경쟁이 아니다. AI와 디지털 전환이 직무 자체를 변화시키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알기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최근 기업들은 신입사원에게도 단순 실행 능력보다 문제를 정의하고, 데이터를 해석하며, 다양한 구성원과 협업하고, 새로운 기술을 습득하는 역량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생성형 AI가 업무 현장에 빠르게 확산되면서 기업들은 특정 기술을 보유한 사람보다 새로운 기술을 빠르게 받아들이고 활용할 수 있는 사람을 더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다. 학력보다 학습력, 경력보다 적응력이 중요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청년들에게 필요한 질문 역시 달라져야 한다. 어느 대학을 졸업했는지, 어떤 자격증을 취득했는지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하는 산업과 직무 환경 속에서 스스로 배우고 성장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다. 

자기소개서에서도 수상 경력과 스펙 나열보다 프로젝트 경험, 문제해결 경험, 협업 경험, AI 활용 경험이 강조되는 이유는 그것이 지원자의 학습 방식과 적응 과정을 보여주는 행동 데이터이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의 학력 제한 폐지는 단순한 채용 제도 변화가 아니다. 그것은 AI 시대 기업이 인재를 바라보는 기준이 '학벌'에서 '학습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장면이다. 

결국 앞으로의 채용시장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좋은 대학을 나왔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빠르게 배우고 변화하며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이다. 

AI 시대 기업은 더 이상 졸업장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지 않는다. 대신 학습과 적응을 통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을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시작하고 있다.

이윤선 인력경영학자/원광대 미래인재개발처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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