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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종에서 최대 20종으로'…편의점 상비약 확대 다시 수면 위

정부, 하반기 안전상비의약품 확대 검토…약사회 "교육·관리 체계부터 점검해야"

박선린 기자 | psr@newsprime.co.kr | 2026.06.22 14:17:50
[프라임경제]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다시 추진한다. 시행 13년째를 맞은 현행 제도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이어온 가운데, 의약품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면서 제도 개편 논의가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다만 약사단체가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실제 제도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안전상비의약품 지정심의위원회를 통해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약국이 없는 지역이나 심야·공휴일 의약품 구매 취약 지역을 고려해 판매점 확대 방안도 함께 검토 대상에 올랐다.

편의점 상비약. © 연합뉴스


안전상비의약품 제도는 야간이나 휴일에 약국 이용이 어려운 소비자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지난 2012년 도입됐다. 현재 약사법상 최대 20개 품목까지 지정할 수 있지만 실제 편의점 판매가 허용된 의약품은 13종에 그친다. 이 가운데 어린이용 타이레놀 2종이 생산 중단되면서 소비자가 실제 구매할 수 있는 품목은 11종이다.

현재 판매되는 상비약은 해열진통제와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으로 구성돼 있다. 특히 '타이레놀정 500㎎'과 '판콜에이 내복액'의 판매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555억원으로 집계됐으며, 이 중 타이레놀정 500㎎ 공급액은 218억원, 판콜에이 내복액은 162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다시 제도 손질에 나선 배경에는 소비자 수요가 적지 않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의약품정책연구소가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68.9%가 최근 1년 내 편의점 상비약 구매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어린 자녀를 둔 가정이나 여행객, 심야 시간대 의약품이 필요한 소비자들의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는 요구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제약업계 역시 판매 채널 확대 자체에는 대체로 긍정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다만 약사사회와의 관계 등을 고려해 공개적인 찬성 입장을 내지는 않는 분위기다.

반면 대한약사회를 비롯한 약사단체는 품목 확대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약사회는 편의성 확대에만 초점이 맞춰질 경우 의약품 오남용과 안전사고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편의점 의약품 판매자의 교육 체계가 미흡하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현행 제도상 편의점 판매원은 의약품 판매 전 4시간의 교육만 이수하면 되고, 이후 별도 보수교육 의무는 없다. 일반 공산품과 구분해 진열하고 주의사항을 게시하도록 규정돼 있지만 실제 현장 관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게 약사회 설명이다.

약사회 관계자는 "모든 의약품은 부작용 가능성을 갖고 있으며 안전성과 유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며 "품목 확대에 앞서 현행 판매·교육 체계가 제대로 운영되고 있는지부터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편의점 상비약 확대가 소비자 편익과 의약품 안전관리라는 두 가치가 충돌하는 대표적인 정책 과제라는 분석도 나온다. 심야·공휴일 의약품 접근성 개선 필요성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지만, 판매 관리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품목을 늘릴 경우 또 다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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