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비만치료제 '위고비'를 개발한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가 대규모 사이버 공격을 받아 내부 데이터가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유출된 자료에는 미출시 신약 관련 정보와 인공지능(AI) 모델 데이터까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위고비 개발사인 노보 노디스크는 최근 해커 조직의 공격으로 내부 시스템에 무단 접근이 발생했으며, 일부 데이터가 외부로 유출된 정황을 확인했다.
해커 조직 '풀크럼섹(FulcrumSec)'은 자체 웹사이트를 통해 약 2개월간 노보 노디스크 내부 네트워크에 침투해 1TB 이상의 데이터를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이 공개한 내용에 따르면 탈취된 자료에는 소스코드와 임상시험 데이터, 출시 및 개발 중인 신약 관련 정보, 생산시설 운영 기술, 임직원 및 환자 정보, 사내 AI 모델 관련 자료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풀크럼섹은 노보 노디스크 측에 2500만달러(약 380억원)를 요구했으나 협상이 결렬됐으며, 이후 일부 데이터를 비공개 방식으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사이버 보안 전문 매체 데이터브리치스닷넷은 유출 규모가 약 70만건, 1.3TB 수준에 달할 수 있다고 전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지난 11일 공시를 통해 제한된 수의 내부 IT 시스템에 대한 무단 접근 사실을 인정했다. 회사 측은 "온라인상에 게시된 데이터와 관련한 내용을 인지하고 있으며, 주요 사업 시스템은 정상 운영되고 있다"며 "관계 당국과 협력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랜섬웨어 공격이 아닌 산업기술 탈취 시도로 보고 있다. 최근 제약산업이 AI 기반 신약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임상 데이터와 후보물질 정보, 자체 AI 모델이 기업의 핵심 자산으로 떠오른 탓이다.
특히 비만치료제 시장을 주도하는 노보 노디스크가 공격 대상이 됐다는 점에서 금전적 목적뿐 아니라 기술 정보 확보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 글로벌 제약사들은 연구개발 데이터와 생산기술을 둘러싼 사이버 공격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백신 개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존슨앤드존슨 등이 해킹 시도의 표적이 됐으며, 머크는 2017년 '낫페트야(NotPetya)' 랜섬웨어 공격으로 생산시설 가동에 차질을 빚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AI가 신약개발 전 과정에 활용되면서 제약사의 보안 위협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에는 연구 데이터와 환자 정보가 주요 표적이었다면, 최근에는 AI 모델과 학습 데이터, 생산공정 운영 기술까지 공격 범위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글로벌 제약사들이 연구개발 투자뿐 아니라 사이버 보안 역량 강화에도 대규모 자원을 투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