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전·충남 행정통합이 민선 9기 출범을 앞두고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 선거 과정에서 조기 추진 의지를 강조했던 대전시장과 충남도지사 당선인들이 당선 이후 공론화와 주민투표를 앞세우며 속도 조절에 나선 데다, 이재명 대통령까지 현실적으로 차기 지방선거 이전 통합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왼쪽부터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과 박수현 충청남도지사 당선인. = 오영태 기자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충청권의 미래 경쟁력을 높일 핵심 공약으로 제시됐다. 특히 충남도지사 선거에 출마한 박수현 당선인은 연내 특별법 처리와 2028년 통합 지방정부 출범을 목표로 제시하며 적극적인 추진 의지를 밝혀왔다.
박 당선인은 출마 선언 당시 "통합이 확정된다면 초대 통합시장으로서 반드시 완성하겠다"고 밝혔으며, 선거 기간에도 "행정통합은 무산된 것이 아니라 일시 중단된 상태"라며 조기 추진 필요성을 강조했다.
당선 직후에도 "당선인 간 협의체를 구성해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기존 입장을 유지하는 듯했다. 그러나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는 행정통합 구상에 대해 "개인적인 로드맵"이라고 설명하며 "준비위원회 논의를 거쳐 충남도의 공식 입장으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또 "대전시장 당선인과 공식적으로 논의한 바 없다"고 밝히면서 선거 기간 제시했던 구체적 일정과는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놓았다.
허태정 대전시장 당선인 역시 선거 기간에는 충청권 공동 발전과 행정통합 필요성을 강조했지만, 당선 이후에는 주민 공감대 형성과 충분한 공론화를 우선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허 당선인은 충청권 단체장 협의체 구성과 주민투표 등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하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현실적 여건을 고려한 조정이라는 해석과 함께 사실상 속도전이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결정적인 변수는 이재명 대통령의 최근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말 더불어민주당 대전·충남 국회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차기 지방선거 이전 통합 지방정부 출범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는 "이미 주민들이 대표를 선출한 상황에서 임기 중 사퇴를 전제로 한 통합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다음 지방선거까지 행정통합은 어렵다"고 말했다. 이는 사실상 2028년 이전 통합 추진에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행정통합 추진 과정에서 제기돼 온 제도적·정치적 과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 행정통합 특별법은 충남도의회의 반대 기류와 지역사회 찬반 논란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주민투표와 공론화 절차까지 진행될 경우 실제 통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역 정치권 일각에서는 행정통합이 충청권 미래 발전 전략이라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선거 과정에서 제시된 일정이 현실성을 충분히 반영했는지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반면 행정통합 찬성 측에서는 대통령 발언이 통합 포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추진하자는 취지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결국 향후 행정통합의 성패는 대전시와 충남도가 공동 추진체계를 얼마나 빠르게 구축하느냐와 함께 특별법 재추진, 주민 공감대 형성, 정치권 협력 여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지역 행정 전문가는 "행정통합은 단순한 행정구역 개편이 아니라 충청권의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 장기 과제"라며 "정치적 구호를 넘어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주민 설득 과정이 뒷받침돼야 실질적인 추진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전·충남 행정통합은 수도권 집중 완화와 충청권 광역경제권 구축을 목표로 논의돼 왔으며, 향후 민선 9기 지방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