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거대한 행정 통합은 늘 미래의 약속이라 강조하면서 더 큰 시장, 더 강한 경쟁력, 더 효율적인 행정을 말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역시 같은 맥락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한국의 지역 발전사는 한 가지 사실을 반복해서 증명해 왔다. 통합은 자동으로 균형을 만들지 않는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주변을 더 빠르게 주변으로 만든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통합 자체가 아니라 통합 과정에서 누가 무엇을 얻었는가의 질문에서 전남서부권의 정치인들에 대한 불편한 질문 앞에 서게 된다.
지역의 정치권은 과연 무엇을 협상했고 무엇을 지켜냈는가와 통합이 국가적 흐름이었다면 더 집요했어야 하는 부분은 예산 배분 구조는 어떻게 설계되는지, 공공기관과 핵심 인프라는 어디에 배치되는지, 산업축은 어느 권역을 중심으로 짜이는지, 청년·교육·교통 정책의 우선순위는 무엇인지 끝까지 물고 늘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그런 긴장감보다 순응과 관망이 앞섰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치는 손뼉 치는 기술이 아니다. 정치의 본질은 거래가 아니라 협상이고, 협상의 결과는 명분이 아니라 숫자로 남는다.
이 지점에서 더 우려되는 것은 오래된 지역정치인들의 습관이다. 서부권을 배제한 동부권과 광주의 집중을 비판하면서도 정작 지역 내부에서는 또 다른 중심 집중을 묵인하는 구조가 잠식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지역 정치인의 영향력은 중앙과의 친분도, 직함도 아니다. 결정적 순간에 지역 몫을 제도와 예산으로 바꿔내는 능력이다. 만약 통합 이후 서부권의 예산 비중이 줄고, 핵심 사업이 후순위로 밀리고, 산업과 인재가 계속 빠져나간다면 시민은 냉정하게 결론 내릴 것이다. "정치적 존재감은 있었지만 정치적 성과는 없었다"라고.
현재 전남도당위원장은 목포에 지역구를 가진 김원이 의원이고 그의 임기는 다음 달에 끝이 난다. 결국 다음 통합시위원장은 동부권으로 넘어갈 확률이 높은 가운데 통합시의회 의장까지 동부권에서 차지하게 되는 구조가 형성되면 서부권은 전남광주의 정치사에서 묻히게 된다.
통합은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통합 이후에도 서부권이 또 한 번 “나중에 챙기겠다”라는 말만 듣게 된다면, 시민은 더 이상 중앙을 탓하지 않을 것이다. 왜 아무도 우리 몫을 끝까지 요구하지 않았는가에 대한 책임은 결국 지역 정치인을 향하게 될 것이다.
지역민의 불안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통합의 이름으로 의사결정 구조가 재편될수록 서부권의 정치적 발언권과 예산 확보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현실적이다.
서부권의 정치인들은 지역의 장기 생존 전략을 놓고 치열한 협상과 조건 제시를 했는가에 대한 시민들의 질문에 당당하게 답해야 하며, “우리는 뭉쳤고 시민을 대변하기 위한 희생을 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