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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값 된 양파, 농민들 한숨만 깊어진다

공급과잉 탓만으론 설명 안 되는 가격 폭락…예측 실패한 수급정책·반복되는 땜질 처방 도마

김성태 기자 | kst@newsprime.co.kr | 2026.06.15 14:55:07

양파 가격 폭락으로 산지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전남 무안의 한 양파밭에서 농민들이 무거운 표정으로 양파를 수확하고 있다. ⓒ 프라임경제

[프라임경제] 양파 가격이 폭락하면서 산지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최근 가락도매시장 기준 양파 도매가격은 ㎏당 624원으로, 평년 동월 평균 가격인 997원보다 37% 하락했다. 

생산비 상승과 인건비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격마저 무너지자 농민들은 "수확할수록 손해"라는 절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농협은 이번 가격 하락의 원인으로 생산량 증가에 따른 공급 과잉과 소비 감소를 지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가격 상승으로 재배면적이 확대됐고, 기상 여건이 양호해 단수가 증가하면서 시장 공급량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공급 과잉만으로 이번 가격 급락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엇보다 관계 당국의 수급 예측 실패가 뼈아프다. 양파는 가격 변동성이 큰 작물로 재배면적과 작황을 사전에 분석해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하지만, 올해도 정확한 생산 전망과 출하 조절에 실패했다는 평가다. 

농업계에서는 "재배면적 증가와 생산량 확대가 이미 예견됐음에도 정부와 수급 관리기관이 적기에 경보를 발령하거나 생산 조정 정책을 시행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가격 하락의 배경에는 구조적 소비 감소도 자리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외식 소비 패턴 변화로 가정 내 신선채소 소비가 감소하고 있으며, 가공·외식업체의 양파 사용량도 경기 둔화의 영향을 받고 있다. 저장·가공 산업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해 일시적 공급 증가분을 흡수하지 못하는 유통 구조 역시 가격 급락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농협은 소비촉진 운동에 나섰다. 농협전남본부는 15일 농협하나로마트 남악점에서 '전남쌀 구매하고 양파소비 UP! 농가웃음 UP!' 캠페인을 시작했다. 

하나로마트 남악점과 목포유통센터에서 전남쌀 10㎏ 이상 구매 고객에게 햇양파 3㎏을 사은품으로 증정하며, 행사는 이달 말까지 이어진다. 또한 구내식당에서 양파김치와 간짜장 등 양파 활용 메뉴를 제공하고, 전남도교육청과 협력해 양파를 활용한 닭요리 제공 행사인 '꿈키우닭' 프로젝트도 추진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대응이 가격 하락 때마다 반복되는 전형적인 '사후 처방'에 그친다는 점이다. 소비촉진 행사와 할인 판매, 일시적 시장격리는 단기적으로 물량을 일부 소진하는 효과는 있지만 구조적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지는 못한다. 매년 가격 폭락이 되풀이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제 생산 확대와 소비 촉진 중심의 단편적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재배면적 사전 조정제와 계약재배 확대, 수급 예측 시스템의 고도화, 가공용·수출용 물량 확대 등 중장기적 수급 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아울러 산지 저장시설 확충과 공공 비축 기능 강화, 농가가 참여하는 생산자 조직 중심의 자율적 수급조절 체계를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양파 가격 폭락은 단순한 시장 변동이 아니라 수급 예측 실패와 사후 처방에만 의존해 온 농정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 결과다. 같은 위기가 매년 반복된다면 피해는 결국 농민의 몫이 아니라 정책 실패의 책임으로 기록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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