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기자가 이어폰처럼 생긴 기기를 착용했다. 스마트폰 화면에는 측정 안내가 떴다. 턱 주변 맥박이 잡히는 부위에 기기를 대자 측정이 시작됐다. 잠시 뒤 결과가 화면에 표시됐다.
협착 의심 신호가 있으면 빨간 막대가 표시된다.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면 의사에게 결과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지난 10일 송민영 SHMD 대표가 시연한 제품은 BRAINCHECK다. 경동맥 음 등을 활용해 뇌건강 위험 신호를 선별하는 디지털 솔루션이다. SHMD는 오는 7월1일 일반인 대상 앱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병원 접근성이 낮은 의료 소외지역 고령층도 간단히 위험 신호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구상이다.
SHMD의 문제의식은 분명하다. 뇌졸중은 대개 쓰러진 뒤 병원에서 확인된다. 반면 혈압·혈당은 집에서도 수시로 잴 수 있다. 그러나 뇌혈류는 위험 신호를 일상적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송 대표는 "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돌아가신 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더라면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이 오래 남았다"며 "왜 심장 건강은 꾸준히 확인하면서 뇌혈관 건강은 뇌졸중이 발생한 뒤에야 알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SHMD는 이 공백을 뇌혈류 데이터에서 찾았다. 현재 CT, MRI/MRA는 뇌혈관이 막히거나 좁아진 상태를 확인하는 데 강점이 있다. 다만 발병 전 단계의 미세한 혈류 이상이나 미세색전 신호를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뇌혈류초음파 검사인 TCD는 뇌혈류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검사다. 그러나 기존 TCD는 숙련된 검사자가 직접 프로브를 잡고 혈관 위치를 찾아야 한다. 검사자 숙련도에 따라 결과 일관성이 달라질 수 있고, 병상 옆에서 반복적으로 쓰기도 쉽지 않다.
SHMD가 개발 중인 CEREBAND는 이 지점을 겨냥했다. CEREBAND는 웨어러블 형태의 AI 기반 뇌혈류초음파 의료기기다. 기존 TCD 검사를 착용형·자동화 방식으로 바꿔 의료진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표다. 미세색전신호를 자동으로 검출하고 저장하는 기능도 개발하고 있다.
송 대표는 "기존 TCD는 좋은 검사지만 의료진이 직접 혈관창을 찾아야 해 반복 측정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CEREBAND는 환자를 장비실로 보내는 검사가 아니라 환자 옆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하는 검사로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초기 시장은 가정이 아닌 병원이다. SHMD는 ICU(Intensive Care Unit, 집중치료실 또는 중환자실), 수술실, 병동, 검진센터를 우선 적용처로 보고 있다. 뇌졸중 고위험군이나 수술 후 색전 위험이 있는 환자처럼 혈류 변화를 빠르게 확인해야 하는 현장부터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처음부터 병원용 의료기기를 우선한 것은 아니었다. 초기에는 홈디바이스와 웰니스 시장도 검토했다. 그러나 병원 의료진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증·고위험 환자를 보는 현장의 수요가 더 절실하다고 판단했다.
송 대표는 "처음에는 가정이나 웰니스 환경에서 쉽게 쓸 수 있는 제품을 생각했다"며 "하지만 병원 현장에서는 ICU, 수술실, 병동에서 반복적으로 뇌혈류를 확인해야 하는 수요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상적 신뢰성을 먼저 확보한 뒤 확장하는 방향으로 우선순위를 바꿨다"고 덧붙였다.
송 대표의 이력도 SHMD의 방향을 설명한다. 그는 법조인 출신이지만 의료·제약 분야에서 주로 일했다. 소프트웨어 개발 경험도 갖고 있다. 공동창업자인 허준녕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 역시 의사이자 개발자에 가까운 인물이다. 두 사람은 서울과학고 동창이기도 하다.
송 대표는 "법조인으로 일할 때도 의료·제약 분야를 다뤘고, 의료기기 회사와 제약사 경험도 있다"며 "저는 법률 전문가이자 개발자, 허 교수는 의료 전문가이자 개발자로 창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임상 검증도 진행 중이다. SHMD는 세브란스병원에서 IRB 절차를 거쳐 뇌경색 환자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300건의 데이터를 수집했다. 수집된 데이터는 관련 법령과 윤리 기준에 따라 비식별화 및 안전하게 관리되며, 개인정보 보호와 연구윤리 준수를 최우선 원칙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송 대표는 "건강한 사람의 데이터보다 뇌경색 환자 데이터가 필요하다"며 "사후 동의를 받은 환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실제 의료 환경에서 알고리즘을 검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SHMD는 ISO 13485 인증도 완료했다. ISO 13485는 의료기기 품질경영시스템 국제표준이다. 송 대표는 스타트업이 의료기기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기술뿐 아니라 품질관리 체계를 증명하는 과정도 필요하다고 봤다.
SHMD는 IBK기업은행(024110)의 창업 육성 플랫폼 IBK창공 마포 16기 입주기업이기도 하다. IBK창공 공동운영사인 신기술금융회사 시너지아이비투자(대표 이건영)가 육성을 지원하고 있다.
CEREBAND는 의료기기 2등급 허가를 추진하고 있다. 송 대표는 하드웨어 의료기기 허가가 나오면 상용화에 나설 계획이다. 올해 안 매출 발생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내년 매출 목표는 약 100억원으로 전망하고 있다.
BRAINCHECK는 병원 납품을 시작으로 공공시장 진입도 노린다. SHMD는 △국립의료원 △치매안심센터 △보건소 등 공공 영역에서 활용 가능성을 보고 있다. 뇌졸중뿐 아니라 인지기능 평가와 치매 위험도 확인 수요까지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송 대표는 "일반인들은 뇌건강이라고 하면 뇌졸중보다 치매를 먼저 떠올리는 경우가 많았다"며 "치매안심센터나 공공기관에서도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SHMD가 겨냥하는 지점은 특정 질환 하나가 아니다. 질병이 발생한 뒤 병원을 찾는 구조를 바꾸고, 위험을 더 이른 시점에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송 대표는 "뇌졸중은 갑자기 주변 사람이 쓰러지거나 세상을 떠난 뒤에야 걱정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며 "조기진단을 통해 생명을 구하고 후유증에서 벗어나도록 돕는 회사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