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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락 재구성]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자동차 밖 확장 실험

사내벤처 3곳 독립…SDV·제조현장·생활공간으로 넓어지는 미래 사업 실험

노병우 기자 | rbu@newsprime.co.kr | 2026.06.12 09:20:17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그룹의 사내 스타트업 육성이 완성차 제조사의 미래 사업을 가늠하는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그룹 내부에서 출발한 아이디어가 제품 개발과 실증을 거쳐 독립 기업으로 분사하고, 다시 현대자동차(005380)·기아(000270)와 계열사, 협력사 생태계 안에서 사업 가능성을 검증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어서다.

최근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제로원 컴퍼니빌더'를 통해 키운 포지티브플로(Positive Flow)와 웨어비(WhereB), 자비스(JARBIS) 3개사가 분사했다. 이번 분사로 현대차그룹에서 독립한 사내 스타트업은 총 44곳으로 늘었다.

숫자보다 주목할 대목은 분사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다. 세 회사는 각각 슬립테크, 산업 안전, 차량용 소프트웨어를 다룬다. 완성차 판매와 직접 맞닿은 분야만 골라낸 결과는 아니다. 자동차 산업의 경계가 △소프트웨어 △제조현장 △생활공간으로 넓어지는 흐름과 맞물려 있다.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이 자동차 밖으로 향하는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 자체의 변화가 있다. 완성차 경쟁력이 차량 개발과 생산에만 머물던 시기는 지나고 있다. 소프트웨어 전환, 제조현장 자동화, 공간 경험, 데이터 활용이 모두 자동차 기업의 경쟁 요소로 들어왔다. 

이번에 분사한 3개사는 각기 다른 영역을 다루지만, 현대차그룹이 미래 사업의 접점을 어디에서 찾고 있는지 보여준다.

포지티브플로 로고. ⓒ 현대자동차그룹


포지티브플로는 스마트 매트리스 시스템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침대 매트리스에 부착한 인공지능(AI) 센서가 이용자의 수면 상태를 감지하고, 온도와 습도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방식이다. 고온다습한 환경에서는 공조 장치가 작동해 매트리스 내부 환경을 바꾸고, 이용자는 스마트폰 앱을 통해 수면 데이터와 온습도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자동차 회사의 사내 스타트업에서 매트리스 기술이 나왔다는 점은 낯설 수 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 전체로 보면 해석의 폭이 달라진다.

포지티브플로는 최근 현대건설과 슬립테크 분야 협업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동수단 중심의 기술이 주거공간, 휴식, 헬스케어와 연결되는 흐름 속에서 수면 데이터와 생활환경 제어 기술은 그룹 내 다른 사업과 접점을 만들 여지가 있다. 미래 모빌리티가 차량 자체의 성능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도 이 대목에서 드러난다.

웨어비는 제조현장과 물류공간의 안전 문제를 겨냥한다. 안전모와 조끼 등 작업자 장비, 무인운반차(AGV)와 트럭 같은 산업용 차량에 센서를 붙여 위치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다. UWB(Ultra-Wide Band) 초광대역 신호를 활용해 사람과 차량의 위치를 10㎝ 이내 오차범위로 파악하고, 작업장 내 충돌 사고를 줄이는 것이 목표다. 별도 센서 장비 없이 작업자의 스마트폰과 산업용 차량을 연동하는 방식도 개발하고 있다.

웨어비의 기술은 현대차그룹의 생산 현장과 바로 연결된다. 실제로 기아 화성 PBV 컨버전센터 생산라인에서 지게차와 작업자 간 충돌 사고를 막기 위한 실증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웨어비 로고. ⓒ 현대자동차그룹


PBV와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물류가 확대될수록 작업자와 산업용 차량이 같은 공간에서 움직이는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생산 효율을 높이는 과정에서 안전 기술의 정밀도 역시 함께 올라가야 한다. 웨어비의 사업 방향은 이런 변화에 대한 현장형 해법에 맞춰져 있다.

자비스는 차량용 소프트웨어(SW) 개발 영역을 다룬다. 자동차 산업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 이른바 SDV(Software-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로 이동하면서 완성차 업체뿐 아니라 부품 협력사들도 소프트웨어 개발 역량을 요구받고 있다.

문제는 개발 과정이다. 요구사양이 표준화되지 않은 형태로 작성되거나 사람이 직접 코딩하는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하면 개발 기간과 비용이 늘어난다. 자비스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표준 도구와 코딩 자동화 프로그램을 제공해 이 부담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자비스가 최근 DH라이팅, 평화정공, 계양전기 등 현대차·기아 협력업체와 전자제어기(ECU)용 소프트웨어 개발 실증 사업을 진행한 점도 의미가 있다. SDV 전환은 완성차 업체 혼자 속도를 낼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전장 부품과 제어기,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협력사들이 개발 도구와 자동화 체계를 확보하지 못하면 완성차의 소프트웨어 전환 속도도 제한될 수밖에 없다. 자비스는 그 병목을 줄이는 역할을 맡을 수 있다.

이번 3개사의 공통점은 현대차그룹 내부에서 출발했지만, 사업 검증의 무대가 그룹 안팎으로 열려 있다는 점이다. 포지티브플로는 현대건설과의 협업 가능성을 찾고 있고, 웨어비는 기아 생산라인에서 안전 기술을 실증하고 있으며, 자비스는 현대차·기아 협력사들과 차량용 소프트웨어 개발 체계를 검증하고 있다. 분사 이후에도 그룹 생태계와의 연결이 이어지는 구조다.

자비스 로고. ⓒ 현대자동차그룹


제로원 컴퍼니빌더의 역할도 여기서 분명해진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 벤처플라자를 시작으로 사내 스타트업을 발굴해 왔고, 2021년부터는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프로그램을 확대 개편했다.

선정된 스타트업에는 개발비로 최대 3억원을 지원하고, 1년간 제품·서비스 개발과 사업화 기간을 거치게 한다. 이후 독립 기업으로 분사할지, 사내 사업으로 남길지 회사와 함께 결정한다. 창업 부담을 낮추기 위해 분사 후 3년까지 재입사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했다.

기업 입장에서 사내 스타트업은 새로운 사업을 외부 시장에서 검증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조직 내부에 묶어두면 기존 사업 논리에 갇힐 수 있고, 완전히 외부에 맡기면 그룹이 가진 현장과 데이터, 협력망을 활용하기 어렵다.

제로원 컴퍼니빌더는 그 중간 지점을 만든다. 내부 아이디어에 초기 자원을 제공하고, 일정 기간 사업성을 확인한 뒤 독립 기업 형태로 시장에 내보내는 방식이다.

현대차그룹이 강조하는 오픈 이노베이션도 이 흐름과 맞닿아 있다. 과거 자동차 산업의 경쟁력이 생산능력과 품질, 브랜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 데이터, 공간 경험, 제조 안전, 협력사 전환 역량까지 경쟁 요소가 넓어졌다.

사내 스타트업은 이 변화에 대응하는 작은 단위의 사업 검증 장치로 작동한다. 거대한 조직이 한 번에 방향을 틀기 어려운 영역에서, 스타트업은 더 빠르게 기술을 만들고 현장에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노규승 현대차·기아 미래전략본부 제로원실 상무는 "앞으로도 적극적인 오픈 이노베이션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해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의 이번 분사는 세 개 기업의 독립 소식에 머물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이 더 이상 자동차 안에서만 움직이지 않는다는 변화, 그리고 그 변화에 맞춰 대기업 내부의 창업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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