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부산이 놓친 것은 국회의원 한 석이 아니라 미래산업으로 가는 연결고리다."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대한민국은 사실상 '서울·강남공화국'이 되었다면서 지역 인재 유출이 매우 안타깝다고 했다. =서경수 기자
류영진 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6·3 지방선거 부산 북구갑 보궐선거 결과를 이렇게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하고도 북구갑을 내주면서 부산지역 국회의원 의석이 사실상 0석이 된 데 대해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그는 민주당 하정우 후보의 낙선을 "부산의 미래 핵심 전략 자산 유출"로 규정했다. 이재명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5극 3특' 체제 구상과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해양수도 부산' 비전을 실현하려면 여당 의원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무소속 한동훈 의원의 '보수 재건' 프레임에 대해서는 비판적이다. 류 전 처장은 "부산에 필요한 것은 낡은 보수의 복원이 아니라 쇠락한 도시를 다시 뛰게 할 성장 동력"이라고 주장했다.
류 전 처장은 문재인 정부 초대 식약처장을 지낸 중앙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부산 미래산업 전략 역시 중앙정부 정책과 부산시 실행력, 국회 입법이 서로 맞물려야 현실화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류 전 처장과의 일문일답.
◆ 6·3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부산시장을 가져갔지만, 북구갑 보궐선거를 내줬다. 이번 선거를 총평한다면.
- 매우 아쉬움이 남는 결과다. 이재명 정부가 국정 과제로 내건 부산 중심의 '남부 해양수도권' 구상은 중앙정부와 부산시, 국회가 함께 작동해야 속도를 낼 수 있다. 힘 있는 여당 국회의원이 있어야 비로소 강력한 추진 동력이 생긴다.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해양수도 부산' 구상도 마찬가지다. 해수부 산하 공공기관 이전, 해사법원 개청, HMM 등 해운기업의 실질적 부산 이전, 동남투자공사 설립은 시장 혼자 감당하기에는 다소 버거울 수 있다.
하정우 후보가 당선됐다면 부산의 AI 산업 구상은 정부 차원의 강한 추진력을 얻을 수 있었다. 대통령과 직접 소통하는 핵심 측근인 데다, 부산시장과의 협력 구도가 형성되어 부산의 미래 설계에도 큰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었다.
◆ 하정우 후보는 국내 최고 수준의 AI 전문가로 평가받는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서울 'AI 기술센터' 구상을 밝히면서, 부산이 지역 인재와 차세대 성장 발판을 동시에 잃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부산으로서는 미래 핵심 전략 자산을 놓쳤다. 대한민국은 사실상 '서울·강남공화국'이 됐다.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거의 전 분야의 유능한 인재가 수도권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하 후보는 부산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나온 지역 인재이자, 이재명 정부 초대 AI미래기획수석을 지냈다.
서울이나 수도권에서 출마했다면 무난히 국회에 입성했을 인물이라고 본다. 부산은 청년 인재 유출과 일자리 부족, 인구 감소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극복하려면 첨단 미래기술 분야를 중심으로 산업 지형을 재편해야 한다.
하 후보는 선거 기간 내내 부산을 AI 기술 전략기지로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그런 점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CEO의 'AI 기술센터' 서울 설립 발언은 부산으로서는 뼈아픈 장면이다. 하 후보의 낙선은 단순한 개인의 패배가 아니라, 부산이 첨단산업으로 나아갈 중요한 연결고리 하나를 스스로 끊어낸 결과로 봐야 한다.
◆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보수 재건'을 앞세웠다. 하지만 부산은 장기간 보수정치 독점 구조가 오히려 도시 경쟁력 정체의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보수 재건이 부산 경제발전의 해답이 될 수 있는가.
- 오랜 보수 텃밭에 기댄 정치적 수사에 가깝다. 부산은 지난 30년 동안 보수 정치가 절대적 우위를 점해 온 도시다. 그 기간 부산은 성장보다 쇠락의 길을 걸었다. 청년은 빠져나갔고, 산업 생태계는 정체됐으며, 도시 경쟁력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런 면에서 서울과 수도권 유권자들은 매우 냉정하다. 진보든 보수든, 여야를 떠나 자신의 삶이 우선이다. 그러니 정치인들도 늘 긴장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한다. 반면 부산은 오랫동안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구조에 갇혀 있었다. 시민보다 공천권자의 눈치를 보는 정치가 반복된 배경이다.
지금 부산에 필요한 것은 낡은 보수의 복원이 아니라, 멈춰선 도시를 다시 뛰게 할 미래 설계다. 도시 체질의 대전환을 통해 산업 구조를 새로 짜고 청년이 머물 성장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다만 무소속 한동훈 후보 측이 내세운 '부산시장 전재수, 국회의원 한동훈' 전략은 북구 유권자들의 선택 부담을 낮추는 데 효과적으로 작용했다고 보여진다.
◆ 부산이 수도권 집중 구조를 깨고 AI·첨단산업 도시로 거듭나려면 어떤 비전과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는가.

6·3 지방선거에서 류 전 식약처장이 유세차량에 올라 하정우 민주당 부산 북구갑 후보에 지지 연설하는 모습=서경수 기자
- 지금 방식으로는 어렵다. 반도체·R&D·AI 인재들이 '판교 밑으로는 내려가지 않는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는 일자리만이 아니다. 교육, 주거, 문화, 의료, 국제학교 등 수도권에 버금가는 도시 인프라가 갖춰져야 움직인다.
부산은 기업 몇 곳을 유치하는 수준을 넘어 도시의 판을 새로 짜야 한다. 가덕신공항과 인접한 강서구 일대를 인천 송도국제도시처럼 조성하고, BT·IT·AI 중심의 첨단업무단지와 글로벌 정주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수도권 인재 유치가 쉽지 않다면 인도 등 아시아권 우수 인력까지 적극적으로 끌어와 부산에서 일하고 정착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AI 산업의 핵심인 데이터센터에는 안정적인 전력 수급이 필수다. 수도권까지 전력을 끌고 가기보다 발전 기반과 가까운 지역에 데이터 산업을 배치하는 편이 효율적이다. 부산과 동남권은 전력, 항만, 공항, 물류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충분하다.
결국 부산의 해법은 AI·데이터·해양물류·바이오를 하나의 산업생태계로 묶고, 이를 글로벌 인재가 머무는 도시 전략과 결합하는 것이다. 여기에 지방분권과 균형발전 관련 법제도 정비를 통해 법인세·전기요금 차등화 같은 실질적 인센티브가 더해져야 한다. 부산의 진짜 비전은 지역 인재와 세계 인재가 어우러져 배우고 일하며 정착하는 글로벌 미래도시다.
류 전 처장의 발언에는 부산이 중앙정부와 연결된 미래산업 전략 축을 놓쳤다는 문제의식이 깔려 있다. 그는 부산의 침체 원인을 산업 기반 약화뿐 아니라 정치 경쟁 부재에서도 찾고 있다. 지역의 미래는 이념 구호가 아니라 행정과 제도 설계, 산업 전략이 동시에 작동할 때 바뀐다는 인식이다.
이 같은 시각은 문재인 정부 초대 식약처장으로 일했던 그의 중앙행정 경험과도 맞닿아 있다. 류 전 처장은 재임 시절 '의약품 수출 기반 확대', '계란 산란일자 표시제 도입'에 나섰고 △ 바이오·AI 의료기기 규제 완화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금지 WTO 대응 △마약류 관리 기능 강화 △코로나19 KF마스크 공급 기반 확충 등을 적극 추진했다.